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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현병환 학기술부지정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장
 
 
1월 10일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황우석 교수 연구의혹 관련 조사결과 보고서’가 완료되어 언론에 공개됨으로써 작년 6월의 MBC PD수첩 제보와 11월의 언론보도 이후 사상 유래없는 과학의 국민관심도 폭발현상은 일막을 마치고 검찰수사라는 법적 문제로 다음 장면이 넘어갔다. 
 
전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필자도 기사나 사실 하나하나에 놀라고 충격받고 상처받으면서 내가 만났던 사건관련자들의 평소 면모를 회상하며 지난 몇 개월을 보낸 것 같다.
 
그러면서 지난 20년 동안 참여해서 일해오고 있는 우리나라 생명공학 발전사가 선명히 떠오르면서 이제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무엇이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구상을 하게 되는 것은 생명공학 정책연구자로서 본능적인 직업의식의 발로인 것 같다.
 
필자는 본 사안들을 몇가지 관점에서 분석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본다. 첫째는 누구나 관심있게 보고 있는 연구결과와 관련된 진실규명의 관점, 둘째는 본 사안에서 야기되는 생명공학분야를 포함한 국가 연구개발 기획, 예산배분, 평가 전반에 걸친 제도보완 문제, 셋째는 우리나라 생명공학에 미칠 영향과 대책의 관점, 넷째는 윤리문제를 포함한 public acceptance 문제 등 많은 검토사항들이 존재하게 되었다.
 
어떠한 관점에서든 사안은 중요하나 본 문제들을 깊이 검토하고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면 우리는 황우석 교수 사태가 IMF를 통한 경제정화 현상과 같이 과학기술계 생산성 향상의 더 없이 좋은 기회가 된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다. 위기는 기회와 같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인 것이다.
 
우리나라 생명공학의 좌표를 보기위해서는 먼저 과거부터 살펴본 이후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설계해야 할 것이다. 한국 생명공학의 발전은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탄생과 괘를 같이 하였다.
 
20년 전인 1985년 처음으로 유전공학(당시는 생명공학이란 용어가 없었다)이라는 이름으로 KIST 부설 유전공학센터(센터장 한문희)가 탄생되었고, 연구비를 마련하기 위해 과학기술부의 정밀화학진흥계획에 유전공학 파트를 넣어 과기부 특정연구개발사업비로 약 20여억원의 연구비를 마련하여 학계와 더불어 연구를 시작한 것이 국내 생명공학 연구의 시작이었다.
 
이후 생명공학육성법 제정(’83. 12) 및 동법시행령 제정(’84. 9)과 이를 근거한 「생명공학육성기본계획(Biotech 2000)(’94~2007)」 수립(’93. 12) 및 관계 7개 부처 공동 추진으로 생명공학은 국가의 중심과제로 등장하게 되었다.
 
21세기를 주도해나갈 핵심 전략기술로 자리매김한 생명공학은 국가 경제 발전뿐만 아니라 질병∙식량∙에너지∙환경 등 인류의 난제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확실시되는 이제는 움직일 수 없는 전 세계적 과학기술 명제이며 10년 후 3100억달러의 황금시장을 향한 국가간 전쟁의 현장인 것이다.
 
‘94년 536억원이었던 한국의 생명공학 분야 R&D 투자는 10여년이 지난 2005년 약 7000억원 규모로 늘어났다. 2004년 우리나라는 10대 차세대 성장동력사업의 하나로 ‘바이오신약∙장기’를 선정하여 생명공학 분야의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생명공학을 미래 전략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물론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미국의 40분의 1)이며 생명공학 40년 역사에 비해 한국은 20년의 역사를 가진 후발주자이지만 한국인의 우수성은 연구성과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세계 30개국 중 SCIE에 게재된 생명공학 분야 한국인 저자 논문 수는 1995년 933건으로 23위였으나, 2004년 총 3,213건으로 13위를 차지하는 양적인 성장세를 기록하였다.
 
또한 세계 최고 수준의 학술지인 CNS(Cell, Nature, Science)에 게재된 논문 수도 1996년 1편에서 2005년 24편으로 한국의 생명공학 분야 논문이 급격한 질적∙양적 성장을 하고있음을 보여준다.
 
특허에 있어서도 미국 등록 특허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한국은 지난 10년 동안 378건의 특허를 등록하여 전체적으로는 15위를 차지하며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등록 특허로 살펴본 생명공학 국가별 기술 수준’을 살펴보면 한국의 기술수준은 1995년∼1999년 20위에서 2000년∼2004년 14위로 기술 수준이 상승하였으며, 특히 생물자원 탐색, 생물농약 및 환경생물공학 분야에 높은 특허 집중도를 보임을 알 수 있다.
 
또한 한국특허청에 출원된 생명공학 분야 특허 동향을 살펴보면 외국인 출원이 내국인 출원보다 많다가 1999년을 기점으로 급격한 출원 증가세와 함께 내국인 출원이 외국인 출원을 앞서나가게 된다. 이로 미뤄볼 때 한국의 생명공학 분야 특허 활동은 2000년을 전후로 급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의 신약 개발은 1999년 국내 최초 신약인 SK 케미칼의 ‘선플라주’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12개의 국내 신약이 개발되었다(2005년 9월 기준). 이중 2003년 LG 생명공학의 팩티브정이 국내 최초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음으로 한국을 제약 선진국으로 발돋움하는데 큰 계기를 마련하였다.
 
Factive는 LG생명과학에서 약 330억원을 투자하였는데 작년 4월 기준으로 milestone 수익 750여 억원, 제품판매수익 500여 억원을 이미 확보하였고 국가별 적응증 확대 및 로열티로 2017년 특허만료시점까지 막대한 수익이 예상된다.
 
생명공학 분야 연구 성과는 투자비용에 비해 실로 많은 성과를 창출하고 있음을 최근 조사에서 보여주고 있는데 현재 전 임상을 포함한 임상이 진행 중인 국산 신약은 모두 93개(2005년 1월 기준)로 이중 임상 1상∼3상 중인 신약은 30% 이상이다(2005년 생명공학백서).
 
또한 특허가 만료되는 기존의 약품의 성분이나 제조방법, 전달물질 등을 개선하여 약효를 증진시키는 개량 신약 분야 연구도 매우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조사로 과학기술혁신본부에서는 우리나라 생명공학의 연구개발, 제품생산 파이프라인의 조사를 통해 bottleneck 분야를 점검하여 예산배분 시스템을 개선하는 일련의 작업을 최근에 수행 중에 있다.
 
민간기업 18개사의 조사에 의하면 기업의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전임상 시험 의뢰 건수가 2000년∼2004년 225건에서 2005년 한해에만 107건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향후 몇년내 477건의 임상∙전임상 시험 의뢰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임상∙전임상을 계획하고 있는 아이템의 연구가 4∼5년 전의 연구에서 나온 것이며 당시 정부연구비가 2,000억원에 불과하였음을 볼 때 7,000억원 수준의 현재연구비가 결과로서 나올 4∼5년 후의 연구결과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되어 빈혈치료제인 EPO와 같은 블럭버스터(연 매출의 1억불 이상인 제품) 신약 개발이 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이는 생명공학이 과학, 기술단계를 넘어 산업화의 초입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좋은 징조라 할 것이다.
 
이렇듯 한국의 생명공학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질적∙양적 성장을 향해 질주해왔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급격한 성장의 이면에 나타난 그림자가 작금의 황우석 교수 사태로 투영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정신없이 예산을 확보하고, 좋은 성과를 내기위해 고심하고, 산업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면서 우리는 많은 것을 얻었고 소중한 경험도 얻었다. 혹시 성과만능에 빠져 챙겨야 할 소중한 것들이 빠진 것은 없었는가?
 
한국 생명공학의 미래는 있는가라는 질문에 단호히 ‘미래는 밝다’ 라고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역설적으로 작금의 사태가 한국생명공학을 살리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그동안의 양적성장에 계속 중독되어 있었다면 제대로 주위를 살피지 못하고 살림집을 다 태워 버릴 뻔한 것이다.
 
계속적인 예산확대보다는 논문맵, 특허맵, 시장분석을 통한 철저한 과학적인 연구기획 방법도입, 철저한 진도관리와 진실된 연구결과를 판단하는 시스템의 확립, 연구결과의 대형화를 유도하는 철저한 연구결과 평가시스템 구축, 철저한 윤리적 대응방안 마련 등 많은 부문이 철저히 보완되어야 하며 비로소 생명공학이 국가의 핵심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작금의 사태를 보면서 한국생명공학은 참으로 운이 좋구나 하는 상념을 하면서, 국가지정 정책연구기관으로서 생명공학정책연구센터가 해야 할 일을 점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