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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반태현 가톨릭의대 의학과 4
 
 
KMA 공부를 할 때면 white ceremony가 생각난다.
 
의사의 꿈을 품은 지 어언 20년, 그것은 흰 가운에 대한 열망과도 겹쳐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흰 가운 뒤에 숨은 고뇌와 땀방울, 그 뒤의 환희를 배운 것은 대학에 입학한 이후였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그간의 꿈과 포부를 실현하기에 앞서 의사국가고시라는 통과 의례가 최종적으로 눈앞에 다가왔다.
 
살아오면서 수백 번의 시험을 치렀지만 단 한 번의 시험으로 6년간의 땀과 눈물이 판가름 나고, 나아가 내가 흰 가운을 입을 자격이 있는 사람인지가 수치화된 결과로 인정된다는 것은 대단히 긴장되는 일이다. 따라서 의대생들에게 이 시험은 수능 이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다들 여유 있는 척 하면서도 소위 ‘옵세’하게 공부하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의사국가고시를 준비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말한다. “의사국가고시? 그거 다 붙는 거 아냐?” 이 말만큼 스트레스를 주는 말도 없다. 타 ‘고시’에 비해 합격률이 높은 편인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그만큼 다들 어려운 학업을 해낼 수 있는 실력자들끼리의 경쟁이라는 점이고, 떨어지면 엄청나게 ‘쪽팔릴’ 것이라는 사실이다. 허수 지원자가 없는 경쟁이므로 더욱 치열한 접전이 되는 것이다.
 
그 때문인지 이맘때면 실습 중에는 다른 공간에 있어 만나기 힘들었던 학우들까지도 도서관에서 반갑게 얼굴을 대할 수 있다. 일부 특출난 능력의 소유자들은 여유를 부리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대다수 범인들은 노력에 따라 결과가 나온다.
 
그 향학열 때문에 KMA를 앞둔 학생들의 공부 현장은 열기로 넘친다. 단지 그 뜨거운 공기 안에 섞인 정체 모를 퀴퀴한 냄새와 책 먼지가 유발하는 두통이 문제랄까….
 
처음 국가고시 매뉴얼을 받고 책장을 넘기는데, 책을 집필한 선배가 ‘국가고시가 남았으면 의대생활의 반이 남아 있는 거야’라고 남긴 것을 보았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치듯 들렸는데, 지금은 수긍한다. 외워도 끝이 없고, 애써 외워 놓으면 얼마 후 기억나지 않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국가고시가 의대생활의 절반을 차지하는 이유를 알게 된다.
 
그러다 보면 아침부터 밤 늦게까지 공부하며 가끔은 지쳐서 책 위에서 자게 되는 course가 형성된다. 인생에서 수능 때 이후로 가장 오랜 기간 집중하며 공부하는 시기로 생각하면 이해가 좀 쉬울까?
 
그러나 수많은 선배님들께서 이 길을 거치셨고, 함께하는 동기들이 있다. 지금의 노력이 훗날 내가 만날 환자들에게 분명 새 삶의 희망을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오늘도 ‘본4 지정석’을 지키며 책장을 넘긴다. 내년에는 지금 다양한 공간에서 같은 공부를 하는 전국의 본4들이 100% 합격이라는 신화를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