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거리는 사람들과 딱딱한 대기실 의자. 미적 감각이라고는 티끌만큼도 찾아 볼 수 없는 곳. 아픔과 슬픔이 가득하고 생과 사의 기로에 선 환자들이 마지막 자존심을 토해내는 곳.
우리는 흔히 병원이라는 곳을 생각할 때 이런 이미지들을 떠올린다. 그렇기 때문일까? 웃어른들은 살아 생전 되도록 병원과 경찰서는 멀리하는 게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대학병원들이 정형화된 병원 풍경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를 추구한 곳은 바로 고대안암병원이다. 말 그대로 삭막하기만 했던 병원 로비에 1, 2층을 관통하는 대형 폭포가 생기고 작은 시냇가도 생겼다.
환자와 내원객들은 시냇가에 둘러 앉아 잠시라도 아픔을 잊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병원의 이 같은 대변신에 병원을 찾은 사람들은 모두 놀랍다는 반응이다. 한 내원객은 “마치 청계천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하다”면서 “병원이 아픔을 치료하는 곳에서 복합적인 문화공간으로 재 탄생하는 것 같아 좋다”고 전했다.
또 로비 한쪽에는 피아노가 설치 돼 있어 가끔씩 환자와 내원객을 위한 연주회도 열린다.
서울아산병원에는 상시 작품이 전시되는 예술 갤러리가 병원을 찾는 이에게 즐거움을 제공하고 있다.
한 내원객은 “삭막한 병원에서 오래 생활해야 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감성 자극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병원스럽지 않기로는 세브란스병원도 절대 뒤쳐지지 않는다. 세브란스병원의 로비는 마치 백화점을 연상시킨다.
또 로비에 마련된 다양한 조각들과 그림들이 환자들에게 이곳이 병원이라는 사실을 잠시나마 잊게 해준다.
이외에도 건국대병원 역시 지하 1층에 인조잔디 사이로 피아노를 설치해 자원봉사자들이 틈틈이 음악을 연주하게 하고 있다.
이상훈 기자(south4@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