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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단체

긴급분석…법개정 미뤄 의료기분쟁 커진다

판례에 의존-유권해석 모호…“醫-韓이 풀어야”

[기획Ⅰ] 현재 의료계와 한의계 사이의 주요 화두중 하나가 CT판결에 따른 의료기기 사용권한과 범위에 대한 논란이다.
 
잘 알려졌듯이 1심에서 한의사 양방의료기기 사용 적법 판결이 내려진 이후 최근 2심에서는 판결이 뒤집힌 바 있다.
 
이 같은 판결 번복의 내막에는 의료법에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 의료계와 한의계의 공통적인 지적이다.
 
더구나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구별은 복지부의 유권해석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며 복지부의 해석 또한 명확하지 않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에 본지는 현행 의료법의 맹점과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양 단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뒤따라야 하는지 2회에서 걸쳐 연재한다.<편집자 주>
 
 
현행법상 한의사가 한의학적 진단을 위해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은 과연 어디까지 위법일까.
 
최근 기린한방병원과 서초구보건소 사이에 ‘한방병원 CT사용에 대한 업무정지처분’을 두고 벌어진 법정공방 2심에서 서울고등법원이 판결문을 통해 ‘CT 사용이 한의사의 진료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선고함에 따라 일단락되는 듯 했으나, 한의협에서 이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해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논쟁이 또 다시 재점화 되고 있는 양상이다.
 
이와 같이 의료계와 한의계가 비단 CT사용 뿐만 아니라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은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 자체를 의료법이 명확하게 규명하지 않고 있는데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 보건의료계의 지적이다.
 
따라서 이들 양측은 의료법 조항을 근거로 자신들의 입장을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범위는 각 사례에 따른 복지부의 유권해석이나 법원의 판례에 좌우되고 있는 실정이어서 여전히 이에 대한 논란의 불씨를 남기고 있다.
 
법규정 ‘한방의료범위’ 구분 명시 없어
 
의료법 제2조는 의료인은 종별에 따라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국민보건 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확보에 기여함을 사명으로 하되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에 종사함을 임무로 하고 한의사는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지도에 종사함을 임무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의료법 제25조(무면허의료행위등 금지)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의료인의 경우도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다만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의료행위의 경우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이외에도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라고 언급하고 있다.
 
의료법이 의사와 한의사의 업무범위를 각각 의료와 한방의료로 구분하고 있기는 하지만 어떤 행위가 의료행위에 속하고 어떤 행위가 한방의료행위에 속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정의하지 않는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다만 의료행위에 있어 의료와 한방의료의 구분은 “사용자(의사·한의사)의 기준이 아닌 해당 의료행위가 의학적으로 인정된 치료방법과 학술적 이론에 근거를 두고 행해진 행위인지 여부에 따라 구분된다”는 복지부의 해석만이 있을 뿐이다.
 
즉, 의료행위 범주에는 주사행위, 기타 현대의료기기 사용행위를 포함시키고 한방의료행위 범주에는 ‘침을 사용한 행위(침구요법)’를 포함시키고 있으나 원론적으로만 구분해 놓고 있는 상태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현행 규정들 ‘모호’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규정하는 법규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의료법 제32조의2(진단용방사선발생장치)에 따르면 진단용 방사선발생장치를 설치·운영하고자 하는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에게 신고해야 하며 보건복지부령이 정하는 안전관리기준에 적합하게 설치·운영해야 한다.
 
또한 의료법시행규칙제28조5(고가의료장비의 설치·운영)에서는 의료장비 중 보건의료제도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지정하는 고가의료장비를 설치·운영하고자 하는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설치·운영기준에 적합하게 설치·운영하도록 돼 있다.
 
이를 위해 ‘특수의료장비의설치및운영에관한규칙’에서는 의료기관의 개설자 또는 관리자가 특수의료장비를 설치·운영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의료기관의 소재지를 관할하는 특별시장·광역시장 또는 도지사에게 등록하되, 등록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특수의료장비등록신청서에 특수의료장비 관련인력의 ‘진단방사선과전문의자격증’ 및 ‘방사선사면허증’ 사본을 첨부하도록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사의 경우 의료기사등에관한법률 제1조에서 “의사 또는 치과의사의 지도하에 진료 또는 의화학적 검사에 종사하는 자”로 정의해 한의사의 의료기사 지도감독권은 제외하고 있으며, 의사는 종합병원·병원·요양병원 또는 의원만을 한의사는 한방병원·요양병원 또는 한의원만을 개설할 수 있도록 돼 있다(의료법 제30조2항).
 
즉, CT, MRI 등 고가 의료장비를 사용하려면 진단방사선과전문의가 있거나 방사선사를 고용해야 하고 방사선사를 고용하기 위해서는 의료기사 지도감독권이 있어야 하지만 한의사에게는 지도감독권을 부여하지 않고 있다.
 
복지부의 유권해석 ‘불분명’
 
복지부에서는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논란이 제기됨에 따라 그동안 여러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복지부는 의학기술의 발달로 점차 첨단의료기기가 개발되고 한방의료도 현대화됨에 따라 의료기기를 현대의학과 한의학 중 어느 한 분야로 국한 인정하고 있다.
 
유권해석에서 복지부는 “한방의료도 레이져 침술을 이용하고 이 행위가 보험급여로 인정되는 등 현대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최근 개발되는 의료장비를 양·한방의료 중 어느 한 분야에서만 사용하라고 제한하기는 어렵다”며 “의료장비의 구분은 사용방법 교육 여부에 따라 결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질병 진단에 있어 진단용기구를 양·한방이 구별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그 기구를 사용해 질병을 진단하는 의료인이 사용방법 등을 교육받아 알고 있는 경우에 한하는 것”이라며 “진단기구가 양·한방 어느 쪽에서 제작됐는가는 사용자를 한정하는 기준이 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일례로, 복지부는 한의사의 청진기 사용행위에 대해 “한의사의 업무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면서도 “한방의학의 진단방법에도 청진이 있을 수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청진기를 사용했다면 양·한방의 궁극적인 목적인 국민건강의 향상을 저해하는 불법적인 진료행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유권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최근 복지부는 ‘한의원에서 환자들의 건강증진과 치료 및 연구목적을 위해 현대 의료기기 및 검사를 실시하는 것이 법규정에 어긋나는가’를 묻는 민원에 대해 “의료법상 양·한방이 완전 구분되면서도 현대의학의 발전에 따라 진료기술 및 방법이 점차 접근돼 가는 상황에서 양·한방 업무의 한계를 실제 구분한다는 것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제하고 “하지만 한방의료기관의 의료행위에 있어서 한의학적 원리에 의하고 한의사가 임상학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경우 사용이 가능하다”고 답변한 바 있다.
 
당시 민원인이 문의한 장비 및 검사는 *고산소치료기 사용 *수치료기사용 *레이저 지방용해술 장비 사용으로 비만제거 *심전도장비 사용 *혈액검사 *소변검사 *머리카락검사 *환자관리 및 환자건강서비스를 위해 물리치료를 무료로 실시하는 행위 등이다.
 
이 같은 답변이 논란이 되자 복지부는 ‘임상연구목적으로 가능하다’고 정정하고 해당 민원을 복지부 홈페이지에서 삭제조치 한 바 있다.
 
한방병원 CT 사용, 법원 판결조차 엇갈려
 
한방병원 CT사용에 대해 3개월의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서초구보건소를 상대로 기린한방병원이 제기한 소송에서 서울행정법원은 의학과 한의학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며 한방병원에서의 CT사용을 허용했다.
 
특히 “이 법률에서 금지하는 의무를 부담하는 주체는 방사선사일 뿐 한의사는 아니다”고 전제하고 “현행 의료법에는 CT를 사용한 한의사의 진단행위를 금지한 규정이 없다”며 업무정지처분은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특히 “한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기 위해 CT를 사용한 것은 한의학에 나오는 망진(望診·환자의 정신 상태, 영양 상태, 얼굴빛, 살갗, 혀 등을 눈으로 살펴서 하는 진단)의 수단에 해당된다”며 “의학과 한의학 간에 서로 학문적 기초가 다를지라도 환자의 상태를 관찰하는 진찰 방법이나 수단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2심 판결에서는 “의료법상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를 구분하는 명문규정은 없지만 별개의 의료체계를 갖추고 있다”며 “CT와 관련된 다른 법령상 한의사의 CT 사용을 제한하고 있어 의료법상 CT를 이용한 한방의료행위는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 범위”라고 1심에서의 판결내용을 뒤집었다.
 
주목할 만한 것은 현재로서는 법원의 판례가 가장 확실한 관련근거로 간주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명확한 선을 그어줄 만한 법규정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부분이다.
 
특히 기린한방병원 소송의 경우 1심과 2심의 법원판결이 완전히 상반된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국내 의료법은 현재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없도록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못하고 있다.
 
판례와 유권해석만이 각 사례별로 방향을 제시할 뿐이다.
 
복지부 주도아래 醫-韓 대승적 차원 논의 필요
 
여기에는 한의학의 현대화 인정 여부, 양·한방 의료일원화를 비롯해 의료계와 한의계 사이의 영역문제 등 민감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따라서 정책적으로 나서야 할 복지부 조차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복지부 의료정책과 관계자는 “종전과는 의료법이 달라진 것이 없는 만큼 현재로서는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지,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해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며 “아직 확실하게 정해진 입장이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오히려 이해 당사자인 의료계와 한의계가 소모적인 논쟁보다는 서로 합리적으로 법규정을 재정비할 수 있는 방향 모색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도 “비단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뿐만 아니라 진료영역과 관련해 의료계와 한의계가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어 복지부에서도 어쩔 수 없는 입장”이라며 “양측이 정부나 국회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단체간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