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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노인요양제도의 기본은 의료영역에서 출발해야


 
박윤형 순천향의대 교수
 
노인요양보장제도의 기본시안이 발표되고 7월부터 5~6개 시·군·구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이 시작된다. 정부는 2007년 도입을 목표로 실행위원회측이 최종 건의한 제도시안을 토대로 공청회 등 국민의견 수렴과정을 거친 뒤 올 10월 정기국회에 ‘노인요양보장법’을 제출할 예정이다.
정부가 도입하고자 하는 노인요양보험은 ‘치매·중풍보험’으로 불리어지듯이 주로 치매와 중풍을 앓고 있는 노인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가족들의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감소시키는 것이 주목적이다. 즉 현재 가족들이 환자를 수발하면서 돈과 인내를 바닥내고 만신창이로 파괴되는 가정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러면 지금부터 정책추진을 위한 주요한 내용을 점검해 보자. 우리나라에는 현재 거동을 못하는 중증치매환자가 약 4만 3천명이다. 중등증은 9만 명, 경증은 2만 명 정도로 추정되며 중풍환자는 18만 명 수준이다. 이 환자의 60~70%는 가족이 수발하고 있으며 10~20%는 수발할 사람이 없는 실정이다. 이들을 수용할 수 있는 공공시설은 일반요양시설이 235개소로 1만6천명 수용가능하며, 주로 간호서비스를 하는 전문요양시설로 241개소로써 1만7천명 수용이 가능하다.
 
전문요양병원은 62개소로 6천 병상 정도이다. 이와 함께 민간요양시설이 134개소로 만 명 정도 수용 가능하다. 즉 현재 전체적으로는 4만 3천명 정도는 수용이 가능하나, 중증환자를 위한 전문요양시설은 3~4만 명, 일반요양시설은 5~6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한편 환자를 집에서 모시고 있는 가정에 대한 가정간호서비스와 각종 수발, 간병, 목욕 등 사회복지서비스도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중풍 치매노인에 대한 사회의 대책은 시급한 과제이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가지 방법 중 보험의 방식이 최선인지는 더 검토해야 할 과제이다. 우선 정부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노인요양보험 제도를 살펴보자.
 
첫 번째 이 제도는 보험도입에 앞서 중증 치매·중풍환자를 각 가정이 부담할 수 있는 저렴한 가격으로 맡아주는 의료체계내의 시설의 확충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의 1% 정도의 중증노인 질환자는 우선 국가에서 예산으로 보호하는 것이 복지국가의 책무일 것이다. 따라서 2010년까지는 저소득층과 서민을 위한 중증노인 치료요양시설 확보와 가정간호서비스 등 필요한 급여를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된다.
 
이 제도의 두 번째 문제점으로는 의료의 사회복지화와 사회복지에 대한 비용 지불제도 도입이라 할 수 있다. 보험을 이용한 지불체계도입으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 사업자를 활성화 시키려면 그동안의 공공사회복지 전달체계에 대한 기본계획을 대폭 수정하고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아울러 많은 나라들이 복지서비스는 공공의 영역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 감안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노인요양시설과 양로원 등의 시설종류도 통·폐합하여 시설기준·운영 및 지원방법 등을 표준화해야 한다.
 
세 번째는 요양관리사(케어매니저)와 케어플랜에 관한 문제이다. 서구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효(孝)사상이 남아있어 치매·중풍 부모를 대부분이 자식들이 불평 없이 모시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요양시설이 매우 부족한데도 불구하고 중증환자시설 부족문제 이외에는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지 않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족들이 생계나 생활에 심한 불편이 없으면 같이 모시고 싶어하며 가족들의 노동으로 간병하고 있다. 따라서 재가요양을 위한 사회복지서비스 또는 가족의 희망에 따라 가정에서 요양 중인 중증환자의 가정간호 서비스 등은 가족의 판단과 요청에 따라 제공하면 된다. 다만 독거노인의 경우는 케어매니저의 도움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모든 경우에 케어매니저가 개입하고, 케어플랜에 따라야만 보험급여가 된다면, 신청과 판정사이의 시간차이, 케어플랜에 대한 불만과 시정요청, 관료화될 소지가 많은 케어매니저 관리체계 등 많은 문제점만 노출시킬 것이다. 따라서 케어매니저에 의한 케어플랜 적성은 의무사항이 아닌 지원 사항으로 해야 할 것이다.
 
네 번째는 노인요양보험의 관리주체를 건간보험공단으로 함으로써 현재 건강보험운영의 문제점이 노인요양보험운영에도 그대로 전가되는 것이 우려된다. 공단은 인력을 더욱 증원해야 할 것이며, 그동안의 구조조정 노력은 중단될 것으로 예상되며, 조직이 커지면서 더욱 관료화되고, 노사분쟁은 대형화될 가능성이 높다. 공단이 이를 담당하고자 한다면 먼저 지역별로 상당히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서로 경쟁하는 체계로 만드는 등 조직을 먼저 개혁해야 할 것이다.
 
다행이 이번 계획은 정부의 재정지원으로 시범사업을 먼저 시작하고 있다. 따라서 ‘노인요양보험법’의 제정 등을 서두를 것이 아니라 사회각계에서 지적하는 문제점과 시범사업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종합 분석하여 가장 합리적인 방향으로 정립되어야 한다. 이웃 일본은 노인인구가 16%를 넘는 2000년에 노인개호보험을 도입하였다. 다행히 우리는 이 제도를 비교적 빨리 검토하였고, 시범사업도 빨리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으며 정책의 시의성은 매우 좋은 편이다. 따라서 이번제도만은 많은 후유증을 남긴 다른 정책과는 다르게 모두가 의견을 같이하는 좋은 제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줄 것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