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외과학회가 지난 3월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학술대회 개최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대한외과학회 전신인 1947년 조선외과학회 창립과 동시에 1회 학술대회가 개최된 이후 꾸준히 개최됐던 학술대회가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인한 한국전쟁 발발로 2년 동안 학술대회를 개최하지 못했던 이후 7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이에 메디포뉴스는 대한외과학회의 정순섭 총무이사를 만나 이번 학술대회 개최를 중단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고, 어떤 피해가 예상되며, 본래 진행할 프로그램들은 언제 다시 진행될 수 있는지 등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학술대회 개최 중단이 사실인가요? 사실이라면 중단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지난 3월 20일 저희 대한외과학회 이사회에서 논의해 학술대회 중단을 결정했습니다.
이는 1947년 조선외과학회(대한외과학회 전신) 창립과 동시에 1회 학술대회가 개최된 이후 꾸준히 개최됐던 학술대회가 1950년 북한의 남침으로 인한 한국전쟁 발발로 2년 동안 학술대회를 개최하지 못했던 이후 73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학술대회 중단을 결정한 이유는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이 실질적으로 학술대회를 개최하더라도 학술대회 원래의 취지나 성과를 얻기가 힘들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먼저 학술대회라는 것이 여러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단순히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여러 구성원들이 모여 교류·친목 등을 다지는 장이기도 하며, 특히 외과학회의 학술대회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분은 전공의·전임의에 대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공의들끼리 모여 연구 성과 발표 및 문답과 토론을 통해 학술 지식·경험을 쌓아올리고, 명의·대가 교수님들과 시간을 정해서 소그룹으로 미팅하면서 그분들의 경험·노하우 등을 배우게 됩니다.
또한, 전공의·의대생들이 각자 자신의 전공을 선택할 때에 외과 분과 선택에 대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의대생들을 위한 외과에 관심 있는 의대생들에 대한 교육·홍보·레크리에이션을 포함한 여러 활동 프로그램들도 진행됩니다.
즉, 전공의·전임의나 의대생들이 학술대회에 참여하지 않으면 개최할 이유가 없는 셈이며, 춘계학술대회 개최 취소는 우리나라 의료의 단절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더불어 학술대회는 보통 1년 정도 준비하게 됩니다. 프로그램 마련과 연자 섭외 등이 이뤄지는데, 현재 우리나라 상황은 전공의 사직 사태와 의대정원 및 필수의료패키지 등 의료 현안을 둘러싼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2월 6일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방안을 발표한 이후 촉발된 전공의 사직의 물결은 대한민국의 모든 수련병원에 몰아닥쳤고, 그 여파는 대형병원에서 중증·응급 이외에는 수술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등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학회에서 새롭게 준비한 전공의 술기 교육 과정은 파행 운영될 위기에 처해 있고 전공의 수련 과정 중 필수적으로 진행돼야 할 연구 과정도 중단돼 있는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학술대회를 열더라도 참석자와 강연을 해주실 연자들이 없거나 참석 여부가 불투명해진 상황으로, 학술대회 개최 의미가 없어져 6.25 전쟁 때만 있었던 ‘춘계학술대회 미개최’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습니다.
Q. 학술대회 중단으로 인한 학회·회원의 손실 등은 어느정도 인가요?
A. 이번 춘계학술대회는 본래 5월 25~26일 양일간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습니다. 따라서 개최지의 장소에 대한 위약금이 있으며, 장소 대여비를 비롯해 학술대회에 투입된 여러 비용들이 그대로 날아가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비용적인 측면에서 손해가 막대합니다.
또한, 학술대회 후원이나 회원들의 등록비 및 회비 등으로 그동안 이사회 운영과 대회 준비, 보험·정책 관련 회의나 대외적인 활동 등 학회 운영비에 보태왔었던 만큼, 학술대회 참석 인원이 없어지면 등록비 등으로 인한 학회 운영 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발생합니다.
무엇보다도 학술대회라는 형태를 통해 필요한 전공의·전임의 교육이 진행되지 못했기에 다음번에 계획된 학술대회의 기간·시간을 연장하거나 새로운 날짜에 본래 예정돼 있던 춘계학술대회 프로그램을 보충할 수 있는 새로운 행사를 마련하는 등 언젠가는 이를 보충해줘야 한다는 것에 있습니다.
즉, 학회에 추가적인 로딩이 발생한다는 것이며, 새로운 학술대회를 마련하거나 기존 계획돼 있는 행사의 기간·시간을 연장하는 방안이든 추가적인 비용·행정력·시간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회원인 의대생과 전공의들이 전문의 시험 응시 요건 충족 기회를 상실하게 됩니다.
전문의 시험을 보려면 필수평점을 충족해야 하고, 학술대회 등을 통해 논문 초록을 발표·통과해야 합니다.
즉, 올해 춘계학술대회 개최가 중단되면서 한 번의 기회를 잃어버리게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본래 예정돼 있던 춘계학술대회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이 돼 있었나요?
A. 첫째날인 5월 24일 금요일에는 전공의 초록 발표와 ‘Meet the Expert’라고 통칭 ‘전문가를 만나다’ 시간을 대대적으로 마련해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주니했습니다.
대표적인 부분으로는 디지털헬스케어 관련 강의를 시작으로, ▲닥터헬기로 응급외과 환자 이송 사례 ▲소아 Anorectal Malformation 의 최신지견 ▲혈관외과 관련 주제 ▲탈장 수술의 모든 것 ▲Local에서의 AVF 수술 ▲간이식 관련 주제 등 외과의가 환자를 치료하는데 있어 필요한 강의를 준비했었습니다.
또, 취·창업과 학술 관련으로 ▲‘외과의사 하면서 창업하기’ ▲대학병원에서 2차병원으로 이직 경험 ▲논문 작업에 Chat GPT 활용하기 등의 강의를 마련했었습니다.
둘째날인 5월 25일에는 다양한 위원회·연구회에서 준비한 강의들과 정책세션, 지도전문의 교육, 필수평점 교육, 전공의 AI 교육, 연구비 공모과제, 전공의 최신지견, 책임지도전문의협의회 심포지엄, 산학협력, Research, 외과에 관심이 있는 의대생을 위한 학생캠프 등이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리면 연구특임위원회에서는 ‘K-QIPS: Full-Scale Preparation Beyond the First Step’를 주제로 K-NSQIP 진행사항과 K-QIPS 데이터 관리위원회 대한 사항, 데이터 입력·수집·관리 내용 및 합병증 관리 시스템의 국제협력 추세 등을 다루려고 했습니다.
의료심사위원회에서는 위장관·유방분과·혈관외과 의료 분쟁 관련 감정 판례와 의료감정의 법리적 영향에 대한 강의를 진행하려 했습니다.
외과술기연구회에서는 수술 상처 합병증 관리를 비롯해 장문합 술기 교육과 중심정맥관삽입 교육 프로그램 비교·사례 공유, 위·대장 내시경 교육이 마련돼 있었습니다.
‘외과 입원전담전문의의 다양한 역할과 제도의 확장성’을 주제로 입원전담전문의 관련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었고, 좋은 연구논문 주제를 선정하는 요령부터 전략적으로 논문을 작성할 수 있는 Tip 등 학술 관련 Tip을 전수하려 했습니다.
또, 책임지도전문의협의회 심포지엄에서는 3년제 외과 전공의 수련과정 성과와 어떤 경험을 얻을 수 있고 3년 수련과정 중 분과수련과 수술성과에 대한 제안을 발표하려 했습니다.
아울러 다양성 위원회에서는 전문의 자격 취득 후 군복무 도전하는 것을 비롯해 현역 사병으로서의 경험과 대체 복무 경로 등 군복무 해결 Tip을 알리고, 출산 후 의료경력을 어떻게 재개할 수 있었는지 등에 대해서도 소개하려 했습니다.
Q. 이번에 중단된 춘계학술대회 프로그램들은 언제 다시 추진하실 계획이신가요?
A. 연수강좌를 비롯해 지도전문의 교육이나 필수평점 교육 등은 의사들의 자격 유지나 신규 자격 취득과 관련이 있는 교육이어서 기회가 없어지면 1년씩 늦어지는 문제들이 발생하게 되므로 최대한 빠르게 해결하려고 합니다.
또, 각 학술대회 때마다 보험·정책이나 전공의 수련 관련 내용으로 특정 세션을 진행하는데, 원래 계획했던 정책세션의 내용과 범위에 현재 의·정 갈등이 벌어지는 상황을 포함하는 등 좀 더 확대해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이와 함께 학술대회 때마다 전국에 대학·병원의 과장 및 주임교수님들이 모여서 의료현안에 대해 토론·회의하는 시간도 있는데, 이번에 따로 날을 정하여 수도권에서 대토론회 형식으로 진행하기로 했으며, 가급적 많은 분들이 참여하실 수 있도록 하고, 내시경 연수강좌를 비롯하여 전문의를 위한 필수교육 등을 시행하여 필요한 사람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Q. 춘계학술대회 대신 이뤄질 현안 중심 대토론회는 어떻게 진행될 예정인가요?
A. 이번 대한외과학회 대토론회는 5월 25일 토요일에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에서 개최할 예정입니다.
주제는 원래 상대가치 3차 개편이 이뤄지면서 일부 조정된 종별 가산과 없어지는 검사료 가산금을 시뮬레이션해 그동안 저평가된 수술·처치에 대한 행위료가 어떻게 바뀌었고, 병원별로는 어떻게 변동이 됐거나 될 것으로 예측되는지 등 가변성 여부와 범위, 전공의 수련과정의 전반적인 사항 등에 대해 살펴보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필수의료패키지와 의대정원 증원 등 의료 현안을 포함해 진행될 예정으로, 그동안 수십 년간 누적돼 온 필수 의료현장의 문제들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돌아보고 대안을 마련하고 미래세대를 위한 의료시스템 혁신을 위한 주제로 구성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