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4일 부산 서구 부산대병원에서 술에 취한 60대 남성이 정상적인 진료절차에 불만을 품고 해당 병원 응급실에서 방화를 시도해 응급실 환자와 의료진의 생명을 위협한 사건과 관련, 27일 성명을 통해 “응급상황으로 이송된 환자가 치료를 받는 공익적 장소이자 병원의 가장 위급한 공간인 응급실 내에서 고의적인 방화사건을 일으켰다. 경악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규탄했다.
다행히 병원 의료진이 즉각적으로 소화기 등을 이용해 신속히 진화함으로써 추가적인 인명피해는 없었다.
가해자는 방화 3시간여 전 술에 취한 상태로, 응급실 환자(부인)의 보호자로서 내원해 환자를 빨리 치료하라면서 고성을 지르고 난동을 부려 출동한 경찰에 의해 귀가조치 됐음에도, 인근에서 인화물질을 준비해 와 수백 명이 있는 응급실 입구에 방화를 저지르는 만행을 저질렀다.
응급실은 생명이 위독한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산소공급장치 등이 있어 폭발과 인화의 가능성이 지극히 높은 시설이며, 통상 급성기 병원의 1층에 위치해 대형 재난에 매우 취약하다.
의협은 “이번 사건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 진료에 임하고 있는 의료인에 대한 중대한 위해임과 동시에, 응급실 환자를 포함한 불특정 다수인에 대한 생명을 위협한 사건”이라며 “의료인 및 의료기관에 대한 폭력, 방화 등 강력범죄가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밝혔다.
응급실을 비롯한 진료현장에서의 폭력행위는 응급환자 등의 생명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응급의료종사자를 비롯한 의료진이 상해를 입을 경우 2차적으로 다른 응급환자가 응급처치를 받을 수 없는 심각한 응급의료 중단으로 이어져 결국 응급실 등이 마비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의협은 “2019년 응급의료법 개정으로 응급의료종사자에 대한 폭행 시 가중처벌을 하도록 됐으나, 응급의료현장에서의 폭행이 전혀 근절되지 않고 오히려 폭력 정도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며 “이는 현재의 응급실에서의 폭행 등에 대한 대응방식이 겉치레에 불과할 뿐이며, 처벌방안이 실질적인 범죄 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것을 방증하는 만큼, 범죄 억제의 실효성을 더욱 높이는 사회 구조적인 지원과 효력 있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가중처벌을 의식한 경찰이 오히려 피의자를 전면 외면하는 문제 ▲응급실 폭력을 저지른 가해자가 수사 시 해당 기관이 그를 환자로서 치료-보호하게 되는 역전현상의 해결 ▲의료기관 내에서 진료 중인 의료인에게 폭행, 협박을 범한 가해자에 대한 반의사불벌 조항 폐지 등이 적극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협은 “중앙정부는 법원에서 안전을 위해 경비인력을 배치하고 있는 것과 같이 가장 높은 사회적 공익성을 띈 응급실 내의 응급의료종사자는 물론 환자, 보호자 등을 보호하기 위한 안전시설 및 보안 인력 배치와 관련한 지원책을 즉각 마련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은 더 이상 야만적인 폭력범죄가 응급실 등 공익적 의료현장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즉각적인 중재안과 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작동시킬 것을 재차 강력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협은 오는 7월 1일 대한변호사협회 및 국회 김미애 의원실과 함께 관련 인력에 대한 보복성 폭력행위 방지대책을 논의하는 긴급토론회를 개최한다.
의협은 “현장 실효적인 방안을 모색하고 이러한 방안의 구체화 및 입법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또한 대한응급의학회 및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와 공동 주관으로 응급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대한 폭력 실태조사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