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규칙한 생활 및 식사습관, 그리고 운동부족으로 인해 의사들의 허리 둘레가 점점 두꺼워지고 있다.
최근에는 패스트푸드의 범람과 잘못된 식사습관 및 과식, 또한 운동부족 등으로 비만 인구가 더 증가하면서 비만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하지만 정작 비만을 치료해야 하는 의사들이 비만으로 고생하고 있어 아이러니컬한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
강남에서 개원중인 2년차 성형외과 전문의는 “성형외과의 특성상 상담과 수술이 많다 보니 점심을 거르거나 제 때 못 먹는 경우도 많고 먹더라도 급하게 대충 때울 때가 많다”고 전했다.
그는 “집에 도착하면 9시가 넘어 저녁을 먹고 술 약속도 잦아 2년 만에 15kg이나 쪄버렸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시간이 없어 다이어트나 살을 빼기 위한 별 다른 운동은 아예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개원의는 “요즘 절실하게 운동부족을 느껴 자전거를 구입해 출 퇴근 시에 이용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술 약속도 많아 꾸준히 운동할 수 있을지 자신도 없고 출퇴근 길이 자전거를 타기에는 다소 위험하기도 해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경북 지역의 한 개원의는 “갑자기 체중이 많이 불어 아침 시간을 쪼개 조깅을 시작했다”면서 “3개월 8kg을 감량해 계속해서 운동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산부인과 개원의는 전공의 시절 불규칙한 생활과 좋지 못한 식습관으로 체중이 엄청나게 증가했으나 최근에 무려 16kg 감량에 성공했다”고 소개했다.
이에 비해 한 내과 4년차 전공의는 “전공의 생활을 하면서 체중이 급격히 증가해 이제는 기성복이 맞지 앉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털어놨다.
한편 부산의대 예방의학교실과 부산대 식품영양학과가 지난 90년대에 발표한 '의사를 대상으로 한 비만양상과 그 관련요인에 관한 연구’를 보면 결과가 재미있다.
부산·경남지역에서 활동하는 의사 508명을 대상으로 한 이 연구결과를 보면 508명 중 120명(23.6%)이 체질량지수(BMI) 25를 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과목 별로 보면 외과계가 가장 높았으며 다음은 내과계로 나타났다. 반면 서비스 및 기초의학계가 비만지표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근무 형태에 따라서는 개원의들이 비만지표가 가장 높았으며 그 다음은 봉직의, 그리고 수련의 및 전공의들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별로 나누어 보면 연령이 증가하면서 비만지표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성별로 보면 여자의사 중에는 과체중인 자가 112명 중 2명(1.8%)으로 매우 드물었다.
비만 관련 식이 습관을 살펴보면 외과계가 식사습관이 불규칙하며 아침을 거르는 사람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고 과음과 흡연을 하는 자도 가장 많았다.
특히 수련의와 전공의의 절반이상이 식사 시간이 불규칙하며 2/3에 해당하는 수련의 및 전공의가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이들은 간식과 야식을 하는 등 좋지 못한 식습관을 갖고 있는 의사들이 다른 그룹에 비해 많았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의사가 환자보다 몸 상태가 안 좋다면 이미 환자에게 신뢰를 잃어버린 것”이라고 전하고 “의사들의 건강은 의사 스스로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기자(south4@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