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
본 연구는 민간병원과 공공병원 간의 양·한방 협진의 실태 비교, 공공병원의 양·한방 협진에 대한 인식 및 태도,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가설의 검증에 더하여 대만의 사례를 연구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공병원에서의 양·한방 협진의 방안을 모색하고자 하였다.
1. 민간병원과 공공병원 간의 양·한방 협진의 실태 비교를 통한 결론
첫째, 양·한방 협진을 하는 목적에 있어서 민간병원은 그 특성상 영리를 추구할 목적으로 하는 반면에 공공병원은 농어촌 지역의 저소득계층에 대한 서비스 제공을 목적으로 하는 경향이 짙다. 이러한 결론은 협진을 하는 공공병원의 60%가 군 지역에 위치한 반면, 민간병원 가운데 협진을 하는 병원은 군 지역에 11.4%만이 존재한다는 데서 한 근거를 발견할 수 있다. 또한 협진에 사용되는 한방 치료법으로서 한약을 모든 협진 민간병원에서 사용하는 반면에, 공공병원에서는 주로 침을 사용하였다는 데서도 이 결론의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양·한방 협진을 통한 저소득계층의 효과적인 진료를 위해서는 민간병원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동시에 공공병원이 제대로 그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도 농어촌 지역을 비롯한 도시의 저소득계층을 위하여 공공병원이 양·한방 협진 서비스를 확대해 나가야 하겠다.
둘째, 공공병원에서는 보다 적극적인 양·한방 협진 서비스를 제공해 줄 필요가 있다.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에서의 협진 형태를 비교해 본 결과 공공병원의 대다수에서 양·한방 간 상호 검사만 의뢰하는 경우(21.4%)와 진료를 의뢰(35.7%)하는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민간병원에서는 상호 검사만 의뢰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2.3%), 특정 환자를 놓고 양·한방 의사가 동시에 협의하는 경우(20.9%)의 비율이 높았다.
공공병원이 민간병원 보다 소극적인 협진의 형태를 갖는 이유로 먼저 공공병원 내의 한방 서비스를 위한 시설의 영세성을 들고자 한다. 협진 병원 내의 한방기관의 형태를 보면 민간병원의 경우는 병상을 포함한 한방진료부 내지 독립된 한방병원이 81.0%를 차지하였고 공공병원 가운데서는 병상을 포함한 한방진료부 내지 독립된 한방병원이 불과 42.8%에 불과하였다. 다시 말해서 공공병원에서의 협진은 협진을 위한 병상조차도 없이 한 두 명의 고용 혹은 방문 한의사에 의해 이루어짐을 알 수 있었다. 공공병원에서의 이러한 빈약한 자원을 가지고는 높은 수준의 협진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공병원이 민간병원에 비해 소극적인 협진 형태를 갖는 또 다른 이유를 공공병원장의 한방에 대한 소극적인 자세로 설명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민간병원장의 경우 협진을 할 때는 대부분이 한방을 신뢰한다고 하였다(97.5%). 하지만 공공병원장의 경우는 협진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20.0%가 한방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또한 협진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료서비스 영역 가운데 예방서비스의 경우에 민간병원장의 58.5%가 양·한방 협진이 적합하다고 응답한 반면, 공공병원장의 33.3%만이 협진이 적합하다고 하고 60.0%는 양방이 더 적합하다고 응답한데서도 공공병원장들의 한방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민간부문과 공공부문의 견해의 차이는 건강검진, 진단, 치료에서도 동일한 양상으로 나타났다. 다만 재활에 있어서는 민간과 공공 모두 양·한방 협진을 가장 적합한 형태로 인식하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공공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양·한방 협진 서비스가 양·한방 의사들의 협의를 통한 공동 진료가 되기 위해서는 공공병원 내의 한방 서비스를 위한 시설 및 인력의 투자와 공공병원 리더들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협진이 도움을 줄 수 있는 영역에 있어서는 민간병원과 공공병원 간의 차이를 거의 찾아 볼 수 없었다. 협진의 수익성에 있어서는 민간과 공공 모두 협진을 시행하고 있는 곳이 협진을 시행하고 있지 않은 곳보다 부정적인 시각을 더 많이 갖고 있었고 이러한 경향은 민간에서 더욱 뚜렷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서 볼 때 민간병원에서는 양·한방 협진을 통해 기대했던 만큼의 수익을 거둘 수 없었음을 알 수 있다.
민간과 공공 모두 환자의 만족도, 치료의 효과성, 치료기간의 단축, 그리고 노인성질환의 치료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저소득계층의 한방 진료에 대한 접근성이라는 면에서는 민간과 공공 모두 양가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다. 이것은 저소득계층의 한방 서비스에 대한 선호라는 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건강보험에서 적용되지 않는 서비스에 기인하는 높은 비용 부담 때문에 부정적인 인식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이상을 정리하면,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모두에서 양·한방 협진이 갖는 여러 가지 장점들이 경제적인 요인 때문에 실현되지 못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환자들의 진료비 부담과 공급자인 병원의 있어서는 적절한 보수가 이루어지지 않음으로 인해 생기는 기대 수익의 감소로 우리사회의 바람직한 수요와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민간부문과 공공부문 모두에서 양·한방 협진의 공급을 확대할 수 있도록 수요자와 공급자의 경제적인 장벽을 낮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넷째, 문서화된 양·한방 협진의 지침이나 양·한방 의사들 간의 공동 연구, 임상자료의 축적 등에 있어서 민간과 공공 부문 공히 매우 소홀히 하고 있었다. 대만의 예에서 알 수 있었듯이 민간부문 스스로의 이해의 노력과 정부의 연구 지원이 없이는 이질적인 두 학문 분야의 결합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매우 우려가 되는 현상임에 틀림없다. 이에 수익성을 먼저 추구할 수밖에 없는 민간 부문에서보다는 공공병원에서 이러한 사업들을 주도해 나가야 할 것이다.
2. 공공병원의 양·한방 협진에 대한 인식 및 태도로부터 얻은 결론
첫째, 공공병원에서 양·한방 협진을 추진해야 하는 주체는 국립의료원을 비롯한 모든 공공병원이어야 한다. 설문 결과 국립의료원이 추진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응답한 병원장이 18%였는데 이는 국립의료원장을 제외하고도 국립의료원이 추진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존재함을 뜻한다. 기타 지방공사의료원 및 시·도립 병원, 국립대학병원, 산재병원, 노인요양병원, 한의대 병원 등도 골고루 지지자를 얻어 병원의 형태에 상관없이 공공병원 모두가 주체가 되어야 함을 뜻한다고 하겠다.
둘째, 공공병원에서는 병원 내 병상을 포함한 한방진료부를 설치하는 것을 가장 선호하였다. 이는 획기적인 예산의 증액이 없이는 현실적으로 독립된 한방병원을 갖는 것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현재 상태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을 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셋째, 협진 시 추가하고자 하는 진료 과목으로 한방재활의학과가 압도적으로 많았다(협진 병원 85.7%, 비협진 병원 54.3%). 한방재활의학과는 특별히 협진을 아직 하고 있지 않은 병원에서보다 협진을 시행하고 있는 병원에서 더 많이 원하고 있어, 그 필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다음으로 필요한 진료 과목은 침구과였다. 침구과는 협진을 아직 시행하고 있지 않은 공공병원에서 가장 많이 원하였다(73.9%). 정부는 우선적으로 재활의학과와 침구과를 공공병원에 설치할 수 있도록 자원을 배치하여야 할 것이다.
넷째, 공공병원에서 협진을 하기 위해 필요한 한방 병상수는 기존 병상수의 대략 5%~20% 혹은 15병상~20병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현재 협진에 사용되는 병상수가 평균 4개임을 고려할 때 약 4배~5배의 한방 병상의 증가를 요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후속 연구에서는 적절한 병상수의 배합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3. 이론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가설의 검증을 통한 결론
기술도입이론을 바탕으로 가설을 (1)기술적 불확실성과 관련된 가설, (2)전략적 불확실과 관련된 가설, (3)인적자본과 관련된 가설로 나누었다. 이 세 부류의 가설들 가운데 (2)전략적 불확실과 관련된 가설들만이 지지를 얻었고 나머지 두 가지 가설들은 모두 기각되었다.
첫째, 병상수로 볼 때 소규모인 공공병원일수록 오히려 협진을 많이 하고 대도시 보다는 군 단위의 공공병원이 협진을 많이 함으로써 기술적 불확실성과 관련된 가설들이 기각되었다. 가설이 기각된 이유는 기존의 병원 의사들이 한방을 바라보는 시각이 불확실성을 수반하는 기술로 보지 않고 있음을 말한다. 다시 말해서 한방을 들여오는데 커다란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공공병원의 경우 군 지역의 100병상 미만의 소규모 병원에서 대부분 협진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방을 위한 별도의 병상이 없이 운영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술적 불확실성을 별로 느끼지 못한다는 결과와 일관성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전 연구들에서 양·한방 협진은 주로 친분이 있는 의사들끼리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렇게 협진이 이루어진다면 한방이라는 신기술을 도입함에 있어서 불확실성을 따진다는 측면은 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둘째, 병원도 무한경쟁 시대의 예외적인 대상은 아닌 것 같다. 1997년의 경제위기 이후 민간과 공공 부문에서 공통적으로 양·한방 협진을 하는 병원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1999년에 최고조에 이르렀다. 앞으로는 의료시장개방이라는 경쟁시장에서의 불확실한 상황이 예상된다. 특히 민간병원에서는 양·한방 협진이 의료시장개방에 대한 대응방안으로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므로 앞으로 이런 면에서 양·한방 협진의 확대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양·한방 협진은 오랜 경험을 가진 리더에 의해 이루어진다기보다는 한방에 대해 수용하려는 태도를 보다 강하게 가진 젊은 리더를 통해 더 많이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양·한방 협진을 위해서는 한방에 대한 신뢰 혹은 동등한 의학으로 인정하는 의식으로의 전환이 자기 분야의 지식의 깊이 혹은 오랜 경영 경험 보다 더 중요함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정부가 두 학문 간의 교류를 활성화하고 한방의 과학화에 대한 지원을 계속 늘린다면 젊은 양·한방 의사들에 의해 양·한방 협진은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