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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기고] 마취 부족 해결로 중증 환자부터 살리자

홍승봉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 위원장

100일 이상 지속되는 전공의 사직으로 경증 환자들을 주로 진료하는 1차 의료기관들은 대부분 문제가 없으나 수술과 정밀검사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을 진료하는 상급종합병원들은 전시에 준하는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생명이 위독한 중증 환자들의 수술이 마취 인력 부족으로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그 중 돌연사율이 30배 높고, 신체 손상율이 50-100배에 이르는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해 가족들이 발을 동동 구르는 것을 보면서 의사로서 죄송함과 안타까움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뇌전증 수술 전문 A교수는 만약 마취 부족문제가 해결된다면 전공의가 없어도 뇌전증 수술을 100% 할 수 있으므로 정부가 외국 마취 의사를 확보해 가장 시급한 마취문제부터 해결해 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마취 의사들은 직접 환자 진료를 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말을 꼭 할 필요가 없다. 

한국 의사와 간호사들이 대부분 간단한 영어 대화가 가능하므로 영어 소통이 가능한 외국 마취 의사는 병원 업무에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영어를 사용하는 인도, 홍콩, 필리핀 의사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많은 나라(일본,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등) 의사들도 영어를 비교적 잘한다. 

과거에 한국이 독일에 부족한 간호사를 파견했듯이 한국도 외교적인 노력으로 외국 마취 의사를 빨리 지원 받아서 수술이 필요한 중증 환자들부터 살려야 한다. 

물론 전공의들이 정부에 대안(진찰료 인상, 필수의료의 법적 보호, 수련 환경 개선 등)을 제시하고 복귀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이번 의료사태에 전혀 책임이 없는 중증 환자들의 피해와 희생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막아야 한다. 

뉴질랜드는 전공의와 전임의들이 대부분 호주에 가서 수련을 받기 때문에 구하기 어려워서 임상병리사와 간호사들이 전공의·전임의 업무를 상당 부분 대체하고 있다고 하니 여기를 방문하여 벤치마킹하는 것도 필요하다. 

상급종합병원들 간의 서로 부족한 인력(교수, 전임의 등), 시설, 정밀검사 등을 공동으로 활용하는 중증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상급종합병원들 간 긴밀한 협조시스템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A병원(정밀검사 전임의 부족)에서 1차 수술 후 B병원(수술 교수 부족)에서 정밀검사를 시행하고 다시 A병원에서 2차 수술을 받는다. A-B 상급종합병원 협조 모델이다. 

또한, 응급 환자들의 적절한 대처와 편의를 위해 그동안 응급 환자들이 많이 방문했던 5대 상급종합병원과 주변의 종합병원들 사이에 응급진료연계를 담당하는 비상조직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크게 늘어나는 내년 의대생들의 원활한 교육을 위해 기초 및 임상 의대교수들의 정년 후 일자리를 만들어서 정년퇴임 교수들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미 의대교수의 정년 후 임금피크제 근무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의료 최상위 정년 교수들의 역할과 리더십이 중요할 때이다.  

*외부 전문가 혹은 단체가 기고한 글입니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