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체내 전체 미생물 집단인 장내균총(microbiomes)이 간이식을 받은 환자의 면역상태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증명했다.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은 소화기내과 이순규 교수(공동 제1저자)팀이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최종영 교수(공동 교신저자)팀과 함께 진행한 연구에서 간이식 후 평균 10년 이상 지난 환자의 혈액을 분석한 결과, 건강한 사람에 비해 기능성 장내균총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가톨릭대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조미라 교수(공동 교신저자)팀과 전주연 연구교수(공동 제1저자)팀도 함께했다.
연구팀은 간이식 후 장기간이 지난 환자 27명과 건강한 대조군 20명의 혈액 및 장내균총을 비교했다. 27명의 간이식 환자들은 모두 혈액검사 결과 간 기능이 정상으로 유지되는 환자였다. 그 중 22명은 면역억제제를 복용하고, 5명은 면역억제제를 중단한 면역관용 환자다.
혈액 면역세포 분석 결과, 간이식 환자들은 대조군에 비해 면역항상성(immune homeostasis) 유지에 중요한 조절 T세포(regulatory T cell)가 감소돼 있었고, 염증성 세포인 T 도움 17세포(T helper 17 cell)는 증가돼 있었다. 면역항상성은 면역반응 활성화와 억제력 간 균형을 유지하는 기능이다.
또 장내균총 분석에서 간이식 환자들은 이식 후 장기간 지났음에도 대조군에 비해 장내균총의 다양성이 떨어지고, 균총의 구성 역시 달랐다.
이에 연구팀은 세부 균총과 면역상태(면역항상성)에 영향을 주는 균총을 규명하기 위해 세부분석을 시행한 결과, 간이식 환자의 면역력을 높이는 장내 유익균인 페칼리박테리움(Faecalibacterium)이 가장 감소돼 있었다.
이어 페칼리박테리움 또는 그 대사산물(metabolite)인 부티르산(butyric acid)을 투여한 결과, 조절 T세포가 회복(증가)되는 것을 연구팀은 확인할 수 있었다. 즉, 간이식 환자의 페칼리박테리움 감소와 불안정한 면역상태가 연관돼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이외에도 간이식환자들과 면역억제제를 중단하고도 면역상태를 잘 유지하는 면역관용 환자들과 비교했을 때, 페칼리박테리움과 조절 T세포가 회복돼 연구팀은 규명한 기능성 장내균총의 역할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순규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기능성 장내균총을 규명할 수 있었다”라며 “이는 간이식 환자의 면역상태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biomarker)와 면역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약제 개발 가능성을 보여준다”라고 평가했다.
최종영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교수는 “간이식은 이식 수술 후 새로운 간을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연구로 기능성 장내균총을 이용한 신약이 개발된다면 간이식 환자가 이식 후 면역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간이식 뒤 장기간이 지난 후 장내균총과 환자의 면역상태의 상관관계를 밝힌 첫 연구로, 생명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장내 미생물(Gut Microbes)’(5-year IF: 11.724) 8월 11일자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