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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법과 환자·학회 무시하는 제도는 누굴 위한 것인가요?”

지난해 4월 정부는 장애인의 복지서비스 수급권을 폭 넓게 보장하겠다라는 명목으로 장애의 인정기준을 확대했다.

당시 개정된 ▲장애인복지법 시행령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 ▲장애정도판정기준 ▲장애정도심사규정 등의 고시 개정안을 살펴보면 지속적으로 장애 인정 필요성이 제기된 질환에 대한 장애 인정 기준 신설 및 예외적 장애 정도 심사절차 제도화 등 장애 정도 심사제도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당시 한국기면병환우협회, 한국뚜렛병협회 등의 환자단체들과 대한신경과학회 등은 개정안에 대해 맹렬히 반대했다.

반대 사유는 장애 분류 근거 자체가 모호하며, 복지부의 ‘기면증 환자 중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돼 정신과적 치료에 불용성인 정신병적 증상을 갖는 사람을 대상으로 정신장애를 인정하자’는 취지와 개정안 내용들이 기면증과 투렛 등 신경계 질환들을 정신질환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와 관련해 본 기자는 당시 실제 관련 환자단체와 대한신경과학회 관계자들을 만나봤다. 취재 결과, 환자단체와 신경과학회 모두 보건복지부 등으로부터 장애정도 분류 등과 관련해 어떠한 공문 등을 받거나 논의가 진행된 바 없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정부의 학회와 환자 의견을 수렴했다는 설명과 달리 정부와 환자단체·학회 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본 기자가 고시 개정 당시 담당자였던 복지부 담당자로부터 의학자문회의 등을 진행할 때에 기면증 등이 신경계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의료자문회의에 참석해 장애 정도 분류 등을 논의한 학회로는 정신과 관련 학회들로 구성됐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환자단체와 학회는 개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 및 문제점을 지적하는 의견 등을 제언했으나, 그대로 강행했다는 폭로를 들을 수 있었다.

이뿐만 아니라 그렇게 강행하면서까지 밀어붙인 장애정도 분류에 법률 구조상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바로 고시보다 상위 규범인 시행규칙에서 정한 대로 하위 규범인 고시에서도 같은 취지를 따라야 하나, 장애정도 분류 관련 내용은 이를 위배하고 있으며, 하위규범인 고시에 추가 요건을 더해서 혜택받을 수 있는 범위를 줄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시행규칙에서는 기면증 관련 내용으로 “기면증으로 기분ㆍ의욕ㆍ행동 및 사고의 장애증상이 심한 경우로서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수시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장애로 판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에 고시에서는 기면증 관련 내용으로 “치료약물 복용상태에서 실시한 수면다원검사 등에서 이상소견이 있고 정신병적 증상이 동반될 경우 장애를 판정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기면증 환자가 기면증 질환 자체로 발생하는 불편함으로 복지 혜택 유무가 결정이 이뤄져 하며, 2차적으로 발생할수 있는 질환으로 판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견해를 들을 수 있었다.

본 기자는 정책·제도 등을 만들 당시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이들과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 것도 모자라 그들의 의견을 배제한 채로 제도를 만드는 것은 누구를 위함인 것인지 묻고 싶다.

또한, 어렵사리 만들어 추진하는 정책이 당사자의 권리 등을 최대한 침해·억제하지 않아야 함은 물론, 상위 및 하위 규범과의 관계, 타 법과의 관계 등을 보다 더 명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학회와 당사자인 환자들의 의견이 전혀 고려되지 않음은 물론, 상위규범인 시행규칙의 취지 등을 위배하는 현행 장애정도 분류 등에 대한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