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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의원

은평성모병원, 심장이식 기다리던 소방관 생명 살려

의료진과 KTX가 만든 3분의 기적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의 4번째 심장이식 성공 뒤에 촌각을 다투는 적출 심장 이송과정에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탑승객들의 숨은 공로가 빛났다. 

뇌사자로부터 적출한 소중한 심장을 대구에서 서울로 이송하는 도중, 간발의 차로 예정된 KTX를 놓칠 뻔 했으나 환자를 위한 의료진의 간절한 요청과 한국철도공사의 협조 그리고 승객들의 보이지 않는 배려로 열차 운행 시간을 3분간 조정해 제시간에 심장을 태울 수 있었다. 

예정된 열차를 놓쳤다면 한 시간 뒤에 도착하는 다음 열차를 타야만 했다. 이렇게 되면 의학적으로 통상 알려진 4시간 안에 심장 적출과 심장 이식 후 피가 흐르게 해야 하는 골든타임을 지키기 어려웠던 상황이 되었을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의 정성과 노력으로 만들어낸 기적과 같은 3분으로 또 하나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낸 것이다. 

지난 1월 13일 오후 7시 49분. 가톨릭대학교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 심장이식 적출팀은 대구 영남대학교병원에서 뇌사자의 심장을 적출하는 데 성공했다. 대구에 있던 의료진에게 남은 과제는 기증자의 심장을 서울 은평성모병원에서 이식 수술을 준비 중이던 심장이식팀에게 최대한 짧은 시간 안에 전달하는 것이었다.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는 뇌사자 기증이 결정된 순간부터 최단시간에 심장을 이송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다방면으로 알아보던 중 소방본부의 협조를 얻어 은평성모병원 옥상에 마련된 헬리포트를 활용한 야간 헬기 착륙 심장 이송을 준비했다.

그러나 수술 당일 저녁 중부지방의 기상 악화로 헬기이송이 갑자기 무산되면서 의료진이 선택할 수 있는 교통편은 동대구역에서 저녁 8시 13분에 서울역으로 향하는 KTX가 유일했다. 그마저도 동대구역까지의 앰뷸런스 이송 시간을 고려했을 때 열차 출발시간보다 심장 도착이 3분 정도 늦을 가능성이 높았다. 

열차를 놓칠 경우 심장 이송이 1시간가량 지연될 위기에서 은평성모병원에 남아 있던 장기이식센터 의료진은 간절한 마음으로 한국철도공사에 심장이식을 위한 장기이송 상황을 설명하고 의료진이 8시 13분 열차를 탑승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은평성모병원의 요청에 동대구역 도착 전부터 KTX 운행 속도를 조절해 동대구역에 열차가 3분 늦게 도착하도록 시간을 확보했고, 의료진은 그 사이 사이 열차에 탑승할 수 있었다. 한국철도공사는 또, 의료진이 서울역에 도착한 후에도 다시 엠뷸런스에 빠른 시간 내에 탑승할 수 있도록 동선 확보에도 도움을 주며 끝까지 심장 이송을 도왔다. 

같은 시간, 은평성모병원 수술실에서는 1년여 간의 확장성 심근병증으로 투병 중 심장 이식 수혜를 받게된 A씨가 심장이식을 준비 중이었다. 헬기 이송 시간에 맞춰 수술을 준비 중이던 의료진은 KTX 이송 소식에 더욱 세심하게 환자의 상태를 살피며 이송 상황을 체크했다.

밤 10시 20분, 대구에서 출발한 적출팀이 2시간 30분 만에 뇌사자의 기증 심장을 무사히 심장이식팀에 전달했다. 의료진은 심장이 몸 밖에서 머무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곧바로 이식 수술에 들어가 다음날 오전 1시 10분 심장을 이식하는 데 성공했다. 

심장 수혜자인 A씨는 서울 종로소방소에서 근무하는 현직 소방관으로 건강한 생활을 하던 중 2019년 10월 건강검진에서 심전도 이상을 발견해 정밀검사 후 확장성 심근병증을 진단받았다. 이후 약물치료를 이어가던 서 씨는 1년이 지난 2020년 12월 급격한 상태 악화로 체외막산소공급(에크모, ECMO) 치료를 받던 중 성공적으로 이식 수술을 마치고 7일간의 중환자실 회복기간을 거쳐 일반 병동에서 건강을 회복한 후 수술 20여일 만인 지난 5일 퇴원했다. 

A씨는 “다시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치료와 상담, 수술까지 모든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돌봐준 의료진과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며 “무엇보다 심장 기증으로 새로운 생명을 나눠주신 기증자의 뜻을 이어받아 소방대원으로서 소중한 생명을 구하는데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심장이식수술을 집도한 장기이식센터 심장이식팀 강준규 교수(흉부외과)는 “환자는 일주일 이상 체외막산소공급 치료를 받을 정도로 병세가 악화됐지만 세심한 수술 전후 관리를 통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른 회복을 보였다”면서 “의료진은 물론 신속하고 안전하게 뇌사자 심장이 이송될 수 있도록 도와준 한국철도공사에 깊이 감사드리며, 이번 심장이식이 장기 기증 문화 확산과 장기 이송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데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소방대원인 A씨의 심장이식 소식을 접한 전국의 소방대원 및 동료들이수혈에 필요한 헌혈증 5백여 장을 전달해 서 씨의 투병을 도왔으며 서 씨는 헌혈증을 다른 이식 환자들을 위해서도 사용해달라며 은평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에 기증해 생명 나눔과 실천에 의미를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