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현직 대학병원 의료원장이 현행 산별교섭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나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윤견일 이대의료원장은 대한병원협회지 최근 호에 ‘2006년, 노사상생을 위한 변화의 시기’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윤 의료원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같은 특수한 상황에서의 산별교섭은 교섭의 이중성으로 인해 비효율적인 교섭 및 막대한 경제적 손실 등의 폐해를 불러온다는 것.
그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는 산별교섭이 독일처럼 잘 정착 된다면 상급노조에 권한이 집중돼 개별 사업장의 노조활동이 줄고, 개별사업장 마다 종업원평의회가 있어 노사갈등보다는 완충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식이 아닌 무분별한 외국식 산별교섭 도입은 폐해가 더 크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윤 원장은 “지난 몇 년간 산별교섭을 해오면서 점차 그 형태를 갖춰오고는 있지만 산별교섭과 지부교섭이 병행되면서 이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전하고 “또한 산별교섭과 동시에 지역별 노조가 움직이고 각 지부별 개별교섭이나 산별교섭 후 추가협상에 들어가는 현 상태로는 효율적인 교섭보다는 파업 및 투쟁의 장기화 등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개별 기업들의 서로 다른 특수사항은 의료계 산별체제에 있어 또 하나의 커다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임금이나 혜택 등이 상이하게 다른 업체들을 한꺼번에 묶어 교섭을 하게 되는 데 지난해 서울대병원이 보건노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결국 독자노선의 길을 택한 건 타 병원과의 커다란 근로여건 격차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아울러 “사용자측 역시 산별교섭 시 대표단을 구성할 때 특성별로 나뉜 대표단을 구성하는 데 대표단을 구성하기도 힘들지만 각 대표단끼리 얼마나 다른 목소리를 내놓겠는가?”라며 “개별 병원 경영에 매진하기도 벅찬 시기에 산별교섭을 위해 요구되는 인력 및 경비는 사측의 입장에서 매우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윤 원장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노조는 불법파업과 보여주기 위한 투쟁을 지양하고 진정한 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강경투쟁이 습관화된 풍토 속에서 대안 없는 투쟁방식을 버려야 하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노동운동을 위한 운동이 아닌 질적 노동운동으로 바꿔야 한다”고 전하고 “이기주의를 떨쳐내고 상생경영을 할 수 있는 장기적이고 폭 넓은 시야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그는 노조의 취약한 자립성도 함께 지적했다. 윤 원장은 “유럽 노조들 대부분이 노조기금을 통해 운영되고 파업 시에도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따라 노조기금에서 파업비용이 마련되는데 우리나라의 개별 노조운영은 기업지원으로, 양대노총 등 거대단체는 국가지원으로 운영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지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한 파업 불참 시 노조에서 가해지는 조직적인 압력 및 정신적인 고통 등 파업 때마다 존재하는 비민주적인 행태도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울러 경영자에 대해서는 “조급하게 협상타결만을 위해 노조제안을 따라가기 보다 피하지 말고 먼저 사측 요구안을 제안하거나 기업존망을 위한 노사협력 로드맵을 제시하는 등 사용자측이 협상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윤 원장은 “노사 모두 영원한 평행선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서로 함께 씨줄과 날줄로 기업을 키워나가는 살아있는 유기체란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 “요즘처럼 기업이 어려울 때 노조와 힘을 합해 대안을 찾을 수 있는 협력의 기반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상훈 기자(south4@medifonews.com)
2006-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