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혈관이 완전히 막힌 ST분절 상승 심근경색증 환자 중 증상 발현 후 병원까지의 도착 시간이 12시간이 지난 환자가 12시간 이내 도착한 환자 보다 사망률이 1.5배 이상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또 병원도착시간이 12시간이 넘는 경우는 나이가 많고 여성이면서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을 적게 받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전남대학교병원 순환기내과 조경훈 교수와 정명호 교수가 ‘늦게 도착한 ST분절 상승 심근경색증 환자의 장기 예후(Long-Term Outcomes of Patients With Late Presentation of ST-Segment Elevation Myocardial Infarction)’라는 제목으로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연구논문에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 급성심근경색증 등록연구사업(주관연구자 정명호 교수)을 통해 국내 ST분절 상승 심근경색증 환자 5800여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것이다.
이번 논문은 지금까지 ST분절 상승 심근경색증 환자가 증상 발생 이후 12시간 이내 병원에 왔을 경우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이 주효하다는 연구결과는 많이 있었지만, 12시간 이후 도착한 환자들에 대한 연구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발표됐기 때문에 그 의미가 크다.
논문에 따르면, ST분절 상승 심근경색증 환자 중 증상 발현 12시간 이후 병원에 도착한 환자가 6개월 이내 사망할 확률이 11.2%로 12시간 이내 도착환자(6.8%) 보다 1.6배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3년 이내 사망률의 경우도 12시간 이후 도착 환자(17.3%)가 12시간 이내 도착환자(10.6%) 보다 1.6배 높았다.
그리고 이번 연구에서 최대한 빠른 심혈관 스텐트 시술인 일차적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의 비율도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
일차적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을 받지 않는 비율은 증상 발현 후 12~24시간에 병원에 도착한 환자들이 12.4%로, 12시간 이내 도착한 환자 (4.9%) 보다 2.5배 정도 높았다.
이 같은 사망률과 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과의 관계는 증상 발현 후 48시간까지 비슷하게 유지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에서 추가로 주목할 점은 증상 발현 12시간 이후 병원에 도착한 환자는 일찍 도착한 환자에 비해 경증의 심부전 징후는 많았으나, 심각한 심부전 징후는 확연히 적은 소견을 보여 병원 도착 전에 상당수가 사망했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급성심근경색증 환자들의 병원 도착 전에 대한 데이터 축적과 병원 도착까지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국가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또 증상 발현 12시간 이후 병원에 도착한 환자 (평균 66세)는 일찍 도착한 환자 (평균 62세)에 비해 고령이었으며, 여성인 경우가 많았고 (31% 대 21%), 당뇨병도 30% 대 24%로 유의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 심근경색증 환자들이 증상 발생 이후 1시간 이내 병원에 도착하는 환자는 28.4%에 불과하며, 서양이나 일본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다.
이번 연구논문은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인 ‘미국심장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ollege of Cardiology : IF=20.589)’에 게재됐다.
이번 논문의 미국심장학회지 게재는 급성 심근경색증 환자의 치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게 됐고, 대한심장학회와 전남대병원의 위상을 높임과 동시에 국립심혈관센터 설립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지난 2005년부터 대한심장학회 50주년 연구사업으로 시작된 KAMIR 연구는 현재까지 7만 7000여명의 환자를 등록해 총 315편의 논문을 발표함으로써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성과를 거두고 있다.
KAMIR 연구의 총괄책임 연구자인 정명호 교수는 지금까지 1724편의 논문, 특허 74건, 저서 84건을 발표해 국내 최고 수준의 연구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정명호 교수는 현재 대한심장학회 심근경색연구회 회장, 한국혈전지혈학회 회장, 한국과학기술 한림원 의약학부 학부장을 맡으며 국내 의료발전에 기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