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넘게 이어진 코로나19 대응과정 속 문제점과 개선방안, 일상회복 전략들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특정 집단에 가중되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평한 방역 대응전략과 백신정책이 실현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예방의학회가 21일 온라인으로 개최한 추계학술대회에서 시민건강연구소 김성이 건강형평성연구센터장은 “백신접종 완료율 70%로 모든 위기가 끝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그리고 백신접종 목표를 점점 달성하다 보면 당연히 배제되는 집단이 있다”라며 “장애인이나 노숙인 등 소위 취약계층의 백신접종은 공적마스크 제도 시작할 때부터 제도적인 설계가 미흡한 채로 지속돼 왔다. 또 이들이 백신접종 순서에서 밀리면서 생기는 피해에 대한 보호는 국가에서 전면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다.
또 김 센터장은 “경제자본과 기업이 해야 될 일들을 정부가 대신해서 해주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기업들의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있고, 동시에 제약사들을 대신해서 임상시험 인프라를 확충하거나, 임상시험 참여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정책을 기업이 아닌 정부가 대신해서 발표하고 있다”라며 “하지만 공공병원 신축·확장에 대한 요구는 많았지만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경제적 이익 달성 목표에만 국가권력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백신이 정치적 관점에서 논의되는 즉, ‘백신의 정치화’가 이뤄졌을 때 백신을 둘러싼 양극화 문제는 더 심화되고 관련된 다양한 논의의 관점이 소멸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실제 백신 접종계획이 발표됐을 때 접종 여부에 대해 커뮤니티 유저들이 보인 반응들은 정치적 성향에 따라서 극명하게 갈렸다는 게 김 센터장의 설명이다. 그 예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얀센 백신 예약 인증사진을 자신의 SNS에 올린 직후 접종에 부정적이었던 보수 성향 커뮤니티가 혼란에 빠졌다는 설명.
이와 관련해 김 센터장은 “충분히 백신의 과학적인 면을 알 수 있는 기회 자체를 정치화라는 공간들이 막고 있다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이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는 백신 접종이 필요한 사람들과 사회경제적 약자들이다. 국내 백신 정치화가 남긴 패악이 여러 면에서 남았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백신 치료제 개발에만 지원과 활동이 집중돼 공공의료 확충의 문제, 공공인력의 문제, 감염병 대비 병상 확보의 문제, 감염병 취약집단에 대한 매뉴얼 제작과 같은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했던 정책들은 담당 관료 부서의 일로 치환됐다”라며 “한국은 백신 글로벌 허브 전략을 산업적 전략으로 활용할 생각만 하고 있지, 국제적 백신 불평등 문제 해결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 정부는 시야를 좁게 갖고 국내적 관점과 산업적 관점에만 관심을 집중한다면 포스트 코로나로의 전환이 힘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민건강연구소 김태영 연구원도 글로벌 백신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한 유관 정부기관과 학계, 시민사회의 논의가 이뤄져야 함을 강조했다.
김 연구원은 “코벡스 퍼실리티는 백신의 공동 구매와 분배를 담당하는 기구로서 코로나 판데믹 상황에서 기능이 잘 작동하는 것이 빠른 종식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겠으나, 이 기구들은 각국의 자발적 참여에 의존하고, 운영자금이 부족하며, 거대 제약사에 대한 영향력이 부족하다는 등의 다양한 한계점을 갖고 있다”라며 “계획된 공여 분량 중 실제 공여량은 한참 못 미치고 있고, 접종률이 높은 국가가 다수 출연했음에도 불구하고 부스터샷 접종에 활용되는 백신은 점점 증가되면서 추가 공여보다는 부스터샷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코벡스를 통한 글로벌 수준의 공평한 백신 분배는 결코 성공적이라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내외 글로벌 보건의료 거버넌스 참여의 목적과 계획이 불문명한 상황에서 국제협력 정책이 국익을 위한 방향으로만 치우는 것에 대한 제동장치가 없다”면서 “글로벌 건강 정의를 실현하고 단순한 공여금 확대 이상의 적극적 참여를 위한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공정한 코로나 백신 분배의 중요성은 인지하나 자국 우선의 정치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와 관련 학계, 시민사회에서의 담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