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원구의사회 조직혁신을 말한다

우봉식 노원구의사회장

 
우봉식 노원구의사회장
 
 지금 의료계는 전체적으로 ‘구조 조정기’를 거치고 있다. IMF를 기점으로 한국 경제가 구조 조정을 했다면 의료계로서는 의약분업이 그 시작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의약분업 이전 의료계의 모습은 지역의사회 뿐만 아니라 서울시의사회, 심지어는 대한의사협회 조차도 전문가적 위상과 정책을 갖지 못하였다. 그저 원로들의 명예로운 친목회 정도에 불과한 단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며, 때로는 일부 야망에 찬  몇몇 임원들의 활동무대이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00년의 의약분업과 의료계의 대정부 투쟁은 의료계의 모든 것을 뿌리부터 뒤흔들어 놓았다. 지금까지의 모든 관행은 개혁이란 이름으로 청산의 대상이 되었고, 의정(醫政) 관계도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의료계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들이 이전과는 너무도 많이 바뀐 것이다.
 
이러한 환경의 변화는 의료계의 생존을 위협하게 되었으며, 의사회 조직의 혁신이 필요하게 되었다. 의협으로서는 정부에 맞서기 위해 시민사회에 설득력 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하고, 시군구의사회는 지역사회에서 오피니언 리더로서 정책적 조언을 하는 역할을 해야만 되었고, 시도 의사회는 그 중간에서 매개와 광역범위의 업무조정 능력을 발휘해야만 되었다.
 
이러한 조직혁신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바로 사람에 있다. 모든 새로운 시도나 노력들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그 조직에서 일하는 사람의 역할과 자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엔 조직 업무 구조의 혁신이다. 조직 업무 구조의 혁신은 인적 혁신을 바탕으로 정부나 사회의 변화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협력체계와 실행력 등 다양한 역량을 체계화하는 데 있다.
 
노원구의사회의 혁신은 먼저 새로운 인적 쇄신을 통해 이루어졌는데 그 첫 번째는 구의사회장의 선출이었다. 과거 시군구 의사회의 회장 선거 방식은 연배순에 의해 몇몇 원로의사들의 적절한 거중조정을 통해 결정되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이러한 방식은 분명 의사회 조직의 업무가 연속성을 갖고서 이루어 질 수 있는 장정을 갖고 있다. 그러나 선거나 경합에 의해 선출된 회장에 비해 역동성에 있어서는 다소 떨어질 뿐만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세대교체를 단행할 수 있는 에너지가 부족한 단점이 있다. 2000년 투쟁 이후 우리가 맞이하게 된 시점의 시대 변화의 흐름에 부합되기에는 역부족인 점이 있다.
 
노원구의사회 조직 혁신의 밑바탕에는 지난 2000년 가을 실패한 투쟁을 되돌아보면서 의사사회의 자기성찰과 사회 참여를 목표로 설립된 ‘노원구청년의사회’가 있었다. 바뀐 환경에서 의사생활을 시작한 젊은 의사들이 현실인식을 토대로 의사회 조직의 혁신을 바라는 욕구가 분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과거의 ‘명예직 의사회장’이 아닌 ‘현장에서 일하는 역동적인 의사회장’을 원하였다.
 
젊은 회장의 출현으로 지역사회에서 의료계를 향해 분출되는 다양한 요구들을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역동성을 갖추게 되었다. 노원지역사회의 보건의료 관련 현장에는 어김없이 구의사회장이 있었으며 이런 활동을 통해 의사회에 대한 지역사회의 이미지를 크게 바꿀 수 있었다.
 
인적쇄신의 두 번째는 의사회 임원에 있었다. 과거 구의사회 임원들의 구성은 출신 학교별 안배에 따른 융화에 중점을 둔 인선을 하였다. 그러나 이것 또한 때로는 일할 자리에 일할 수 있는 사람이 갈 수 없는 등 업무의 비효율성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었다. 노원구 의사회의 임원진은 출신학교별 배려를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주요 직책에 있어서는 출신학교에 무관하게 의사회 회무의 원활한 수행을 위해 헌신할 수 있는 임원을 선임을 하였다. 이러한 인적 기반이 갖춰진 후에야 비로소 의사회 조직의 역동성이 생겨나게 되었다.
 
인적쇄신의 세 번째는 의사회 사무국 직원의 역량에 있었다. 2000년 투쟁 이전 의사회 직원들의 역할은 지극히 제한적인 업무에 불과했다. 의사회비를 징수하고 의협이나 시도의사회에서 내려오는 서신을 전달하는 정도의 역할을 할 뿐이었다. 지역사회 참여 활동이나 사무 능력 면에서 크게 뒤떨어지고 있었으며,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의사회비를 횡령하는 등 도덕적으로도 많은 문제점을 갖고 있었다. 현재 대부분의 의사회 사무국은 노령화와 관행적 업무 수행이라는 강력한 장해물에 직면해 있다.
 
필자는 의사회장이 되고 나서 사무국에 새로운 시대 변화에 맞게 업무의 혁신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을 요구하였다. 의사회 사무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필요한 컴퓨터 지식을 익히도록 하였고, 의사회 활동의 수행에 있어 긍정적 마음가짐을 갖도록 주문하였다.
 
과거의 단순한 업무에서 벗어나 의료봉사, 지역사회 참여활동, 사무 체계화 등 새롭게 주어진 업무에 대해 처음엔 매번 “과거에 하지 않던 일을 왜 지금은 해야 하는가?”라는 반문을 들어야 했으며 그 때마다 나는 “지금은 과거와 의료계 주변 환경이 전혀 달라졌고 이러한 환경에서 적응하기 위해서는 지금 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대답해야 했다.
 
인적쇄신에 이어 조직 업무 구조의 혁신을 추진했다. 지난날 의사회 조직의 상황은 초보적인 서류 목록도 갖추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과연 어디서부터 정비를 시작해야 할 것인지를 막막할 정도로 모든 것이 미비하였다.
 
먼저 사무실 현장 실사를 마친 후 업무에 반드시 필요한 기본적인 서류들을 갖추도록 지시하였다. 맨 처음 일일 업무일지를 작성하여 모든 상임이사진에게 보고토록 하였다. 일일 업무일지는 의사회 회무를 요약하여 작성하게 되며 이 자료들은 의사회의 회무 기록으로 남게 된다. 사무국 직원의 외근시에는 출장복명서를 작성토록 하여 업무 추진 현황이 일목요연하게 드러날 수 있도록 하였다.
 
사무국의 서류로 회의록, 문서 수발대장, 재물대장, 직원인사카드, 연봉근로계약서를 작성 비치하였고, 각종 행사의 자료는 반드시 기록으로 남함으로써 차기 임원이 업무를 수행할 때도 인수인계가 수월하게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사무국과 회장 사이에 인터넷 메신저를 이용한 실시간 의사전달 시스템을 갖춤으로써 빠른 회무 처리가 가능케 되었다.
 
재무 관련 서류들은 특히 더욱 철저히 정비하였다. 재정 집행을 하기 전에 사전에 지출 기안서를 작성하도록 하였으며, 예기치 않은 지출이 발생할 경우에는 사후에 기안서를 작성하여 즉각 결재를 받도록 하였다. 또한 모든 통장과 도장은 재무이사와 총무이사가 나누어서 관리하도록 하였으며 현금 인출이 필요한 경우에는 사무국에서 기안서를 들고 재무이사를 방문하여 은행 업무를 본 후 즉각 통장과 도장 등을 반납하도록 하였다.
 
회비 징수율은 높이기 위해 매월 회람을 돌려 월 10만원씩 회비를 분할 납부하도록 하였으며 징수된 회비에 대해서는 구의사회 홈페이지에 납부 내역을 게시하여 수시로 확인이 가능토록 하였고 회비를 완납한 경우 일련번호가 적힌 회비 납입 영수증을 발부토록 하였다.
 
의협이나 서울시의사회에서 나오는 교부금도 과거와 달리 구의사회 은행 계좌를 통해 수령하여 의사회 회계에 편입한 후 그 사용처를 분명히 함으로써 회계 투명성을 제고하였다. 뿐만 아니라 일반 사무 및 회계에 대한 감사를 분기별로 철저히 실시함으로써 회무의 효율성과 적정성을 높일 수 있게 하였다.
 
일반 회무와 관련하여 사무국은 회원 의료기관의 개설부터 폐업에 이르기까지 신규개설 관련 신고, 대진의신고, 인력현황변경, 구조변경신고 등 제반 행정업무를 대행하고 있으며 특히 개원 초기의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직접 찾아가 관련 서비스를 하고 있다.
 
사무국의 지역 참여활동을 강화하기 위해 관내 의료인 단체의 사무국뿐만 아니라 구청, 보건소, 지역 언론 및 방송, 세무서, 건강보험공단, 시민사회 단체 등의 실무자와 인적인 네트워크를 맺고 긴밀한 업무협조가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였다.
 
그 외에도 업무의 실행 단계에서 많은 혁신을 이루어 나가고 있으나 아직은 미완성의 형태이며 앞으로 의사회 조직은 지금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역량이 요구된다.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회무를 이끄는 최고 책임자인 의사회장의 부단한 노력과 솔선수범이 필수적이며 가장 중요하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의료 환경으로 되돌아 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어려운 여건 아래서도 미래의 한국의료를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숭고한 사명을 우리는 갖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