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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박상근 상계백병원 원장
 
 
우리나라 의료시장 개방에 대한 변화
 
모든 경제활동이 국제화 세계화되어 가는 과정에서 WTO/DDA 아젠다에 따른 서비스(12개) 개방을 결의 후, 2005년 11월 부산에서 열린 APEC정상회의 및 12월에 개최된 WTO 홍콩 각료회의에서 의료시장 개방이 새로운 압력요인으로 주목되고 있다. 또한 경제 맹주인 미국은 부시정권 2기에 들어와 경제 논리와 외교, 국방 등의 정치적 논리에 기조를 둔 FTA 협상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으며 미국에 수출 의존적인 우리나라로서는 미국과의 FTA 협상은 불가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은 국제적 환경에서 정부는 의료를 산업화하고 국제 경쟁력을 높여 국부 창출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하여 집중적인 관리를 시작했으며 의료시장 개방을 위한 의료제도 정비에 수순을 밟아 가고 있다. 동북아중심경제구상에 따라 외국자본 투자증대를 위해 2003년 7월 경제자유구역법이 시행되고 경제자유구역 내 유수한 외국인 전용 의료기관의 설립을 유도하기 위하여 내국인 진료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률개정안이 2004년 12월 31일 국회를 통과하여 2005년 4월부터 시행되었다.
 
이에 따라 국내 3개 경제특구(인천, 부산, 광양)에 외국인 영리의료법인 병원이 2008년에 개원될 전망이다. 이미 국내 인천송도 경제자유지역에 들어설 외국병원으로 미국 뉴욕의 NYP(New York Presbyterian) 병원이 확정되었다. 미국 NYP 병원은 1998년 뉴욕병원과 프레스비테리안병원이 합병해 탄생한 병원으로 콜롬비아 의대와 코넬 의대의 공식 제휴병원으로 미국에서도 병원평가 10위권 이내의 유수병원이다. 이 병원의 국내 유력한 우선협력 대상자로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이 거론되고 있다. 또한 제주도에도 법인세율 13%를 인하하는 내용의 국내외 영리의료법인 허용이 법제화되었다.
 
글로벌화 시대에 시장개방은 피할 수 없는 대세이며 의료도 예외는 아니며 금년도 대통령의 시정연설에서도 의료 산업화를 위한 의료시장 개방에 대한 의지가 담겨져 있는바 우리나라 의료시장 개방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의료시장 개방에 대한 국내여건
그러면 의료시장 개방에 대한 국내여건은 어떤가? 의료시장 개방에 대해서는 정부 부처간에도 의견합의가 명쾌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의료 시장 개방을 위해서는 선행되어져야 할 조건이 있다. 건강보험당연지정제 폐지, 영리법인 허용, 민간의료 보험 도입, 의료수가제도 자율화 등이 그것이다. 또한 의료시장 개방을 위하여서는 의료의 국제경쟁력이 필수적인데 의료 전반에 대한 국내 인프라의 수준이 국가 경쟁력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서는 회의적인 면이 없지 않다. 그간 통제적이고 단일하며 저수가의 의료환경에서 자란 의료계의 국제경쟁력에 대한 기대는 애초부터 잘못된 것이다.
 
의료를 산업화하고 의료시장을 개방하는 것은 국부 창출에 기여 할 수 있다는 점,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의료비용의 보충을 위해 민간보험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 국제경쟁력이 있는 의료의 질 향상에 기여 할 수 있다는 점과 소비자의 의료에 대한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는 점 등이 순기능으로써 매력이 있지만 의료소비자인 다수의 우리 국민들은 사회보장의 근간인 소득 재분배의 기능을 왜곡시키고 의료이용의 양극화를 조장시켜 사회통합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과, 그간 의료의 중심축으로 역할을 지탱해 온 건강보험의 위축, 의료비용 증가, 경제 논리로서의 의료의 왜곡 등등의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거세게 내고 있다.
 
정부는 보건의료발전계획안을 통해 의료시장 개방과 영리병원 허가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계획에 필요한 공공의료 확충 및 부실병원 인수 등에 소요될 자금 9조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지, 또한 시행 과정에서 분야별 이해관계를 어떻게 조정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 계획안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영리법인 허용과 건강보험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도의 철폐는 국내 의료인들의 오랜 소망이다. 의료시장 개방에 대해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료 공급자의 63%가 찬성한 반면 시민단체는 40%만이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고 영리병원 개설에 대해서는 의료계의 80%가 찬성한 반면 시민단체의 경우 71%가 반대해 극명한 시각 차이를 보였다.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가 최근 의사 12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65.8%가 의료시장 개방이 필요하다고 답했으며 의료시장 개방이 우리나라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응답이 60%에 달했다.
 
우리는 최근 우리나라 농민들이 외국까지 가서 농업분야 시장 개방을 거세게 반대하는 모습을 보았으며 영화인들이 스크린 쿼터제의 철폐를 반대하며 거리에서 농성하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외국 유수병원 국내 진출과 국내환자 진료 허용을 포함한 의료시장 개방이 국내 의료시장에 큰 파장을 부러 일으킬 것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의료인들은 이에 대하여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있으나 대부분 담담하거나 오히려 찬성하는 편이다. 그 이유에 대하여서는 의료시장 개방에 따른 의료환경 변화가 그간의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부터 벗어 날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국내 유치한 외국병원과 국내병원에 대한 역차별 금지로 병원계의 숨통이 트일 수 있다는 전망이 예상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계의 건강보험제도권 밖에서 비급여권으로 운용되어온 피부미용, 성형, 치과일부 분야 등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추어 이미 의료의 해외시장 개방에 앞서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그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의료시장 개방과 그 대책
앞에서 제시한 여러 점을 종합하여 판단할 때 의료시장 개방은 준비되지 못했으며 다소 시기상조가 아닌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 세계화의 추세로 의료서비스 형태 3인 상업적 주재 나아가서는 형태 4인 자연인의 이동까지 허용되는 의료시장 개방은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 자명함으로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이 중장기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의료는 여타의 기업과 달리 공공성이 배려되어야한다. 정부는 국민의 건강을 보장하는 사회복지 안전망적인 건강 보험 제도를 견실히 유지하면서 시장경제의 긍정적인 요소를 의료시장에 대입하여 제도개선에 노력하여야 하며 의료시장 개방에 따른 의료 공급자들의 해외진출에 대한 정보제공과 안내자로서의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의료시장 개방에 따른 국내 의료 체제의 개편에 필요한 재원조달 방안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한편 의료시장의 개방과 함께 국내 의료계의 큰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의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질 것이며 많은 병원의 통합 흡수 및 도산이 예상된다. 이 거센 생존경쟁의 바람에 맞서 이길 수 있는 병원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의료 공급자들은 국제적 경쟁력이 있는 의료의 질을 구축하는 한편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춘 효율적 병원경영을 위하여 혁신되어야 할 것이다.
 
의료 소비자들도 의료의 시장경제적 측면을 인정하며 그 부담의 차등화에 따른 선택과 차별화를 인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러면서도 진료 질적인 시혜의 기본권에 대하여서는 주장의 목소리를 낮추지 않아야 할 것이다. 그 동안 건강보험제도의 틀 안에서 나름대로 성장해온 우리의 의료체제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나 국제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는 점이 없지 않다. 자칫 무분별한 의료시장 개방이 우리나라 의료체계를 무질서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지 않을까 하는 우려감이 없지 않다.
 
다른 분야도 그렇겠지만 의료는 특히 교육에 의하여 그 명맥이 유지되고 계승 발전하는 학문이다. 의료시장의 문을 마음 놓고 활짝 열기 위하여서는 국제경쟁력이 있는 의학교육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