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병·의원은 토요일이 가장 바쁘다. "남자도 임신과 출산의 고통을 공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젊은 부부들이 크게 늘어나면서 평일보다 휴일인 토요일에 남편과 함께 병·의원을 찾는 임산부들이 많기 때문이다. 병원 진료실과 대기실, 심지어 분만실에서 남자를 만나는 게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 됐다. ◇남편과 함께 병원으로 대구지역 산부인과 전문병원인 H병원에 오는 임신부 상당수가 남편과 동행한다. 이들은 진료실에 함께 들어가 태아 상태를 알아보고 전문의와 상담한다. 최근 들어서는 분만을 함께 하는 남편도 급격하게 늘고 있다는 게 병원측의 설명이다. 또 예전과 달리 분만 여성 대부분이 신생아에게 모유를 수유하고 있으며, 병원도 이를 권하고 있는 분위기다.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남편과 함께 병원을 찾으려는 임신부의 편의를 위해 토요일 오후까지 진료하는 병원도 눈에 띄게 늘고 있는 추세다. H병원은 토요일 오후 5시까지 진료한다. 이 병원 관계자는 "몇 년전까지만 해도 친정어머니나 언니 등 여성과 함께 병원을 찾았지만 지금은 산전 체크때부터 출산까지 부부가 동행, 초음파를 같이 보며 격려하는 모습이 일상화됐다"고 말했다. ◇특화만이 살 길 올해 들어 쌍춘년 효과 등으로 출산율이 다소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단기간에 출산율이크게 높아질 가능성은 낮다. 출산 환경 급변은 지역 산부인과에 새로운 트렌드를 낳고 있다. 2000년대 들어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분만환자가 줄어든 반면, 병원과 의사수는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지자 40∼50 병상 규모의 산부인과 병원 10개 정도가 개원해 특화된 전문병원을 표방하고 있다. 출산 전문병원 대부분은 산후조리원을 함께 운영, 임신부터 조리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다. 산부인과 병·의원에 남편이 함께 오는 것은 젊은 부부들의 임신·출산관이 달라진 탓도 있지만, 병원의 친절서비스도 한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 몇년전만 하더라도 남자의 산부인과 출입에 대해서는 주위의 시선도 곱지 않았지만 병원측도 귀찮아했던 게 사실. 그러나 요즘 산부인과 병원들은 남편에게 더 친절하다. 출산의 인연을 맺게 된 병원과는 산후에도 아동의 건강관리, 여성병 등의 검진 및 치료를 맡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임산부 관리는 중요하며, 특히 남편의 의견이 병원을 선택하는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동행한 남편을 친절하게 대할 수밖에 없다. 효성병원 정영식 의무원장은 "임신부 감소와 의사 증가는 산부인과를 둘러싼 환경을 급변시켰다"며 "경쟁력 있는 병·의원만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에 차별화된 질 높은 의료서비스는 물론, 의료외적인 친절서비스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디포뉴스 제휴사-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영남일보 유선태기자(youst@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