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을 준비하는 의사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사항은 무엇일까? 물론 각자가 처한 상황이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래도 공통적인 관심사에 반드시 ‘입지’가 포함된다.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좋아도 입지 선정이 잘못됐다면 성공적인 개원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해마다 배출되는 의사 수가 늘어나고 많은 의원들이 소규모 형태로 문을 열기 시작하면서 ‘의원자리’는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를 보면 지난 2003년 1월에는 전국의 의원 숫자가 2만2814곳이었으나 2006년 8월에는 2만5612곳으로 증가했다.
3년 만에 2798곳이 증가했는데 거의 해마다 1000곳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한 개원의는 “의사들의 전성시대 였던 의약분업 이전에는 자리가 아무런 문제도 안됐지만 의사들이 증가하고 의원이 영세화 되면서 자리가 갖는 의미가 커졌다”고 전했다.
즉 동네 비디오대여점이나 슈퍼마켓들은 거의 자리가 사활을 좌우하듯 동네의원들도 그만큼 ‘목’이 좋아야 한다는 말이다.
일반적으로 개원의들은 소아과나 이비인후과는 아파트 단지 등 주거지역이 유리하며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신경과 등은 큰 대로변 근처가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입지를 선정할 때 고려해야 하는 체크 포인트는 유동인구는 얼마나 되는지, 경쟁의원 및 지역 내 소득계층은 어떻게 되는지, 도로에 인접해 있는지, 주차장 시설은 좋은지, 냉온방 설비 상태는 좋은지 등이다.
하지만 개원을 준비중인 사람들은 “요즘 같은 시절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적당한 개원입지를 찾는 게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관악구의 한 개원의는 “주변에 있는 의원들이 대부분 평균 이하의 환자를 보는 편인데 최근에 또 한 의원이 개원을 했다”면서 “의사는 계속 배출되는데 자리는 없고, 정말 큰일이다”고 우려했다.
최근에 개원한 한 개원의는 “적어도 6개월 정도 발품 팔며 적당한 자리를 고르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면서 “자신이 봉직했던 곳 근처나 어느 정도 연고가 있는 지역도 좋고 소개업자를 통해 알아볼 수도 있지만 자리를 고르는 정해진 방식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지금도 개원의들은 여러 커뮤니티를 통해 어느 지역의 어느 동네에 개원하면 성공한다는, 일명 ‘대박자리’에 대한 토론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은평구의 한 개원의는 “과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좋은 자리에 개원했다면 80% 이상은 성공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무리 자리가 좋아도 지역주민과 궁합이 안 맞는다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다”면서 지역주민과의 유대감 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기자(south4@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