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의 위험도 예측에 혈액검사를 통한 섬유증 지수(FIB-4)와 간섬유화스캔을 통한 간경직도 측정(LSM)의 2단계 모델이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FIB-4와 LSM 모델은 미국 소화기학회가 권고하는 간섬유화 평가 방법이다.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김승업·이혜원 교수 연구팀은 홍콩 중문대 연구팀과 함께 MASLD 환자의 중증 섬유화 평가를 통한 질환 위험을 예측하는데 미국 소화기학회 권고 모델의 임상 효과를 확인했다고 최근 밝혔다.
MASLD는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질환으로, 우리나라 인구의 약 30% 정도에서 진단된다. 비만과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 대사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발전할 수 있어 정확한 진단을 통한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MASLD 환자의 경우 간세포암종 발생률은 일반인에 비해 1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행된 간섬유화가 있는 경우 간암 발생 위험이 더 증가한다.
여러 국제 가이드라인에서는 MASLD 진단을 위해 일차적으로 초음파나 CT, MRI 등 영상검사를 실시하고, 추가적으로 간섬유화 평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간섬유화 정도에 따라 예후에 차이가 있고,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선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소화기학회는 MASLD 환자의 간섬유화 평가를 위해 FIB-4를 1단계로 평가하고, 이후 간섬유화스캔 검사를 통한 LSM의 2단계 평가를 권고하고 있다.
김승업·이혜원 교수 연구팀은 국제 다기관 코호트 분석을 통해 간 위험도 평가로 미국 소화기학회가 제시한 FIB-4와 LSM의 2단계 예후 예측모델의 임상 실효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2004년 2월부터 2023년 1월까지 미국과 유럽, 아시아의 16개 3차 의료기관에서 간섬유화스캔을 시행한 MASLD 환자 1만 2,950명을 대상으로 간부전이나 간세포암종 등 간 관련 질환 발생률을 조사했다.
먼저 환자들의 FIB-4 결과값에 따라 1.3 미만인 경우 저위험군(8,582명)으로, 1.3~2.67은 중간위험군(3,096명), 2.67 초과를 고위험군(1,272명)으로 분류했다. 이중 중간위험군에 대한 정밀한 예후 예측을 위해 LSM 8kPa 미만은 저위험군(1,971명), 8~12kPa는 중간위험군(595명), 12.0kPa 초과는 고위험군(530명)으로 다시 세분화했다.
최종적으로 1만 2,950명 중 저위험군으로 약 1만 553명(81.5%)이, 중간위험군은 약 595명(4.6%), 고위험군이 약 1,802명(13.9%)으로 분류됐다.
연구팀은 세 그룹을 대상으로 간 관련 질환의 5년 누적 발생률을 확인했다.
그 결과 저위험군의 0.5%(약 53명), 중간위험군의 1%(약 6명), 고위험군의 10.8%(약 195명)에서 간 관련 질환이 확인됐다. 고위험군으로 분류될수록 간부전이나 간세포암종 등 간 관련 질환 발생이 많았다.
간섬유화를 평가하는 다른 비침습적 검사 중 간섬유화스캔이 포함되는 Agile 3+, Agile 4, FAST 등을 적용했을 때도 위험군 분류에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김승업 교수는 “MASLD 환자들에게 있어 FIB-4와 LSM 기반의 2단계 위험 분류 접근법은 간 질환의 위험을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고, 더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을 선별하는 데 효과적”이라며 “이번 연구는 비침습적 진단법을 활용한 환자 맞춤형 예후 예측과 이를 통한 환자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간질환 연구의 권위있는 학술지인 Journal of Hepatology(IF 26.8)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