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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의학드라마에 중독되다

MBC '하얀거탑'과 SBS '외과의사 봉달희', 방송후 게시판 참여↑

“더 이상 못보겠어요, 어떡하죠? 너무 안타깝고 가슴떨려서 못보겠어요. 미워할 수 없는 장준혁에게 안타깝고 가슴이 콱 막혀버리는 그런 감정이 들어요.”(최수정)"드라마를 보면서 맘에 안드는 배우, 악역 하나는 기억에 남게 마련인데 '봉달희'는 모두들 하나같이 소중하네요. 이런 드라마 흔치 않은데 오랜만에 좋은 드라마 만나서 즐겁게 감상하고 있어요."(서희정) MBC '하얀거탑'과 SBS '외과의사 봉달희'(이하 봉달희)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이 뜨겁다. 방송이 끝나면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두 드라마를 향한 애정과 기대감이 듬뿍 담겨진다. 시청률 또한 이를 반영하듯 회를 거듭할수록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다.그렇다면 시청자들은 왜 두 작품에 열광하는 것일까. 이는 탄탄한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드라마틱한 설정과 구도, 완벽한 캐릭터 연기가 조화를 이뤘다는 점을 그 이유로 들 수 있다. 사실 의학드라마가 새롭거나 신선한 장르는 아니다. 이미 '종합병원' '해바라기' '의가형제' 등이 트렌드를 형성하며 인기를 모은 바 있다.하지만 이들 작품은 기존 멜로드라마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물론 '하얀거탑'과 '봉달희'에서도 멜로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특히 의학부분에 밀도있는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봉달희'는 오히려 자연스러운 멜로 구도를 내러티브의 중심부에 위치시킨다. 이는 진부하고 통속적인 멜로가 아닌, 의사들간의 대립구도에서 오는 긴장감과 이를 극복하는 봉달희의 성장기와 적당히 조응하며 잘 만들어진 드라마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두 작품은 순수한 국내 창작물은 아니다. '하얀거탑'은 동명의 일본 원작 소설을 모태로 하고 있고, '봉달희' 또한 미국의 메디컬드라마인 '그레이 아나토미'를 벤치마킹했다. 하지만 두 작품은 한국적인 상황에 맞춘 드라마로 재탄생하면서 시청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특히 기존 드라마의 이분법적인 선악구도가 두 작품에서는 그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특징을 지녔다. 남성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하얀거탑'의 경우 출세를 위해 비굴해지는 장준혁(김명민)을 굳이 구분해 악역이라 할 수도 있지만 시청자들은 그의 행동에 공감하고 쉽게 감정이입이 된다.현실에서 존재할 것 같지 않은 이상형의 최도영(이선균)보다, 진흙탕도 마다 않으며 권력과 최고되기를 추구하는 장준혁이 더욱 진정성으로 다가온다는 점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의료사고 후 법정까지 서게 된 장준혁과 최도영을 대하는 시청자들의 태도다. 분명 약자의 편에서 억울함을 캐내려는 최도영쪽으로 마음이 가야 마땅하지만, 실제로는 자꾸 장준혁쪽으로 기운다. 이유는 그동안 계속 그에게 공감하고 감정이입이 된 상태이며, 거기에는 그의 행동에 대한 암묵적인 합의가 전제되어 있다. 이에 반해 '봉달희' 속 인물들은 딱딱한 권력관계보다는 생명의 숭고함과 의사의 본분에 충실한 캐릭터들을 중심으로 그려진다. 무엇보다 어느 정도 안정적인 기반 위에 서 있는 '하얀거탑'의 주인공들에 비해 봉달희(이요원)는 많은 핸디캡을 가진 채 출발한다.어찌보면 불가능이 없을 정도의 천재적인 재능과 막강한 배경을 지닌 장준혁과는 달리, 많은 결점이 있는 봉달희는 좀더 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문제는 그녀가 처한 그 극단적 상황이 비록 드라마라 할지라도 시청자들에게는 때로 불편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환자의 생명을 다루는 위급한 순간에 전문적 소양이나 경험이 부족한 레지던트에 대한 묘사는 실제 병원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그것이 과장된 설정이라면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봉달희'는 어려웠던 각종 의학 정보를 극을 통해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반인과의 거리감을 좁혀 주었다. 중후반부로 치닫는 두 작품은 앞으로 더욱 흥미진진해질 전망이다. 의료사고를 둘러싼 법정드라마로 전개되는 '하얀거탑'은 결국 최도영의 승리로 귀결될 것이고, '봉달희' 또한 인성과 실력을 갖춘 명의로 거듭나는 과정이 재미를 더할 듯하다.결국 철저한 사전 조사와 준비를 통한 리얼리티 추구와 쉴틈 없이 전개되는 극적 재미는 성공적인 드라마의 탄생을 보여주게 된다. 그리고 그 성공 요인에는 전문직 드라마에 걸맞은 스토리와 캐릭터를 엮어가는 감독과 이를 연기한 배우들의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메디포뉴스 제휴사-국민일보 쿠키뉴스 제휴사/영남일보 윤용섭 기자(yys@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