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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 필수의료 인력을 충분히 구할 수 있을까?

대한중환자의학회 조재화 회장

인간의 직업 선택 기준은 시대에 따라 변화한다. 최근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학생의 직업가치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의사를 희망하는 초·중학생들의 동기가 주목할 만한 변화를 보였다. 2018년 초등학생들은 ‘좋아하는 일이라서’(22%),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아서’(22%), ‘사회에 봉사할 수 있을 것 같아서’(21%) 순이었으나, 2022년에는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아서’(30%)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중학생 역시 2018년 ‘좋아하는 일이라서’(26%)가 1위였던 것이 2022년에는 ‘높은 수입 기대’(29%)로 변화했다.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는 MZ세대 전반에 걸쳐 나타난다. 산업연구원이 2008년부터 2019년까지 대학 졸업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업 선택 시 소득과 근로시간의 중요도가 급상승했다. 소득은 3위에서 1위로, 근로시간은 6위에서 2위로 상승한 반면, 개인 발전 가능성은 1위에서 6위로 하락했다.

의과대학 입학생들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은 이공계 학생들에 비해 취업 전망, 사회경제적 지위, 부모의 추천, 학업 성적 등 실용적 요인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이는 전공의 선택 과정에서도 뚜렷이 드러난다. 최근 전공의 모집 현황을 보면,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는 경쟁이 치열한 반면, 응급의학과, 흉부외과, 소아청소년과는 지원자 미달을 겪고 있다. 이는 미국의 사례와도 유사한데, 2010년과 2024년을 비교하면 마취과, 피부과는 지원자가 100%로 늘어난 반면, 응급의학과, 가정의학과, 내과, 소아청소년과는 감소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전 생애에 걸친 건강관리를 위해 양질의 ‘응급, 중환자, 수술치료(Emergency, Critical, and Operative care, ECO) 서비스’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국가 보건의료시스템의 근간이자 보건위기 대응의 핵심이다. 그러나 현재의 직업가치관 변화 추세를 고려할 때, 단순한 의대정원 확대가 ECO서비스 인력난 해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지나치게 낙관적이다.

해결은 어렵지만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접근에서 찾아야 한다. 의대생들에게는 개인별 특성을 고려한 체계적인 진로교육과 상담이 필요하다. 더불어 ECO서비스 관련 분야의 근로조건 개선, 적정 보상체계 확립, 경력개발 기회 보장 등 실질적인 처우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특히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응급의학과, 중환자의학 등 필수의료 분야에 대한 전사회적 지원과 존중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중환자 의료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높아지며 많은 의료진들이 보람을 느끼는 등 사회적인 지지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의 의대정원 확대안은 마치 댐의 방류로 하류 농경지를 윤택하게 하려는 낙수효과를 기대하는 것과 같다. 그러나 체계적인 준비 없는 정원확대는 오히려 기존 의료체계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ECO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의료 인력 수급은 수요공급의 경제논리만이 아닌 인문사회학적과 인구학 측면에서 보다 정교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