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저검사 하나로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 등 3대 실명질환을 예방할 수 있지만 국가건강검진으로 도입되지 않아 고령화 사회에서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안과학회가 29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추계학술대회에서 안저검사와 영유아 눈검진의 국가건강검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순천향대서울병원 최경식 교수는 “전국 1567개 안과 의원에 안과 전문의는 인구 10만 명당 6~9명으로 인프라가 갖춰져 안저검사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안저검사는 국가건강검진에 채택되는 것이 쉽지 않다”라며 “안저검사는 자각 증상이 없는 실명질환을 예방하고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 교수는 빠른 고령화로 인해 대표적인 노인성 눈질환인 황반변성과 녹내장 유병률이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안저검사 1개로 실명질환 3개를 진단하고 예방하는 것은 곧 국민 눈건강을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즉, 3대 실명질환인 녹내장, 당뇨망막병증, 황반변성은 초기 증상을 자각하기 어렵고, 치료 시기를 놓치면 실명될 수 있어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안저검사를 통해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는 것.
안저검사는 안저카메라로 동공을 통해 안구 내 구조물을 촬영하는 방법으로 약 1초면 검사가 끝난다. 무해한 빛으로 단시간 촬영하는 비침습적 검사이므로 후유증도 없다.
하지만 3대 실명질환의 유병률이 증가 추세인 반면, 이를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안과검진 인식도는 낮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실제 질병관리청과 대한안과학회가 공동으로 진행한 2017~2018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 국민의 주요 눈질환 유병률은 나이관련황반변성 13.4%, 녹내장 4.3%, 당뇨망막병증 18.7%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0세 이상에서는 3.2명당 1명이 황반변성을 앓고 있었다.
또 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 코호트를 분석한 결과에서는 노화와 관련이 깊은 녹내장, 황반변성의 유병률이 10년 전에 비해 각각 99.0%, 104.8%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녹내장은 70대 이상에서 147.1%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질병의 증가 추세와 달리 아직 국민들의 안과검진에 대한 인식은 매우 낮은 상태. 2010년에서 2012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전 국민의 25%는 생애 한 번도 안과검진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7~2018년 조사에서도 당뇨망막병증의 경우 합병증 확인을 위해 안저검사를 받아본 사람은 23.5%에 불과했다.
아울러 최 교수는 안저검사와 함께 생애주기별 눈검진에서 영유아 눈검진 강화 필요성을 제시했다.
42~48개월 영유아부터 시력측정이 가능한데 단순 펜라이트 검사로는 선천성 눈질환을 조기 진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고, 시력표 검사는 약시 등을 진단할 수 없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세극등 현미경 검사’와 ‘현성굴절 검사’ 정확한 시력검사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영유아 눈검진은 현성굴절 검사를 통한 정확한 교정시력 측정과 세극등 현미경 검사를 통한 정확한 눈질환 검진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안과병원 김응수 전문의 역시 영유아 눈검진 항목 안에 최대교정시력과 굴절력 측정이 빠져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간단한 진찰로 심각한 안질환 발견이 가능하며 조기 발견할수록 치료경과가 우수하다. 검진 항목 안에 가장 쉽고도 정확한 안검사를 도입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대한안과학회와 대한안과의사회가 눈의 날 행사나 여러 인식개선 등을 통해 안질환 관련 홍보를 하고 있지만 아직 부족하다는 점을 들며 “지속적인 언론 홍보활동이 필요해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국가건강검진 경제성평가나 학술연구에 있어서 자료가 매우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한 김 전문의는 “약시 유병률도 국내에서 보고가 안 되어 있다가 최근에 5%라는 것을 알아냈고, 소아의 경우 다루기 민감하기 때문에 비교군 설정 자체가 어려워 경제성평가에 항상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학회나 의사회, 유관기관들이 힘을 합쳐서 좋은 데이터들을 마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국민 홍보나 정부를 대상으로 적극 활동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