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1 홈피 시대’가 활짝 열렸다. 그러다 보니 전화나 문자보다 방명록을 통한 안부 묻기가 더 자연스러운 현상이 돼버렸다.
현재 가장 대중적인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이미 지난 2004년 가입자 1000만명을 돌파했으며 최근에는 가입자가 1600만명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 같은 시대의 바람 속에 의사들도 예외일 수는 없다. 하얀 가운을 입고 귄위와 명예를 위해 진료실에서 ‘각 잡고’ 있는 의사들도 가운을 벗으면 평범한 우리의 이웃으로 돌아간다.
사생활을 가장하고 있지만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블로그와 미니홈피. 진료실 밖에서의 의사들은 어떤 모습으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을까?
홈피는 의료정보 전달의 첨병
아무리 개인 홈피와 블로그가 사적인 공간이라지만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홈피를 일반인들에게 의료정보를 제공하는 창으로 활용하는 의사들이 많다.
블로그 광(狂)인 분당서울대학교병원 강흥식 원장의 블로그는 이미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소개됐을 만큼 유명하다.
사실 종합병원의 원장이 직접 만든 블로그를 통해 병원을 홍보한다는 것 자체가 국내에선 처음일 정도로 낯설기만 하다.
하지만 네이버에 공개 블로그 ‘분당서울대병원 CEO 닥터강(http:// blog.naver.com/snubhceo)’을 오픈하자 석 달 만에 접속 건수가 1만5000건을 넘었다.
강 원장의 블로그에는 ‘닥터강의 모든 것’과 같은 자기소개부터 ‘CEO경영철학’ ‘백세까지 팔팔하게’ ‘의료계 동향’ ‘질병백과’ ‘병원생활백서’ 등 다양한 의료정보를 담고 있다.
시골의사라는 필명으로 더 유명한 박경철 원장의 ‘시골의사의 블로그(http://blog.naver.com/donodonsu.do)도 ‘믿을만한 의료정보’를 통해 정보를 전달하고 있다.
이외에도 재테크·투자론, 부자경제학, MBN 머니레볼루션 등의 코너를 통해 자신의 강점을 더욱 부각하고 있다.
홈피에서 의료 얘기는 그만
치과의사 겸 가수인 황병기씨의 미니홈피(www.cyworld.com/npm) 배경음악은 그의 노래인 ‘lady’이다.
그의 홈피에는 의료와 관련된 어떤 내용도 없다. 치과의사 황병기가 아닌 가수 황병기가 있을 뿐이다.
홈피를 보면 가수 JK김동욱과 함께 찍은 사진이나 뮤직비디오 클립, lady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인 이파니의 사진 등이 올라와 있다.
방송인으로 더 유명한 정신과 전문의 표진인의 미니홈피(www.cyworld.com/theapples)에는 그가 속해있는 밴드인 ‘The Apples’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연도별로 공연사진을 잘 정리해 놓았으며 얼마 전 결혼한 새신랑답게 결혼사진도 한가득이다.
하지만 The Apples는 지난 6월 3일 고별 공연을 끝으로 당분간 더 이상의 무대는 없을 것이라고 밝혀 아쉬움을 주고 있다.
난 이렇게 살아요
최근 산부인과 개원의에서 국회의원 보좌관으로 변신한 김주경 보좌관의 미니홈피(www.cyworld.com/ggum2006)를 보면 그의 다양한 사는 방식과 취미생활을 알 수 있다.
평소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을 반증하듯 그가 봤던 영화에 대한 평을 올려 놓았으며 일본이나 중국, 핀란드 및 프랑스 여행 당시 찍은 사진도 볼 수 있다.
전문의 시험을 보기 위해 공부하던 모습이나 대한전공의협의회 시절 모습, 추계학회에서의 모습 등 말 그대로 그의 미니홈피는 잡탕밥과도 같다.
얼마전 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직을 물러난 이혁 노조위원장의 미니홈피(www.cyworld.com/leehyeug)를 보면 대한전공의협의회 시절 모습과 가톨릭의료원에서의 모습이 담겨있다.
이외에도 그가 키우던 애견 차돌이의 귀엽고 깜찍한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하지만 차돌이는 최근 암으로 세상을 떠나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하지만 ‘도토리’를 모르는 의사가 더 많다는 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많은 의사들은 자신의 홈피를 갖고 있지 못하다. 젊은 의사들은 거의 대부분 홈피를 갖고 있지만 40대만 넘어가면 ‘도토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의사들이 더 많다.
40대의 한 개원의는 “컴퓨터가 그다지 익숙하지도 않을 뿐더러 시간도 없다”고 전하고 “미니홈피를 꾸미는데도 적지않은 시간과 노력, 그리고 금전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감당할 자신이 없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현실세계가 아닌 사이버 공간에서 자신만의 또 다른 세계를 창조한다는 것은 분명 신나는 일이다.
불경기에 짜증나는 의료정책, 그리고 진료실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사이버 공간에서 풀어보는 것은 어떨까?
이상훈 기자(south4@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