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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의사면허의 질 향상(Quality Improvement for Licensure)
 


 
 
백 상 호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천의대 초빙교수)
 
 
1. 의사 자격의 질 보장
 
의사의 직업적 역할은 국민의 생명과 매우 깊은 관계가 있고 따라서 다른 어느 직업인보다 그 역할의 사회적 책무가 막중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일은 특수한 전문교육을 받고 엄격한 검증을 거쳐 공적으로 의사 자격이 인정되었을 때 비로소 허락이 되고, 의사가 된 뒤에도 그 직업을 유지하는 한 일생 동안 주기적인 보수교육을 받아 능력을 유지하도록 법으로 엄격하게 규정해 놓고 있다.
 
이렇게 여러 단계에 걸쳐 질이 보장되어야만 의사가 하는 일에 대하여 국민은 신뢰를 하게 된다. 따라서 이러한 의사의 질 보장 관리는 대학교육, 면허시험, 평생교육을 통해 당연히 지속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렇게 의사의 질을 향상시키고 보장하고 유지하려는 노력은 국민의 기대감, 사회에 대한 책무만으로도 충분한 사유가 되며 여기에 의사 자체의 질 향상을 보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의사면허의 질 향상 노력 뒤에 숨은 뜻은 궁극적으로 환자의 안전 보호(safety protection for patients)에 있다. 의사면허의 질 높이기에 대한 국민과 사회의 기대감은 크지만 내용이 워낙 전문성이 강해 그것은 의학계에 일임이 되어 있고 자율적으로 개선해 나가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이제는 의학계가 이런 책임을 외면할 길이 없게 되어 있다.
 
2. 면허시험의 질
 
의사의 질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인 중의 하나가 자격을 부여하는 면허시험이므로 의사의 전반적인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시험의 질을 높이는 것은 결과에 많은 영향을 미치리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것을 전제로 하였을 때 의사면허시험의 질을 향상시키려면 시험의 무엇을 개선해야 질이 높아지겠는가를 우선 생각하게 된다.
 
가장 쉬운 일반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의사가 하는 일이 무엇인가?” 하는 것과 “그 일을 하려면 어떤 능력이 필요한가?”라는 것의 답이 곧 향상시켜야 할 큰 테두리의 연구 대상이 될 것이다.
 
이것이 관련성에 관한 과제이고 그런 임무수행능력을 제대로 평가 판정하고 있는가의 문제는 두 번째 신뢰성에 관한 과제이다. 신뢰성은 매우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나 관련성이 더 시급한 비중을 가진다.
 
의사의 가장 기본적인 능력은 “국민의 건강 지킴이”이기 때문에 의사라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것은 바로 환자 진료에 필요한 “임상수행능력”(basic clinical competence)이며 대학교육과 의사시험에서는 그 수준을 가장 기본적인 일차 진료의사에 맞추고 있다.
 
대학에서도 이것을 교육시키고 의사면허시험에서도 이것을 검증한다는 뜻이다. 졸업한 뒤 실무 경험이 쌓이면서 수준은 점점 숙련된 단계로 변하게 되고 추가적인 교육으로 내용의 폭은 확대되면서 또 다른 질 검증 절차가 필요하게 되는데 이것이 곧 전문의시험이 되는 것이다.
 
“임상수행능력”이란 말은 매우 추상적인 표현이며 따라서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이 담고 있는 내용은 1) 의학전문지식의 활용 능력, 2) 환자와의 의사소통 능력, 3) 진료기술의 적용 능력이다. 대학에서 교육의 3대 영역으로 분류하는 바로 지식, 태도, 수기 영역이다. 의사면허시험에서는 이러한 단계의 검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내용이 고루 포함되어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3. 면허시험 질 보장의 책임
 
의사 수행능력에 대한 질 보장의 책임은 일차적으로는 이들을 교육시키는 의과대학에 있고, 두 번째로는 이들의 능력을 검증하여 면허를 내주는 시험기관에 있으며 세 번째로는 이러한 교육과 시험의 질 보장이 잘 이행되고 있는지를 감독하는 국가기관에 있다.
 
평생교육을 통해 질 보장을 해야 하는 의사 단체에도 당연히 책임과 의무가 따른다.
 
그러나 무엇을 어느 정도 배우고 지금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일이 매우 전문적인 내용이어서 국가나 사회단체에서는 잘 모르게 마련이다. 결국 의학계가 스스로 책임감과 의무감을 가지고 해나가는 수밖에는 없다. 이것을 도외시하면 사회로부터의 질책과 비난이 가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의사가 해야 할 일을 대학에서는 고루 가르쳤는데도 검증 단계에서 빠뜨렸거나, 교육에서는 빠뜨렸는데 시험 단계에서 검증한다면 큰 혼란이 온다.
 
그러나 반드시 들어가야 할 내용이 두 과정 모두에서 다 빠졌다면 이것은 더욱 큰 문제로서 의학계가 할 일을 다 하지 못한 것이기 때문에 사회에 대한 책무의 한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학교육(UME), 졸업후교육(GME), 평생교육(CME)  및 그 중간의 각 단계에서의 검증 과정은 의사의 질 관리 및 보장을 하는 연속된 사업이어야 한다.
 
중복되어도 안 되고, 누락되어도 안 되므로 의학계 안에서는 서로 사이에 공통의 인식을 가지고 잦은 접촉으로 교류를 하면서 각자 맡은 바 책임을 완수해야 하는 역할분담으로 이어져 가야 한다. 결국 어떤 과정이 되었든 역할로 미루어 볼 때 의사의 질 보장은 의료계 자체의 책임이 가장 막중하다.   
      
4. 의사면허시험의 질 개선 
 
의사면허시험은 지난 20년 동안 꾸준히 개선을 해왔다. 제도 면에서도 내용 면에서도 발전이 있었으며 그 결과 평가의 기본 원칙에서 벗어나 있던 많은 부분도 바로잡혔다. 개선의 대부분은 가장 취약한 부분의 급한 불끄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왔으나 어느 정도 기본 틀을 갖춘 지금 단계에서는 세 가지 점에 역점을 두고 질을 높여야 할 때가 왔다.
 
그 하나는 환자의 안전이 보호되어야 하는 명분이 가장 크기 때문에 이런 관념에서 벗어난 검증 항목의 누락이 하루 빨리 보완되어야 하고 또 하나는 기본임상능력 수행에 필요한 지식의 공감대를 형성하여 통일시키는 일이 되어야 할 것이며 마지막 하나는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그리고 실제 임상 상황에 보다 가까운 상태로 시험을 시행하도록 하는 일 등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패널리스트는 이러한 점에 당위성과 타당성 여부를 조명해 보고 가능성도 검토해 주었으면 한다.
 
선진국의 의사면허시험은 매우 빠르게 그리고 합리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그 동안 쫓아가느라고 바빴지만 이제는 같은 대열에 서도록 속도를 더 내야 할 때가 왔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진국 면허시험의 목표와 방향, 제도, 정책, 기준을 이끌어가는 NBME(USMLE), MCC(MCCQE), IAMRA, AAMC, ISO 등의 연구와 시행사업 결과를 눈여겨보면서 학계의 인정을 받고 이미 검증된 탄탄한 지적 수확물을 우리 체질에 맞게 조절하여 적용시키는 지혜가 필요하다.
 
5. 제언
 
시험의 질을 개선하는 작업은 지루하고도 긴 과정이다. 자칫 호응도가 낮아지고, 관심도가 적어지면 매너리즘에 빠지기도 쉽고 포기하기도 쉽다.
 
이것은 곧 국민의 건강, 안전 보호를 걱정해야하는 의학계의 사명감이 희석되는 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행여나 이러한 흐름이 생긴다면 국민에 대한 의학계의 책임과 의무를 스스로 저버리는 노릇이기 때문에 그것에 따르는 사회적인 질책은 대단할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의사시험의 질을 높이는 일을 느리지만 꾸준히 지속시켜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개선을 위한 장기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단계적 실천계획을 세워 의학계의 폭 넓은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사업을 위해서는 적절한 공동의 투자가 필요하며 긴 작업이 될 가능성이 크므로 단계별로 일을 맡는 사람이 바뀌더라도 목표가 흐려지거나 방향이 잘못 잡혀지지 않도록 이제는 “의학계의 합의된 개선 목표와 방향”의 확고한 결의가 필요한 때가 왔다고 본다.
 
말하자면 체계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뜻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