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국이나 야구장, 축구장 등 경기시설에 응급시설이 부족해 시급한 개선이 요망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일 방송된 SBS 생방송 인기가요에서는 여성그룹 씨야의 한 여성 백댄서가 공연 중 발작증세를 보이며 갑자기 쓰러졌으나 1분 여간이나 별다른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여성 백댄서가 쓰러지는 장면은 생방송으로 전국에 방영됐으며 특히 의식을 잃은 백댄서가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음에도 무대로 올라온 제작진이 팔과 다리를 붙잡고 바닥에 끌며 옮기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돼 시청자들의 항의가 끊이질 않았다.
한 시청자는 “방송관계자가 응급처치에 대한 상식조차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응급처치가 아닌 사람을 물건 취급해 그냥 무대 위에서 치워버리는 모습이었다”고 비난했다.
이에 제작진은 바로 공지사항을 통해 “이는 백댄서의 평소 지병에 의한 것으로, 잠시 후 곧 의식을 회복했고 간병을 받고 있으나 몸 상태는 양호하다”면서 “향후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외에도 야구나 축구 경기장의 응급시설도 아직은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KBS는 최근 자사 스포츠뉴스를 통해 ‘프로만 야구? 고교야구, 안전 불감증 여전’이라는 제목으로 청룡기 야구대회의 선수 안전문제를 다룬 바 있다.
이 방송은 “청룡기 고교야구대회가 열리는 동대문구장이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동대문구장에 구급차나 응급구조사를 찾아볼 수 없다"고 보도했다.
이는 구급차가 배치돼 만약에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프로야구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현실이다.
하지만 프로야구도 처음부터 이런 대비를 해왔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 4월 경기 도중 임수혁 선수가 쓰러져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자 그 뒤부터 구급차가 배치되기 시작했다. 임수혁 선수는 당시 초기 대응이 늦어 아직까지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 2003년 춘계대학축구 연맹전에서는 숭실대의 김도연 선수가 쓰러진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현장에 구급차가 없어 시간이 지체된 후에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김 선수는 끝내 사망했다.
또 대학 아이스하키 선수가 퍽에 맞아 숨을 거두는 사고도 있었는데 이들 사고는 각기 다른 종목과 장소에서 벌어졌지만 구급차 지연도착과 응급처치 미비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구급차가 있어도 장비가 없고 장비가 있어도 전문인력이 없는 등 문제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면서 “무엇보다 응급의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상훈 기자(south4@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