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C. Antibody Drug Conjugate의 줄임말로, 한국어로는 ‘항체-약물 접합체’라는 뜻이다. 최근 ADC가 미래 먹거리로 급부상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가 앞다퉈 ADC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ADC 열풍을 일으킨 주인공은 다이이찌산쿄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엔허투(성분명 트라스투주맙데룩스테칸)다.
일본에서는 이미 2020년에 위암과 유방암에 대한 3차 치료에 대해 허가를 받았으며, 미국은 그보다 앞선 2019년 12월 유방암 3차 치료를 시작으로 유방암, 위암, 폐암 등에 대한 2차 치료 허가로 총 5개의 적응증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2021년 유방암 3차, 2022년 유방암 2차 치료 적응증을 획득했다.
우리나라 역시 국제적 트렌드에 맞춰 지난 해 9월 유방암과 위암 3차에 대해, 지난 해 12월 유방암 2차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를 받았다. 이에 한국다이이찌산쿄와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양사는 올해 1월 엔허투의 유방암 및 위암에 대한 출시를 공식 선언하며 겹경사를 맞게 됐다.
이에 질세라 국내 다른 제약사들도 ADC 사업에 뛰어들었다. 종근당은 네덜란드 ‘시나픽스’와 항체 변형없이 적용 가능한 ADC 기술 도입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으며,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피노바이오와 ADC 공동개발을 위해 MOU를 채결했다.
셀트리온은 아예 ADC를 개발하는 영국 제약사 ‘익수다’에 시리즈A 펀딩을 단행했다. 이번 투자에 사용된 금액만 530억원으로, 셀트리온은 47.05%의 지분을 확보했다.
이와 같은 추세는 국외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해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회 ASCO에서도 ADC 약물을 활용한 유방암, 호지킨 림프종, 담도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의 치료 효과가 발표되면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 역시 ADC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길리어드의 ADC 치료제 ‘트로델비’는 美 FDA로부터 유방암 적응증을 추가 확보했다. 엔허투가 HER2 양성에 허가됐다면 트로델비는 HER2 음성에 허가되면서 재발 위험성이 높은 유방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안겨줬다.
이처럼 제약바이오업계가 ADC에 진심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비법은 ADC 약물의 작용 원리에 있다.
ADC는 암세포 표면의 특정표적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와 세포사멸 기능을 갖는 약물을 링커로 연결해 만들어졌다. 이러한 원리를 가졌다는 것은 결국 약물이 암세포에만 선택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에 따라 치료 효과는 높이면서도 부작용을 최소화 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ADC는 정상세포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 있는 세포 독성항암제, 부작용 우려가 있는 표적항암제, 환자 반응률이 낮은 면역항암제의 단점을 모두 커버했다. 엔허투 역시 유방암과 위암 모두에서 무진행 생존기간이나 전체생존기간 등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치료 효과 외에도 금전적인 측면에서도 괄목할만한 부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종근당에 따르면 글로벌 ADC 시장은 2022년 약 8조원 규모였으며, 연평균 22%의 성장률과 함께 2026년에는 약 17조 9천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향후 항암제 시장에서 ADC의 영향력이 기대되는 또 하나의 이유다.
그러나 ADC 약물이라고 해서 완벽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도 개발될 약물들은 기존 ADC약물들이 가진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
작용 원리 중 pH 의존적인 링커는 혈장 순환 중 불완전해 전신 독성의 우려가 있는 반면, 소수성이 강한 링커는 높은 응집력과 연관돼 저조한 체내 동태 및 효능을 보이기 때문이다.
세포 표면의 표적 단백질 발현률도 주목해봐야 할 문제다. 전통적인 미세소관 억제 약물들은 표적 단백질이 저발현된 세포에서 효과를 발현하지 못해서 이를 극복하고자 아주 강한 약물을 페이로드로 사용하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제한된 치료 지수로 효과 대비 강한 독성을 보였다.
기존 ADC는 여러 기전을 통해 종양 저항성을 유발한다. ADC의 내재화 장애, 항체의 리사이클링, 표적 단백질 발현 감소 및 리소좀 분해 결함 등은 세포 내 약물 유리를 제한하고, 약의 효능을 감소시킨다.
향후 개발될 ADC 약물들의 승패도 여기에 달렸다. 제2의 엔허투가 되기 위해서는 높고 균일한 약물-항체 비율, 절단 가능하면서도 혈장 내 안정적인 링커와 표적 단백질의 발현이 낮은 이질적인 종양 세포 환경에서도 효과를 보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