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17%가 변비로 고통을 받고 있으나 병원에서 전문적인 치료를 받는 사람은 3명 가운데 1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미국 위스콘신의대 아놀드 왈드(Arnold Wald) 교수팀이 세계 7개국(미국, 브라질,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한국) 1만3,879명을 대상으로 나라별 변비 유병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유병률은 17%로 세계 평균치 12%에 비해 크게 웃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베링거인겔하임의 후원으로 실시된 이번 연구결과는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미국 소화기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이조사에 따르면 나라별 변비 유병률에서는 미국이 18%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이 한국과 브라질이 각각 17%, 프랑스가 14%, 영국과 이탈리아가 각각 8%, 독일이 5% 등으로 나타났다.
이를 지역별로 보면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 사람들의 변비 발병률이 유럽지역에 비해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변비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비 환자의 4분의1 가량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나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2천명의 한국인 조사 대상자 중 17%(334명)가 변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3명 중 1명은 그 어떤 치료도 받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변비를 고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생활방식을 바꾼다거나 집에서 대체요법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비율(67%)이 높아 전문적인 변비약(완하제)을 사용하는 비율(16%)이 다른 나라보다 월등히 낮았다.
특히 변비환자들의 경우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을 남용하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변비를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하며, 약물 치료가 필요한 만성 변비의 경우에는 미국 소화기학회의 변비 치료 가이드라인에 의하면 변비의 정도에 따라서 배변 효과가 우수한 둘코락스나 마그네슘 제제, 섬유소 제제를 단계적으로 복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아놀드 왈드 교수는 변비 환자가 수분과 섬유소를 많이 섭취한다고 해서 변비 증상이 나아진다는 보장이 없는 만큼 적절한 처방을 받아 효과가 입증된 변비약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아주대의대 소화기내과 이광재 교수는 "한국사람들은 김치나 된장 등 유산균 음식을 많이 섭취하고, 섬유질 음식도 많이 섭취하기 때문에 변비에 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번 조사를 보면 오히려 한국인의 변비 유병률이 서양인에 비해 높은 편이며, 이는 음식 이외에도 변비를 유발하는 많은 생활적인 요인들이 많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결과를 토대로 각 국가별 만성 변비환자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연구결과는 오는 10월 21일부터 25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제 14회 유럽 연합 소화기학회 학술대회(United European Gastroenterology Week)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강희종 기자(hjkang@medifonews.com)
2006-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