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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신임 원자력의학원장 ‘의사는 안 된다?’

과학계 “의학원은 과기부 연구기관”…반대여론 높아

한국원자력의학원이 이달 말 출범을 앞두고 연구와 진료와의 조화를 놓고 고심 중인 가운데 과학계는 “원자력의학원은 과기부 소속 특정 연구기관”이라며 기존의 의료 중심 운영에서 탈피할 것을 강력히 주장, 과학계와 의료계의 갈등 양상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국내 생명과학연구자들의 커뮤니티인 브릭(BRIC, 생물학연구정보센터) 게시판에 올려진 ‘눈뜬장님과 벙어리 냉가슴’란 글이 게재된 이후 이 같은 양상이 확산되고 있는 것.
 
‘원자력의학원 연구원협의회(이하 원자연구협의회)’의 이름으로 올려진 이 글에서는 “원자력의학원은 방사선 의학을 연구하는 정부출연 연구소”라고 설명하고 과학기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소임에도 불구하고 100%연구비(인건비 포함) 전액을 경쟁적 수탁연구방식에 의존하는 상황이며 연구원가에 인건비와 인건비 대비 60%에 준하는 간접비 (2007년 68%로 상향조정)를 포함하고 있는 열악한 현실을 성토했다.
 
무엇보다 의학원 기관 고유사업을 연구센터 내 연구기획팀이 아닌 병원 행정부서가 따로 관장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9명의 병원관계자와 연구센터장 1명을 중심으로 구성된 9:1 권력구조의 행정위원회를 거쳐 기관장이 최종 선정하는 등 의사대비 절대 열세 상황임을 지적했다.
 
또한 “구조적으로 병원과 연구센터가 대등한 위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보공유의 단절이나 외부인력에 대한 차별 등은 연구센터직원의 의욕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했다”며 “병원과 연구센터의 회계가 분리되어 있지 않은 탓에 연구원들이 각고의 노력으로 연구비를 수주해 오면 간접비가 연구 설비나 기자재 분야로의 재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고 개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비 삭감이나 과제가 중단되면 병원은 별다른 타격이 없지만 연봉제인 연구센터직원만 모조리 옷을 벗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원자력의학원으로 독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설립위원회가 의사 3명, 병원 친인사계 1명, 과기부 당연직 1명으로 구성, 초대 의학원장 자격조건이 의사면허 소지자여야 한다는 항목을 추가했다며 의학원의 설립목적은 암 병원이 아니라 과학기술부에서 연구비를 지원 받고 방사선 의학을 연구하는 연구소임을 재차 강조했다.
 
이와 관련, 전여옥 의원(한나라당)은 지난 달 임시국회에서 과학기술부 장관에게 원자력의학원의 신임 의학원장 자격 문제를 비롯해 회계 관계, 병원의 정체성 등에 관해 집중적으로 질의를 한 바 있다.
 
질의 핵심 사안은 *신임 의학원장 자격이 왜 의사여야 하는가 *왜 연구센터와 병원의 예산 분리가 이뤄지지 않는가 *높은 간접비 비율 *과기부 소속이면서 동남권 의학원 설립 등 병원 중심 운영 등이었다. 
 
특히 예산수입에 대한 항목이 분리되지 않아 수입과 지출에 대한 명확한 내역이 없어 병원의 적자를 연구비로 충당하는 것은 아닌 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었다.
 
게시판에 해당 글이 게재되자 연구원들은 일제히 병원과 방사선연구센터의 소속을 각각 복지부와 과기부로 분리하던가 MD로 한정한 기관장 자격 및 미분리 돼 있는 회계 관리를 과기부 산하 연구기관에 맞게 정비할 것을 요구했다.     
 
한 연구원은 “원자력의학원 중 병원은 제 2암센터로 지정, 보건복지부로 가고 방사선연구센터는 독립을 하던지 원자력연구소의 부설 기관으로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과기부 장관이나 원자력의학원 담당 국장 등 해당 기관 관련자들의 마인드에 의혹을 제기하며 “지금 상황을 개선하고자 할 의지가 과연 있을까 의문이다. 이대로 변화가 없는 한 결국 연구부분의 예산은 진료부분의 예산으로 휘둘리고 연구비 부족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우울하게 전망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그 동안 정부가 국내 과학계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서운함과 맞물려 자칫 과학계와 의료계간의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PD수첩이나 추적60분과 같은 사회고발프로그램에 제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 간접비가 68%라면 대체 인건비며 실험재료비가 어떻게 충당된다는 것인지 말이 안 된다”며 사안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과기부 산하 기관마저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국민들을 속이고 이공계 전문인력의 연구 의욕을 저하 시키니 이 나라의 장래가 깜깜하다”고 성토한 한 연구원은 “의과대학이 있는 종합대학교의 대학총장이 꼭 의사가 되어야 하는 건 아니 것과 마찬가지 이치”라고 기관장 자격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한편에서는 과기부 산하 연구기관장을 공모하는데 서둘러 의사면허소지자로 한정한 것을 보면 '뭔가'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러한 조항을 넣어서라도 반드시 기관장 자리를 지켜야 할 이유가 있는 사람들의 뜻이 그대로 설립위원들에 의해 관철된 것 같다는 것.
 
만약 이것이 과기부 정책담당자들의 자발적 판단이라면 과기부는 문닫아야 할 것이라고 분노를 표했다.
  
무엇보다 이들은  간판은 연구기관으로 걸어놓고 실질적으로는 병원운영을 하면서 과기부로 부터 수백억씩 지원을 받았다는 데 어이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 연구원은 “연구사업을 하려면 연구기관답게 운영되도록 잘 관리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 기관장의 자격을 의사면허소지자로 제한해 놓고 연구기관이길 바라느냐”며 주무기관인 과기부의 해명과 이에 대한 책임추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후에 원자력의학원 기관장이 선출되더라도 이번 원자력의학원 원장 공모에 문제가 있음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의학원장 직무가처분 행정소송도 불사해 연구자들의 권리를 찾을 것임을 밝혀 과기부를 비롯한 설립위원회 측의 향후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지현 기자(jhchoi@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