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대위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바람직한 의료시스템에 대한 의견을 묻는 시민공모형 원고를 취합한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를 비롯해 안철수·신현영 국회의원과 이주영 국회의원 당선인 및 한국소비자연맹과 녹색소비자연대가 주최하는 ‘국민·환자들이 원하는 개선된 우리나라 의료시스템-공청회’가 5월 14일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다양한 사례 및 제언들이 공개됐다.
주요 의견들을 살펴보면, 우선 대학병원과 동네 의원 상관없이 이것저것 물어보고 상담이나 위로를 받고 싶어도 1분도 되지 않아 진료실을 나가야만 하는 점을 지적하면서 충분한 소통시간이 필요하며, 나와 나의 질병을 아는 전문가와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환자와 보호자가 체감하는 진료시간은 1분조차 허락되지 않아 그 짧은 시간에 의원급에서 병원으로 가게 된 계기부터 외래를 기다리며 발생한 증상들, 복용 중인 약, 현재 몸 상태에 대한 이야기를 잘 설명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주치의 제도의 필요성도 거론됐다. 그 이유로는 주 의료기관을 모두가 지정할 수 있게 되고 특정 의료인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날이 온다면 매번 어디를 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일이 줄어들고, 자신을 여러 번 봐온 의사에게 진료를 꾸준히 받는 등 편의성이 증대될 것으로 보이는 점이 꼽혔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가까운 병원에서 정기적인 진료를 받으면서 주치의와 건강상담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하며, 특히 70세 이상 노인의 경우 가까운 의원에서 가벼운 질환치료는 물론, 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대한 추적관찰과 정기적인 검사가 의무화됐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었다.
또한, 주치의가 있는 의료기관이 보다 큰 전국의 중대형 의료기관과 긴밀한 네트워킹을 구성해 언제 어느 지역에서든 필요한 치료·조치·관리를 받을 수 있기를 희망하며, 타과와 다른 직종의 의료진으로 구성된 팀 또는 네트워킹을 통해 필요 시 주치의와 함께 상담하고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외에도 지역사회에 주로 이용하는 병·의원에 주치의·주 의료기관 등록으로 전 생애적 건강관리를 받았으면 한다면서 필요시 상급병원과의 협진으로 완치 및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고, 돌봄의 영역으로 악화되면 지역사회 등 사회적 네트워크와 협력해 방문재택 의료서비스 및 비대면 의료 구축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있었다.
협력 진료와 관련해 의사 뿐 아니라 여러 전문가들과의 협업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요구도 있었다.
대표적으로 외국에서는 여러 전문가들이 1명의 환자를 위해 함께 고민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의사의 처방과 관계없는 처치가 종종 이뤄지는 것을 꼬집으면서 의료진 간 협력을 강화하고, 다학제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환자의 복합적인 의료 요구를 충족시키거나, 의사 외에도 다양한 직종의 의료팀을 구성해서 재발성 질병이 있는 사람을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이 구축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는 것을 원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일차의료 강화의 필요성도 대두됐다. 일차의료 수준을 강화해 3차 상급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을 해결하자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강력한 일차의료 영역의 발전에 중점을 둔 정책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됐다.
또한, 1차 선별 진료시스템과 비슷한 제도가 해외에서 시행되고 있다면서 환자들이 증상을 느낄 때, 일반의 또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를 포함한 필수의료 전문의를 통해 선별 진료를 받고, 더 심화적인 진료가 필요한 경우에는 특정 전문의에게 리퍼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환자들의 혼란을 줄이고 진료의 정확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더불어 쉽게 받을 수 있는 진료의뢰서로 인해 치료가 시급한 사람들의 우선순위가 밀릴 수 있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하는 바, 진료의뢰서를 작성하는 기준을 강화하거나 진료의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는 절차를 추가해 일차의료와 대학병원의 각각의 역할을 최적화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존재했다.
기술적 발전을 활용한 의무기록의 공유를 통해 환자가 동네 의원에서 받았던 검사들을 대학병원에서 다시 검사받는 것이 아니라 동네 의원에서 받았던 검사 결과를 대학병원에서 활용하는 방향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중증 환자의 경우 중복된 검사 하나라도 피할 수 있다면 엄청난 혜택으로 느껴질 것이라면서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면 추가 검사를 해야 하겠지만, 굳이 동네 의원에서 환자에게 실시했던 동일한 검사를 대학병원에서 반복해서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고 호소했다.
이어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보더라도 비용을 지불하고 통합된 의무기록 차트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거나, 온라인으로 차트를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송할 수 있게 한다면 의사와 환자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견해가 제언됐다.
지역 의료와 관련해서는 도심-지방간 의료 격차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지역에서의 의료의 질의 향상을 요구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됐는데, 장래 인구 추계까지 고려한 거점도시를 정한 뒤, 그 이하부터는 신속한 이동수단을 지원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는 의견을 비롯해 인구수가 기준 이하의 소도시에 위치한 의원급에는 수가를 도시에 비해 많이 주거나 새로운 형태의 국가 주도의 병원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제기됐다.
또,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 대해서는 이동 의료서비스를 확장하고, 원격 비대면 의료서비스를 통한 건강 상담 및 치료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으며, 전화·영상·문자·카톡 등을 이용한 비대면 의료서비스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의견들도 있었다.
건강보험료에 대해서는 수가 문제를 해결하는데 다른 방법이 없다면 보험료 인상을 고려하는 것도 필요해 보이며, 수술 후 고의적이거나 명백한 실수인 경우를 제외한 의료사고들은 처벌을 면제해 필수과 의료진들이 마음껏 고난이도 수술을 할 수 있게 보장해줄 것을 꼬집었다.
특히, 고위험·고강도 의료행위에 대한 환자와 의료인력에 법률적·재정적 보상·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에 대해서는 시간적·비용적 측면이 절약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AI에게 모든 판단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진료를 위해 이용할 수단으로 생각해야 한다는 첨언도 있었다.
의대정원 증원과 관련해서는 기피과를 마음 편히 선택하고 자발적으로 지방에서 근무하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면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의사 출신의 ‘교수’ 증원 ▲필수의료계 의사들에 대한 적절한 경제적 보상 및 법적 소송위험을 완화해 필수의료의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정책이 우선적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끝으로 대한민국의 미래 의료서비스는 환자 개개인의 현 질병에 대한 진단·처방 뿐만 아니라 미래에 발생 가능한 질병을 분석해 해당 질병이 발생하기 전에 대처할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요구하는 목소리 등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