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가 제1차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2021년 시행계획(안)에 대한 의견을 지난 3일 보건복지부에 제출했다. 의협은 3가지 기본원칙을 강조하며 세부추진과제별 정책방향을 제시했다. 의협은 국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건강보험 제도를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고지원 확대 등을 통한 안정적 재정방안을 마련하고, 포퓰리즘 방식의 보장성 강화가 아닌 필수의료 위주의 단계적 보장성 강화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본지는 의협이 제시한 기본원칙과 주요 세부추진과제에 대한 정책방향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기본원칙
① 국민의 소중한 보험료는 무엇보다 신중하고 효율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특히, 국민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부의 중요한 의무이다.
② 계획안은 단순히 건강보험 제도로만 할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한 보건과 복지를 아우르는 국가 정책인 만큼 반드시 국고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 우선 법적으로 건강보험재정에 충당토록 돼 있는 국고 지원 미지급액부터 해결해야 한다.
③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라는 명목으로 비급여를 금기시하는 정책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한정된 재원으로 모든 영역의 무조건 급여화가 과연 효율적인 것인지 따져보고, 온 국민이 납부한 건강보험료는 필수의료 영역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하는 데 사용해야 한다. 비급여 영역은 자유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국민의 의료 선택권 보장과 의료의 다양성 및 신의료기술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세부추진과제
비급여의 단계적 급여화=보험재정의 안정적 운용이 가능한 범위에서 필수의료부터 점진적·단계적으로 보장성을 강화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급여전환시 손실보상에 따른 보상방안 마련과 문케어에 따른 보장성 강화정책에 대한 평가 및 재정확보방안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보장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선별급여, 새로운 가격제도 등을 가격통제 기전으로 활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비급여 관리 강화=현재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비급여 진료비용 등을 의무적으로 고지하고 있는 현행 제도로써도 충분히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할 수 있다고 판단되며, 별도 행정인력이 없고 제공하는 의료행위의 차이가 큰 의원급의 경우 비급여 가격정보 공개가 환자에게 실익보다는 손실이 더 클 우려가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비급여 항목에 대한 의료기관과 환자의 자율권 보장, 비급여 항목은 수요 공급의 시장원리에 따라 자연적으로 도입 및 퇴출 되도록 의료시장에 맡겨두는 정책, 비급여 항목의 풍선효과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행 급여항목의 수가 현실화, 비급여 공개가 필요한 항목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사전 협의를 통한 선정, 요양기관 당연지정제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 작업 병행 등이 필요하다.
한의약 보장성 강화=국민건강을 생각하고 보장성을 확대하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한약의 과학적 검증을 통해 먼저 표준화하는 것이 순서다.
①원재료 단위에서 안전성, 유효성 표준화, ②처방·조제 단위에서 안전성, 유효성 확보, ③처방의약품 수정 및 변경 및 의약품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④한약(첩약)과 한약제제 효과성 검증, ⑤약사법 한약과 생약(한약재)의 규정 정비, ⑥원외탕전실 폐지 및 인력 적정화 등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 후 시범사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약속한 대한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약사회, 보건복지부가 참여하는 의·약·한·정 협의체를 구성해 첩약급여화 시범사업에 대한 전면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시범사업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위해 관련 전문학회(산부인과학회, 뇌졸중학회, 신경외과학회 등)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첩약의 해당질환에 대한 안전성 및 유효성 검증을 진행하고, 원외탕전실의 의약품 불법 제조행태에 대한 실태파악 및 미인증 원외탕전실에 대한 시범사업 참여 배제,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첩약 처방전에 한약재 원산지 및 용량 표시 의무화가 있어야 한다.
거동불편 환자의 재택의료 활성화=재택의료와 왕진서비스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제도 마련과 의료인의 적극적 참여가 보장될 수 있는 수가가 마련돼야 하며, 방문진료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타 직역으로의 방문진료 시범사업 확대는 각 직역별 의료인의 기능 및 역할을 감안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일차의료 중심의 포괄적 만성질환 관리강화=일차의료기관의 만성질환 관리 역량 강화를 통한 의료전달체계의 효율화 및 지역사회 중심의 만성질환관리 거버넌스 구축을 위해서는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환자와 일차의료기관의 능동적 참여를 유인할 수 있는 제도적 기전을 마련해야 한다.
환자본인부담금 및 교육시간 강제화 개선, 과도한 행정업무 개선, 청구 절차 간소화, 합리적인 보상 기전 마련, 등록환자 상한제 기준 개선 등 만성질환관리 모형의 재설계와 급여 기준의 현실화 및 수가의 정상화 등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장애인 건강관리 강화=장애인 건강주치의 서비스 시범사업에 대한 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타 직역으로의 건강주치의 서비스 확대는 각 직역별 의료인의 기능 및 역할을 감안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의료 질 평가 및 보상 내실화=입원시 상병(POA) 정보수집의 목적을 명확화하고, 일관성 있는 코딩이 가능하려면 의료계 및 관련학회 등과의 충분한 검토 및 사전협의를 거쳐야 하며, 그에 따른 보상방안이 선행돼야 한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심사관련 자료제출에 대한 세부사항에 따른 HIRA e-FORM 시스템은 심사자료 보완청구 목적으로만 활용돼야 하며, 각종 평가 등 다른 목적으로 활용 및 강제화는 지양돼야 한다.
질과 성과 중심의 심사체계 개편=의료공급자에 대한 진료의 자율성 보장 없이 압박하고 통제만 한다면 의료의 질이 저하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돌아가 환자가 체감하는 보장성이 약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밖에 없어, 의학적 타당성에 기반한 의사의 자율권 및 진료권을 보호해야 한다.
의료계와의 협의를 통해 의학적 기준에 따라 진료의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심사평가체계 개편 방향을 원점에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3차 상대가치 개편 추진=상대가치 개편시 기본진료료의 낮은 원가보존율을 감안한 추가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가산제도의 운영현실을 감안해 기존 가산항목에 대한 보존 및 추가 재정 투입이 있어야 한다.
의료 질 향상을 위한 인력 투입=입원전담전문의 등 환자안전을 위한 전담인력 제도 활성화를 위해서는 인건비 및 운영비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선행돼야 한다. 종별, 지역별 차이에 따른 인력 편중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지역 가산 등을 통한 해소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 강화=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흉부외과와 소아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소아청소년과, 소아외과 살리기 대책 및 인력 확보방안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치매 등 노인질환의 적절한 치료를 위해 신경과 전문의의 적정 배출에 대한 대책수립을 위해 신경과 전공의 정원확대 등이 필요하다.
환자의 투약정보 및 금기약 정보 확인을 통한 환자의 안전한 투약이 이뤄질 수 있도록 DUR에 대한 적정보상과 함께, 지역보건소나 공공병원의 일반진료를 금지시키고 민간의료기관과의 경쟁 지양을 통해 상호간의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켜야 한다.
포괄·묶음 방식의 수가제도 확대=포괄·묶음 방식의 수가제도 확대 전 현행 수가수준의 정상화가 선행돼야 한다. 환자의 의료서비스 질 저하에 대한 대응책 마련, 건강보험 및 의료급여 환자간 차별 해소, 지불정확도가 낮은 포괄(묶음) 방식의 수가제도에 대한 재평가 등이 필요하다.
재원조달 안정화=국고지원 법정 규모 미달 지원금액에 대한 정산이 필요하다.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해, 주세 등 다양한 건강증진기금 확보방안을 마련하고, 건강증진기금의 담배부담금 65% 이내 지원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공·사 의료보험 연계 강화=공사보험 연계 강화는 보장성 강화에 따른 건강보험의 재정부담 증가에 해당하는 민간보험의 반사이익을 보험료 인하로 환류할 수 있는 연계 관리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기본방향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사보험회사의 보험금 미지급 문제에 대한 보다 현실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보험급여 사후관리 강화=건강보험 사후관리 제도를 처분에서 계도 위주의 제도로 전환이 필요하다. 리니언시제도(자진신고자 감면제) 법제화(현행 건강보험법에는 요양기관이 착오청구를 인지했을 때 스스로 이를 환수하는 근거 법률 없음) 및 요양기관에서 착오·기준 초과 청구 등에 대해 사전에 감지하고 인지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