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최근 발의된 공공의대법을 두고 반대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의협은 공공보건의료 분야 의사인력 수급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한데 공공의대 신설은 실효성이 없고, 부실 교육이 양산될 것이며, 위헌가능성이 높아 국민의 혈세만 낭비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강은미 의원이 대표발의한 ‘공공의과대학 및 공공의학전문대학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협회 의견을 지난 24일 보건복지부와 국회에 제출했다.
법률안은 공공의료 및 필수의료, 지역에 근무할 공공의사의 양성을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공공의과대학 및 공공의학전문대학원을 설립·운영해 의무복무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를 통해 지역별 의료격차를 해소하고 코로나19 등 감염병 대응능력 강화에 필요한 필수 공공보건의료인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것.
이에 대해 의협은 “법률안은 필수의료, 공공의료 및 지역의료분야의 의료인력 부족을 근거로 들어 공공의대의 설립을 주장하고 있으나, 필수의료 분야 등 인력 부족의 근본적 문제는 전체 의사 수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필수의료 등 분야의 열악한 의료 환경, 저수가, 의료사고 법적책임 부담 등으로 인한 해당 분야 기피에 따른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하는 것이므로 원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공공의대 신설을 통해서는 그 효과가 수십 년 후에나 나올 것이므로 의사인력 수급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와 면밀한 검토 없는 무분별한 공공의대 설립은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해 향후 보건의료체계의 지속가능성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며 “필수의료 등 분야에 대한 문제해결의 시급성과 근본적인 개선책을 고려할 때 우선적으로 ▲필수의료 사고처리 특례법 제정, ▲기피분야에 대한 적정한 보상,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필수·공공·지역의료 인프라 확충 등 필수의료 분야에 우수한 의료인력이 자발적으로 진출하고, 유입될 수 있는 안정적인 의료 환경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의료인력 재배치가 이뤄질 수 있는 정책 추진이 합리적이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공의대 설립법 제정시 야기될 문제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의협은 “학생들에게 학비 지원 등 재정적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졸업 후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10년 동안 의무복무를 강제하고 있으나 실효성에 의문이 있다”며 “의무복무 의사(공공의)가 의무복무 기간이 종료한 후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의료 인프라와 교육·주거 등 정주 여건이 열악한 지역에서 계속해서 활동할지 여부가 불명확한 것이 현실이므로 이러한 문제의 개선 없이는 수도권 등 타 지역으로 이탈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공공보건의료인력 확보 등 특별한 목적으로 재정적 지원을 하는 제도로서 공중보건장학제도, 군 의대 위탁교육제도 등이 운영되고 있으나 기대한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 할 뿐 아니라 일부 제도의 경우 악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공의대의 경우도 해당 지역 학생들에게 의사가 될 수 있는 보다 용이한 기회를 부여할 뿐만 아니라 이에 소요되는 막대한 비용까지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하는 재정적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있으나 비용대비 그 효과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지역 내 국공립 공공보건의료기관을 교육·실습기관으로 우선 지정하도록 하고 있지만 만약 지역 내에 실습기관이 없을 경우 별도의 부속병원을 설립해야 하므로 이를 감안하면 부속병원 설립에 수천억원의 비용이 추가로 투입될 수 있다”며 “막대한 국민의 혈세가 투입되는 공공의대 설립과 같은 정책의 시행은 단순히 그 실효성 유무뿐만이 아니라 투입 대비 산출물이라는 비용효과성도 확실히 담보할 수 있어야 하나, 공공의대 설립은 그 실효성조차도 명확하게 담보할 수 없는 바 국민의 혈세가 낭비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또한 “현재의 의과대학 예과 2년·본과 4년, 의학전문대학원 4년의 교육기간도 의학에 대한 교육기간으로 매우 부족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으로 공공보건의료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그 효과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바, 공공의대 의학교육의 부실화는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며 “양질의 의사는 충분한 교육 자원, 다양한 환자 군에 대한 경험, 실력 있는 다수의 임상교수진, 체계적인 임상실습 교육병원 등 충분한 교육인프라 아래에서 양성되는 것인데, 제대로 된 부속병원(실습·수련병원) 없이 해당 지역의 공공보건의료기관을 위탁교육이나 교육협력병원으로 지정해 운영하게 될 경우 의학교육의 현저한 질 저하가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의협은 “공공의대 설립법은 의무복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의사면허를 정지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바, 이는 외국의 제도나 공중보건장학제도에 비해서 의무복무기간이 현저하게 길어 중간 탈락자가 속출할 가능성이 매우 크며 이로 인해 여러 가지 법적 분쟁의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10년이라는 장기 의무복무는 직업선택의 자유, 비례의 원칙, 거주 이전 자유 등의 개인 인권에 대한 다양한 침해로 인한 위헌적 요소의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적정 의사인력 수급추계에 대해 여러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뉘는 만큼 향후 의사인력 수급추계는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며 “의사인력 수급 정책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고 국가 재정 및 의료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장래 인구 추계와 미래 의료수요, 보건의료제도 및 재정 등 전반적인 사항을 연계해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면밀하고 신중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