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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스티브 블래스 중후군을 아시나요?”

원인 못 밝혀…과중한 중압이 나쁜 영향

"스티브 블래스병’을 아십니까?" 한 때 박찬호 선수도 걸렸다는 말이 나오면서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많이 익숙해진 용어이다.
 
스티브 블래스병이란 투수의 컨트롤 난조 증세를 일컫는 말로 1964년부터 1974년까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서 활동했던 투수 스티브 블래스의 이름을 딴 것이다.
 
스티브 블래스는 1972년 19승을 올리는 등 1968년부터 1972년까지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올리며 특급투수로서 승승장구 했지만 다음해부터 갑자기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지지 못하는 기이한 증세를 보이다 결국 1974년 33세의 이른 나이로 은퇴를 하게 된다.
 
당시 그 선수의 제구력에 대해 살펴보면 19승을 올렸던 72년 249 이닝에 84 사사구를 내줬지만 73년에는 88 이닝에 84 사사구를 남발했다.
 
그는 이후 정신과치료, 안과치료, 명상법 등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지만 결국 효과를 보지는 못하고 은퇴해 지금은 방송해설가로서 일하고 있다.
 
이 기이한 병에 감염된 선수로는 미네소타 팜에서 '포스트 놀란 라이언'으로 평가 받던 광속구의 스티브 개서와 조 카울리, 그리고 마크 월러스와 릭 앤키엘 등이 있다.
 
특히 릭 앤키엘은 2000년 대단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화려하게 등장한 선수였다. 31경기 중에서 30경기에 선발출장해 175.0 이닝을 던져 11승 7패 방어율 3.50을 기록하며 당시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2위를 기록했고 무엇보다 탈삼진을 194개나 잡아내 닥터 K로서의 위력을 보였다.
 
국내 팬들에게는 전성기 시절의 박찬호와 멋진 투수전을 펼친 선수로도 기억에 남아 있다
 
하지만 이 전도유망한 젊은 투수는 플레이오프에 올라간 팀의 디비전 시리즈 첫 경기 선발로 등판해 첫 이닝에서 메이저리그 기록인 최다 폭투(5개)를 기록하며 그 때부터 누구도 해명할 수 없는 이상한 컨트롤 난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2001년에는 6경기 선발 24 이닝에서 7.13의 방어율에 볼넷을 25개나 기록해 마이너리그로 내려갔으며, 이후 퍼시픽 코스트 리그에서도 한 이닝 최다 폭투(5개), 최다 볼넷(6개)의 기록을 세우면서 계속해서 심각한 컨트롤 문제를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팔꿈치 부상까지 겹쳐 2001 시즌을 포기한 채 수술을 받았고 결국 빅리그 투수의 꿈을 포기하고 타자로 전향을 선언해 그의 재기를 기다리는 많은 팬들을 아쉽게 만들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 애틀랜타의 특급 마무리 마크 월러스 역시 스티브 블래스병의 대표적인 희생자이다.
 
95년 25세이브, 96년 39세이브, 97년 33세이브를 기록하며 NL 최고의 마무리로 향하던 이 젊은 광속구 투수는 한때 103마일(165.8km)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듬해 20이닝에서 무려 33개의 볼넷을 남발하며 스티브 블래스병 의심을 받았고 이후 광속구를 잃어버린 평범한 투수로 전락해 버렸다.
 
2003년 초반 박찬호 선수가 사사구를 남발할 때 당시 언론에서는 박찬호 선수도 혹시 스티브 블래스병이 아닌가 의심을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2002년 박찬호 선수는 29이닝에서 무려 26개의 볼넷과 6개의 몸에 맞는 공을 던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찬호의 부진은 허리 부상에 따른 비정상적인 투구 폼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 증명됐었고 지금은 샌디에이고에서 여전히 활약중이다.
 
한편 스티브 블래스병은 꼭 투수만 걸리는 것은 아니다. 1991년 미네소타에서 데뷔한 척 노블락은 천부적인 컨택트 능력과 폭풍 같은 주루 플레이, 거기에 철벽 수비를 앞세워 AL 최고 2루수로 군림했었다.
 
1998년 우승을 위해서 2루수를 보강할 필요성을 느낀 양키스는 당시 AL 최고의 좌완 마이너리거 이였던 에릭 밀튼과 3명의 유망주를 더해서 노블락을 데려오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스몰 마켓이던 미네소타에서 뛰던 노블락은 빅리그 최고의 극성팬을 보유한 뉴욕 양키스가 주는 부담감을 떨칠 수가 없었던지 2000년 시즌부터 이상 증세를 보였다. 바로 1루로 송구를 할 수가 없게 된 것.
 
평범한 2루 땅볼을 잡고 그가 던진 공은 1루수 티노 마르티네즈의 글러브가 아닌 상대편 덕아웃이었고 어떤 때는 관중석으로 날아가 관중을 맞히기도 했다.(국내 스포츠뉴스에서도 이 모습을 해외 진기명기로 보여줬었다)
 
1루 까지 채 15m도 되지 않는 짧은 거리를 제대로 송구할 수 없게 되자 그는 외야수로 전업하는 등 대책을 세웠지만 충격이 너무 컸던 것인지 2002년 33세의 젊은 나이에 빅리그 커리어를 마감했다.
 
경희의료원 신경정신과 김종우 교수는 “스트레스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압박감이나 부담감을 느끼면 스트레스가 오며 이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스트레스 때문에 몸의 평형상태가 어긋나는 경우도 있으며 호르몬이 증가해 자율신경계 중 교감신경계가 흥분하면 혈당조절이 안되고 근육이 수축되는 등 투구 매커니즘이 흐트러질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몸이 각성상태가 되면 주의력이 떨어지고 산만해질 수 있는데 이럴 때에도 투구의 리듬이 깨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스티브 블래스병은 의학적인 질환은 아니고 원인도 알 수 없지만 어떤 경우든 과중한 중압감이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상훈 기자(south4@medif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