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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더욱 업그레이드된 의료기관평가 기대


  
                                      김문숙 서울대병원 QA팀장
 
 
지난해에 실시된 보건복지부 주관의 전국 대학 병원 42곳과 500병상 이상 종합병원 36곳 등 78개 병원을 대상으로 한 의료기관평가 결과가 드디어 공표되었다.  
 
의료기관평가는 환자들의 알 권리와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처음으로 시도한 병원 평가이니만큼 추진되는 과정에서 여론의 주목도 많이 받았다.
 
그러나 순수한 의료의 질 평가가 아닌 의료서비스 평가라는 한계에 부딪혀 의료기관평가에 항상 따라다녔던 수식어가 되어 버렸고 의료법 개정 후에 시행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내세운 시험은 평가대상 병원들로 하여금 초긴장 상태로 돌입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비교적 일반인들이 평가항목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자세하게 평가 항목을 설명하였고 미비한 부분에 대해서는 자체 개선책을 도모하고자 하는 취지로 의료기관평가 결과는 4개 등급으로 발표됐으나, 4개 등급에 대한 순위 성적표는 곧바로 산출돼 우려했던 의료기관들의 순위가 매겨지자 순위에 따른 해당 병원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미국의 의료기관신임기구인 JCAHO(Joint Commission on Accreditation of Healthcare Organizations)는 환자안전과 의료의 질에 유의하게 영향을 미치는 의료기관의 프로세스나 시스템을 주요 평가 영역으로 3년 주기의 정기조사와 필요시 불시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의료기관별 신임과 비신임 등 평가결과를 홈페이지에 공표하고 있고 평가결과도 정부 보건의료사업 참여, 금융, 보험자 인가요건 등 다양한 각도에서 활용하고 있다.
 
한편 U.S. News & World Report는 환자들이 올바른 의료기관을 선택할 수 있도록 전문가로 하여금 제일 명성 있는 병원들을 소개하고 DRG 환자 중에서 중증도가 보정된 사망률과 다른 진료관련 요인들을 조사 분석, "Best Hospital"을 선정하여 일반인들에게 매년 알려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우리나라 현실과 사뭇 다른 점이 엿보인다. 의료의 질 관리는 민간주도의 기구에서 자율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결국 신임을 받지 못한 의료기관은 평가결과 공표로 인해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 반면 언론은 객관적인 자료와 평가항목으로 미국에서의 최고 병원을 지정하여 환자와 소비자로 하여금 병원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여건을 따로 마련해 놓은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현실에서는 전반적 제도적인 뒷받침 없이는 평가를 앞세운 잣대가 의료기관에 도움을 줄 리는 난무하다. 비합리적인 의료수가체계, 의료시장 개방 등으로 인한 의료기관의 현주소는 갈수록 열악해지고, 특히 대도시에 있는 대형병원보다 지방에 있는 병원의 경우는 더욱 더 힘든 여건임은 두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누구보다도 의료기관 당사자들이 두려워했던 현실이 닥쳐온 것이지만 모든 병원이 서로 윈윈할 수 있고 의료의 질을 한 차원 높일 수 있는 그런 의료기관평가가 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
 
아직까지 병원간의 표준화된 데이터 축적과 공유가 되어 있지 않고 정작 제일 중요한 의료의 질을 배제한 서비스 중심의 의료기관평가는 소비자의 입장에서 엄밀히 따져볼 때 그다지 커다란 실익은 없다고 할 수 있겠다.
 
시설, 환경이나 제반 시스템, 환자 만족도뿐만 아니라 추후 의료진의 정제되고 숙련된 객관적인 진료성과까지도 모두 포함하는 의료의 질적 측면을 강조한 평가항목의 지속적인 개발 및 보완을 통해 더욱 더 업그레이드되고 거듭나는 의료기관평가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