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6차협상에서 양국이 일반 쟁점에 상당한 합의를 이뤄 본격적인 주고받기 협상의 밑그림을 마련했다. 다음달 11일 미국에서 열릴 7차협상에서는 각 쟁점별로 협상 테이블에 앉을 대표의 급을 달리하는 동시다발적 협상이 진행될 예정이다.하지만 농업, 섬유, 자동차, 의약품, 무역구제 등에서 여전히 입장 차이가 커 3월말로 예정된 타결시한에 쫓겨 막판 졸속 빅딜을 추진한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웬디 커틀러 미국 수석대표는 6차협상 마지막날인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새롭고 강렬한 분위기가 있었다”며 “의약품과 자동차 등에서 좀 더 많은 진전을 기대했지만 오늘 내용을 발표하지 않는다고 해서 부정적인 신호는 아니다”라고 밝혔다.◇6차협상 결과=한국은 수석대표간 협상에서 미국이 요구한 자동차 배기량 기준 세제 개편과 관련해 특별소비세 인하, 자동차세 가격 기준 부과,지하철 공채 폐지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협상 대상에서 쌀 제외, 자동차 관세 조기 철폐 등의 양보안을 내놓은 것으로 관측됐다. 양국은 합의는 못했지만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또 상품 분과에서 자동차를 제외한 공산품 관세 개방안을 거의 마무리 짓는 성과를 냈다. 양국은 기타 품목(관세철폐 기간이 확정되지 않은 품목)의 절반씩을 10년내 철폐로 옮겼다. 중간단계(3∼10년) 관세 철폐 품목 중 미국은 디지털 TV와 LCD모니터 등 457개, 한국은 정밀화학 연료와 항공기 부품 등 569개 품목의 관세 철폐 기간을 단축했다. 전체 품목수 대비 즉시 철폐 비율은 미국 83.9%, 한국 85.1%(금액 기준으로는 미국 65.2%, 한국 79.2%)이다.금융, 환경, 서비스, 지적재산권, 투자 등의 분과에서도 잔가지 쟁점들은 거의 대부분 합의를 이뤄내 7차협상에서는 제한된 쟁점만 논의하기로 했다.다만 한국이 수석대표간 협상에서 무역구제 절차 개선 요구사항을 내놓았지만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커틀러 대표는 “무역구제 협상은 계속되고 있고 한국이 추가 제안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농업과 섬유분과의 경우 양국이 팽팽하게 맞서 쟁점 합의에 실패했다.◇7차협상 전망=7차협상은 분과 협상, 수석대표-분과장 연석 협상,수석대표간 협상 등 3가지 형태로 진행될 전망이다. 커틀러 대표는 “7차협상의 목표는 많은 부분에서 입장 차이를 좁히는 것”이라며 “이번 협상에서 수석대표와 분과장들이 만나면서 분과장급으로 할지 수석대표급으로 할지, 아니면 그 이상의 고위급으로 가야할 지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고 말했다.이미 대부분의 쟁점을 처리한 분과에서는 실무진 차원에서, 핵심쟁점은 수석대표-분과장 연석 협상에서 주고 받기를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구제, 의약품, 농업, 섬유 등은 수석대표간 큰 폭의 빅딜을 시도해 본 뒤 타결이 어려울 경우 고위급 회담으로 넘길 가능성이 크다.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뼛조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7차협상은 물론 한·미 FTA 체결 자체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커틀러 대표는 “쇠고기는 FTA와 별개지만 FTA의 성공적 체결을 위해 완전한 시장 재개방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메디포뉴스 제휴사-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찬희 기자(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