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3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11대 강중구 원장이 취임한지 어느덧 2달이 지났다. 강 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의료계단체를 방문하며 의료계와의 소통을 중시했고, 동시에 내부 업무파악에도 매진해 왔다. 강 원장은 국민건강 증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데 외과의사로서 30여년의 임상경험을 쏟아 붓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문기자협의회는 16일 심평원 본원에서 강중구 원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와 앞으로 심평원을 이끄는 방향을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편집자 주]
◇의사로서 활발한 활동과 병원장 업무를 수행하다가 심평원 원장을 맡게 됐습니다. 위치 변화에 대한 부담은 없나요? 또한 의사라는 점이 심평원을 이끄는 데 어떤 긍정적인 점이 있을까요?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며,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그간 의사로서 그리고 병원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다가 심평원장으로의 위치 변화가 있었지만 가장 중요한 가치인 ‘국민건강 증진’을 목표로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를 기반으로 심평원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의사출신으로서 임상에서의 풍부한 진료경험이나 다양한 정부 위원회 활동 등은 급여결정 및 가격·기준관리 등의 정부 정책결정이나, 심사·평가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그 동안 다소 미흡했던 의료계 등 다양한 외부고객과의 의사소통이 다소 원활하게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원장 취임 직후 가장 먼저 소화한 일정이 보건의료계 단체들을 방문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만큼 의료계와 심평원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느껴지는데요. 심평원의 최근 사업과 정책에서 의료인으로서 긍정적으로 바라본 부분은 무엇인가요?
두 가지 정도를 선정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는 의료인의 전문성·자율성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적정진료 환경을 제공하고자 지속적인 혁신과 노력을 기울인 점입니다. 우리원은 심사평가체계 개편을 통해 건별심사 개선과 더불어 질과 비용을 함께 관리하는 분석심사를 도입했습니다.
환자질환별 특성 등을 고려한 의학적 근거 중심, 데이터 분석방식의 심사평가체계로 전환한 점이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규제혁신 및 합리적 등재제도 운영으로 국민의 의료접근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는 점입니다. 희귀질환 치료제 등 필수약제의 등재절차를 7개월에서 5개월로 단축했고, 혁신의료기술의 조기시장 진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예비등재를 지속 추진하고 있는 점 등입니다.
◇보완 및 개선하거나 새롭게 발굴하는 등 신경써야 할 사업·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첫 번째로 인구 고령화 등으로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이 우려되는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보험 재정의 합리적 지출 관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원은 급여결정부터 심사 사후관리까지 진료비 지출의 전(全) 단계를 관리하는 기관입니다.
급여결정제도 개선 및 가격·기준 관리를 강화하고, 진료비 심사 및 의료 질 평가 등 우리원 고유 업무에 전문 역량을 집중하여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국민의 생명·건강과 직결되는 필수의료를 회복하기 위한 공공정책수가 시범사업 추진 등을 통해 정부 정책을 적극 지원하는 것 입니다.
◇앞으로 이전 원장들과는 차별화된 의료계와의 소통 방안이 궁금합니다.
새 정부 2년차를 맞아 우리원은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정부정책 과제를 이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과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업무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자세로 의료계와 협력하겠습니다.
계획수립부터 의료계의 참여를 보장하고 문제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이 과정에서 충분한 소통을 통해 오해와 이견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본원 업무보고에 이어 전국 지원을 돌며 적극적인 내부조직 관리 및 소통을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원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고민이나 생각하는 방안이 있나요?
10개 지원을 돌며 심평원이 전국 각지에서 제 역할을 활발하게 수행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지원의 기능과 역할 강화를 위해 본원의 비대한 기능과 인력을 균형감 있게 재정립할 수는 없는지, 지원의 주된 기능인 현장 업무 수행에 제약 사항은 없는지 검토해 볼 생각이며, 현장 업무 수행이라는 지원의 기능적 장점을 활용하여, 지역 맞춤형 보건의료 분석자료 등을 생산해 정부와 지자체에 제공한다면 지역별 보건의료 정책 지원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초고가약, 항암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 다양한 치료제가 도입되면서 심평원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하지만 급여와 관련해 여전히 논의 과정의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고 절차 지연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심평원장으로서 이런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나요?
(신속등재) 국민의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중증·희귀질환 치료제가 신속히 등재될 수 있도록 제도를 지속 개선해 왔습니다.
협상생략제도, 식약처 허가-평가연계제도, 경제성평가 자료제출 생략제도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1월부터는 ‘평가-협상 병행제도’를 통해 등재기간을 60일 단축하고, 경제성평가 생략 적용 대상을 소아 희귀질환자 삶의 질 개선 약제까지 확대했습니다.
또한, 식약처 허가까지 연계하는 ‘허가-평가-협상 병행제도 시범사업’도 추진하기 위해 관계기관과 협의 중입니다.
(약제비 관리) 건강보험 재정지속 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재정 영향이 큰 약제를 중심으로 약제비 주기적 모니터링 및 관리를 강화할 계획입니다.
현재 급여되고 있는 전체 약제 및 특정약제(희귀질환 치료제, 항암제 등)의 세부내용 분석을 토대로 약제비 모니터링 자료를 산출하여 약제정책 의사결정 지원에 활용할 예정이며, 구체적 관리방안은 지속적으로 복지부와 협의하여 도출할 계획입니다.
(투명성) 약제 급여평가의 절차적 투명성 확보를 위해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암질환심의위원회 심의결과를 심의 종료 즉시 국민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있습니다.
세부내용에 대해서도 제약사의 영업 비밀을 감안하여 해당 제약사에 별도 안내하고 있으며, 위원회 심의 후에도 보완할 부분에 대한 제약사 의견 청취, 상호 협의를 진행하여 투명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의 신속한 급여화 및 진행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지속 노력하겠습니다.
올해 9기 약제급여평가위원회(9월), 10기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12월) 위원 위촉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이해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하고 투명하게 위원회를 구성·운영하겠습니다.
또한 신청자에게 처리과정 및 결정사항을 보다 상세히 공개할 수 있도록 공개시스템을 지속 개선해 나가겠습니다.
◇분석심사에 대해 의료계가 최대한 참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분석심사에 대한 원장님의 견해와 의견이 있다면?
심사평가원은 의료기관의 적정진료 환경을 지원하기 위해 여러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 중 분석심사는 의료의 질, 의학적 타당성, 효율성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를 의료기관에 제공하여 의료기관의 자율적인 개선을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이러한 분석심사는 앞으로 심사가 나아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심사평가원은 적정진료 환경조성을 위해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그 결과 의료계도 내부적으로 여러 논의를 거쳐 2022년부터 전문심사위원회에 참여하고 있고, 최근 분석심사 참여기간을 연장하는 등 노력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분석심사의 발전을 위해 의료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리며, 제도의 보완점과 발전방향에 대한 소중한 의견을 제시해 주기를 바랍니다.
◇심평원장 임기 동안 이 부분은 꼭 해결하고 싶다는 중점 분야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첫째, 보건의료분야의 중심 국정과제인 필수의료 지원 대책마련을 위해 정부의 로드맵 수립에 적극 동참하고, 실행과제의 이행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둘째, 급여항목에 대한 재평가, 고가약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등을 통해 건강보험 재정건전성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셋째,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환자단체, 국민, 학계 등과 다각적인 소통을 추진하고, 내부적으로도 건강한 조직문화 정착을 위해 직원들과 적극 소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