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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엔데믹 시대 백신과의 공존, 개발부터 소통까지 ‘바로 알기’

바이오 분야 ‘토탈 엔터테인먼트’, 코로나19 ‘게임 체인저’ 백신… 그러나 접종률은 매년 감소
고대의대 백신혁신센터, 백신 바로 알기 시리즈 ‘이론에서 정책까지’ 포럼 개최

백신은 코로나19 판데믹 극복에 기여했지만, 여전히 잘 모르는 부분이 많고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백신혁신센터(센터장 김우주 교수)는 2월 10일, 고려대학교 SK미래관 최충현홀에서 ‘백신 바로 알기 시리즈’를 개최했다.


고대의대 백신혁신센터는 코로나19와 신종 인플루엔자로부터 인류를 보호할 백신 개발을 목표로 2021년에 발족해 백신 개발을 위한 활발한 연구와 함께 백신에 대한 바른 정보 알리기를 위해 힘써왔다.

첫 오프라인 행사로 진행된 이번 ‘백신 바로 알기 시리즈’에서는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다뤄졌다. ▲코로나19 바이러스 백신의 개발 과정과 작용 기전, ▲코로나19 백신 국내외 연구개발 현황,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 및 효과 평가, ▲국내 예방접종 정책 평가 및 ▲코로나19의 전망 및 향후 백신 접종 정책에 대한 발표가 진행됐다.


먼저 고대의대 김기순 교수는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백신개발 패러다임’이라는 제목의 발표에서 “백신은 감염병을 예방하는 방법 중 하나로, 토탈 엔터테인먼트에 버금가는 다양한 기술이 적용된다”며 발표를 시작했다.

이번에 대유행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비해 진화학적으로나 유전학적으로 변이율이 높지 않으나, 감염의 범위가 넓어 다양한 변이를 보였고, 현재는 오미크론 변이가 우점종이 돼 후속 변이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며, 추후 발생할 미지의 바이러스까지 막을 수 있는 유니버셜(범용) 백신의 필요성을 소개했다.

김기순 교수는 “mRNA 백신이 백신 개발 기간의 혁신적인 단축을 가져왔지만, 이 역시 새로운 코로나 변이와 미지의 바이러스에 대응하기에는 늦다. 유니버셜 백신을 개발하되, 범용 백신 항원 개발 뿐 아니라 백신 평가 방법, 운송 시스템, 접종 전략 등을 총체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대의대 김철우 교수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면역학’이라는 제목으로 우리가 감염되거나 백신을 접종했을 때 어떻게 면역 작용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김철우 교수는 “그동안 쥐를 대상으로 한 면역체계 연구는 잘 알려져 있었지만, 사람의 감염과 면역반응은 쥐와 다른 부분이 있었으며, 그동안 확실하게 연구가 이뤄지지 않은 부분이었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관련 연구가 활발해졌다”고 말했다.

김철우 교수는 “우리 몸은 외부 침입작용에 대해 항체와 함께 T세포와 B세포로 대응한다. T세포는 감염 후에 만들어지는 기억 세포로, 감염된 세포를 찾아가 죽이는 역할을 한다. 연구 결과 백신 접종 후 오미크론에 대한 대부분 사람들의 T세포 반응이 좋았지만, 20% 정도는 T셀 반응이 없었다. 그 중에서 다시 10% 정도는 부스팅을 맞으면 좋아졌다”고 말했다.

김철우 교수는 “대부분의 연구는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개인 건강, 나이 등에 따라 면역 반응이 다를 수 있다. 다양한 환경을 고려해 백신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국립보건연구원 김도근 감염병백신연구과장과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박용욱 실장이 각각 코로나19 극복의 열쇠였던 mRNA 백신 관련 정보들을 소개했다. 


mRNA 백신은 특정 항원만을 발현해 직접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하며, 백신 플랫폼이 가변적이라서 생산에 유리하다. 제조 시 세포를 사용하지 않아 오염과 관련된 안전성 문제도 최소화할 수 있다.

김도근 과장은 “mRNA의 약물전달체로서 사용되는 LNP(리피드나노파티클)이 mRNA 백신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대표적인 mRNA 백신 제조 기업인 화이자와 모더나는 LNP의 조성 비율을 특허로 등록했고, 이 비율을 회피해서 새로운 백신을 개발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고 소개했다.

김도근 과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과제로 등록된 국내 mRNA 백신의 개발 기술들도 LNP 대용 전달체 기술에 집중돼 있다. 매년 새롭게 등장하는 특허를 꼼꼼히 분석하고, 특허회피가 어려운 부분은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백신개발을 위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이전에는 mRNA 백신 성공이 없었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mRNA 백신 개발 회사들이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한 것에 대해 SK바이오사이언스 박용욱 실장은 안전성 측면이 크다고 판단하며, mRNA 백신을 잇는 나노파티클 백신과 사베코바이러스 범용 백신 개발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다음 세션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백신의 효과 평가’에 대한 발표가 이뤄졌다.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노지윤 교수는 “백신 개발부터 접종까지 평균 10년이 걸리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코로나19 백신은 그 패러다임을 바꾼 계기가 됐다. 제조사별로 평균 1년 내외로 백신을 개발했고,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이 백신의 개발을 가속화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대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영준 교수는 “임상 현장은 이론과 정책의 가교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백신효능과 효과는 차이가 있다. 효능은 이상적인 조건에서의 예방 정도라면, 효과는 일상적인 환경에서의 예방 정도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최영준 교수는 “백신 효과 측정에서도 관찰기관과 시점, 접종자와 비접종자의 기저 건강상태와 건강행태에 따라 여러 제한점이 발생한다. 임상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연구질문을 해결하고, 예방접종 효과 평가를 위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코로나19 백신 효과평가가 필요하다. 효과평가의 필요성과 효과성은 확인됐으며, 시행용이성 확보를 위해 현재 국가정책과 R&D 과제로 진행중인 연구에 대한 개인연구자의 접근성 증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 세션에서는 조금 더 사회적인 내용이 다뤄졌다. 특히 효과적인 백신 개발과 연구만큼이나 소통을 통해 백신 접종에 대한 사람들의 동의와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의 발표가 진행됐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는 “백신 접종에 대한 전세계적 반응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백신을 맞으라고 하는 것에서 오는 반발감이었다. 백신 접종자에게 혜택을 주는 백신 패스는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반발감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유명순 교수는 “백신 헤지턴시는 백신 서비스가 충분히 가능한 환경에서 백신 접종이 지연되거나 거절되는 현상이다. 앞으로 연례적으로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백신 접종에 대한 중요도 인식 정도가 모든 층에서 떨어져 있고 젊은 층은 더욱 크다. 이를 위해 여러 주체가 감염부터 백신까지의 소통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고대의대 예방의학교실 천병철 교수(백신혁신센터 교육위원장)는 “좋은 백신을 만드는 것과 함께 어떻게 백신을 형평성 있게 배분하느냐가 중요하다. 매년 증가하던 소아 인플루엔자 예방접종률이 2021년, 2022년 연속 감소한 것을 보고 커뮤니케이션 상 중요한 부분을 놓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천병철 교수는 “초기 백신정책을 복기해보면, 뒤늦게 사실을 발표하거나 다른 나라에 비해 백신 접종 중지를 늦게 하는 등 문제점이 있었다. 코로나 백신에 대한 음모와 루머 조사 결과는 백신에 대한 낮은 신뢰를 보여 준다”며, “코로나19 판데믹을 벗어나는데 백신의 역할은 핵심적이었고 가장 크게 기여했다. 투명성과 안정성 중심으로 백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려의대 감염내과 최원석 교수는 “코로나19 전망은 예측하기 어렵다. 오미크론 외에 새로운 가지의 분지가 나타나면, 대유행 가능성이 있다. 기존의 면역 체계를 회피하고 새로운 특성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최원석 교수는 향후 백신 정책 전망에서 코로나19 장기화로 미국을 시작으로 지불 체계가 정부에서 보험으로 개편될 가능성과 함께 추가적인 새로운 백신이 개발될 가능성이 있으며,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낮은 수용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