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부터 요양기관 이용 시 본인 식별이 가능한 신분증 확인이 의무화된다. 추진 배경이나, 목적은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그 내용은 누가 봐도 당연히 정부가 관리하고 책임을 감당할 내용이다. 애초에 개인의 신분을 확인하고 관리하는 일이 의료기관의 고유 업무는 아니지 않는가?
정부에서 민간 기관에 협조를 구할 때는 해당 기관의 업무에 적합해야함은 물론 업무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충분한 양해를 바탕으로 합의 후에 이루어지는 것이 상식일 것이다.
과연 5월 20일 시행일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의료기관에 오면 신분증을 제시하여야 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시작 당일에는 의료기관 현장에서 실랑이가 벌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대한민국 의료를 송두리째 파괴하는 개악은 세뇌 수준으로 홍보하여 우리 눈과 귀를 혹사 시키는데 정작 이와 같이 현장의 혼란을 야기할 정책에 얼마나 대국민 홍보를 했는가?
환자 곁을 한순간도 지켜보지 않은 자들이 탁상에 앉아 환자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고 현장의 소리에는 귀를 틀어막고 있다. 대국민 홍보조차 전무한 상황에서 현장의 혼란은 무시한 채 본인확인을 위반한 의료기관에는 과태료 처분을 하겠다고 공공연히 믄소리친다.
사법권도 전혀 없는 의료기관에서 일일이 환자들에게 신분증 들게 하고 머그샷을 찍으라는 건지, 차트에 확인 사실만 기록하면 된다는 건지, 아니면 지문 조회라도 해야하는지 도대체 기초적인 지침도 하나없다. 마음먹고 도용을 하려고 한다면 아무리 본인확인을 한들 100% 막을 방법은 없을 것이다.
환자 확인에 문제가 생기면 이제부터는 정부는 의료기관에 삭감과 과태료 처분만 날리면 그만이다. 도둑맞은 가계 주인에게 도둑을 놓쳤으니 벌금을 내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의료기관이 신분 도용을 한 것도 아니고 도리어 피해를 보는 입장인데 과태료를 물리겠다는 것이 정상적인 사고로 가능한 것인가?
근본적으로 나라가 할 일을 힘으로 전가하며 거기다 엄벌하겠다고 협박까지 하는 적반하장식 정책이 아니고 무엇인가. 보편적인 인간의 상식이 우리나라의 보건정책에서는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요양기관 본인확인 강화 제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국민 80% 이상이 동의하고 충분한 준비가 될 때 시행하라.
2. 의료기관 업무 부담이 없도록 최소한의 개입으로 본인확인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라.
3. 시행 전 국민 대부분이 알 수 있도록 대중 미디어를 통한 충분한 홍보를 하라.
4. 도용에 따른 2차적인 책임을 의료기관에 떠넘기지 않을 것을 보장하라.
5. 상식을 벗어난 과태료 규정을 폐지하고 본인확인 업무에 대한 보상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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