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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⑥] 실내 마스크 착용은 활동영역이 넓혀준다.

이명진 의사평론가

최근 20년 동안 팬데믹의 공포에 빠트린 전염병들이 있다. 우리나라는 2002년 사스(SARS Severe Acute Respiratory Syndrome)와 신종 독감을 거쳐 2015년 메르스(MERS, 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를 겪으면서 전염병에 대해 많은 경험을 쌓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견된 COVID19가 인접국가인 우리나라에 2020년 1월 20일 처음 확진된 후 10개월이 지났다. 

전염병은 심리학의 단계에서 시작해서 수학의 단계를 거쳐 의학의 단계에서 극복된다고 한다. 초기 전염병에 대한 정보가 없고 사람이 죽어 나갈 때 심리적으로 극심한 공포를 겪는다. 모든 생활이 정지되고 제한되는 락다운(Lockdown)이 시행된다. 심리학의 단계다. 시간이 지나면서 병에 대한 전염경로와 감염자에 대한 역학을 파악하며 심리학에서 수학의 단계로 넘어간다. 수학의 단계는 병에 대해 알게 된 의학 지식과 축적된 경험, 통계적 수치를 바탕으로 감염예방의 기준을 만들고 이를 활용하여 제한된 생활을 회복해 간다. 마지막 의학의 단계는 백신과 치료약이 개발되거나, 일명 집단면역으로 불리는 허드 면역(herd immunity)이 도달한 때다. 

다행히 대한민국은 마스크의 효과와 끝까지 생명을 놓지 않는 의료진들의 높은 소명의식과 뛰어난 의학수준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잘 대응해 왔다. 문제는 코로나19 대응방법을 지금처럼 계속 끌고 가면 안 된다는 점이다. 경제와 교육과 일상생활이 붕괴되고 있다. 모든 경제가 얼어붙고 상인들이 문을 닫고 회사들이 줄줄이 인원을 감축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은 학생들의 학업격차를 더 크게 벌려 놓고 있다. 사람과 사람을 멀리하라고 강요하는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는 국민을 우울과 고독감에 깊이 빠지게 하고 있다. 9월 조사에서 우울위험군은 22.1%로, 3월 조사 17.5%, 5월 조사 18.6%보다 높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자살자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11월 초순까지 사망한 수보다 자살로 인한 수가 훨씬 많다. 의료현장의 전문가뿐만 아니라 알만한 식자층은 현재 정부가 주도하는 감염병 대책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다.

광우병 파동 때도 그랬듯이 정치가 의학을 무시할 때 발생하는 현상들이다. 의학적 지식에 기초한 예방과 방역이 아니라 공포분위기를 이용한 위험한 방역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공포 분위기 조성과 정치적 개입은 과도한 불안감을 조성하여 쳐다만 보거나 근처만 지나가도 감염이 되어 죽는 것으로 착각하는 착시현상에 빠지게 하고 있다. 

내가 생활하는 집단의 사람들은 무균 상태이고 타인이 활동하는 영역에는 독이 품어져 나오고 있다는 근거 없는 착각 속에 살아가고 있다. 과도한 공포심은 군중들에게 분노를 유발시키기도 한다. 페스트가 창궐하던 중세시대에 많은 사람이 마녀사냥으로 무고한 희생을 당했다. 그 당시 페스트로 죽은 사람과 함께 군중의 분노로 맞아 죽은 사람도 많았다. 전형적인 심리학 단계의 현상이다. 

질병관리본부를 질병관리청으로 승격시키며 질병관리에 힘을 실어 주고 있지만 질병관리청의 대응수준은 국민을 심리학의 단계에서 벗어나 수학의 단계로 진입시키지 못하고 있다. 아쉽게도 정치가 의학을 이용하고 있다는 불신만 주고 있다. 이제 10개월간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분석하여 수학의 단계에 진입시켜야 한다. 

최근 감염병 전문가들이 심리학 단계에서 수학의 단계로 갈 수 있는 의미 있는 분석과 의견들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의 분석과 의견을 근거로 몇 가지 대응방법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근거와 공평성이 있는 안전수칙을 제시해야 한다. 2미터 거리두기는 기침이나 재채기 등으로 입이나 코에서 오염된 비말이 도달하는 거리를 말한다. 공무원들과 회사원들이 다닥다닥 붙은 거리를 두고도 코로나 확진자가 많지 않은 것은 2미터 거리두기가 아닌 마스크의 효과였다. 실내에서는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정도면 감염예방효과가 충분하다는 것을 지난 10개월간의 경험으로 알 수 있다. 소위 3밀(밀폐, 밀집, 밀접)환경은 마스크쓰기와 손 씻기, 잦은 환기로 극복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실외에서도 한적한 거리를 지날 때나 야외 활동을 할 때에는 기침을 하거나 재채기를 하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마스크를 벗거나 입만 가리는 정도로 유연성을 두어도 될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 코로나 대응 방법을 나이에 따른 맞춤형으로 수정해야 한다. 2020년 11월 7일 현재 우리나라는 총 27,284명이 확진 되었고 477명이 사망했다. 치명률은 1.74%(치명률=사망자수/확진자수 x100)로 7월 말 2.11%에서 1.7%대로 떨어졌다. 확진된 사람의 치료률은 98.26%을 보이고 있다. 확진자수는 20대(20~20세)가 5,292명으로 가장 많지만 사망자는 한 명도 없다. 반면 80세 이상의 확진자는 1,174명이지만 사망자가 240명에 달해 21.44% 치명률을 보이고 있다. 전체사망자의 50.3%다. 70대는 치명률이 7.15%로 급격히 감소한다. 현재 155명이 사망하여 32.49%를 차지한다. 60대 1.25%의 치명률을 보이고 있다. 50대 이하에서는 확진자수는 19,924명이지만 사망자수는 28명이 그쳐 치명률이 더 급격히 떨어진다. 50대 0.44%, 40대 0.11%, 30대 0.06%이고 29세 이하에서는 사망자가 전무하다. 

이런 양상은 세계적으로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이 통계는 확진자만을 가지고 분석한 통계 (확진자 치사율 Case fatality rate )이기에 실제 무증상감염자와 검사를 하지 않는 사람을 포함(감염자 치사율 Infection fatality rate)하면 치사률은 더 떨어질 것이다. 
심리학에 근거한 초보적 대응방법에서 벗어나 중증환자 발생과 치료에 집중하는 방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2020년 11월 7일 현재 위중환자는 53명이다. 이들을 담당할 감염병 전담병원은 871병상을 보유하고 있다. 무증상감염자는 자신이 모르는 사이 회복되고 있고, 50대 이하에서는 가벼운 감기나 심한 경우 독감증상을 호소하는 정도에서 회복되고 있다. 

정부는 전문가들의 의견과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나이에 맞춘 맞춤형 대응방법을 제시해야 한다. 매년 적용하고 있는 독감에 준하는 대처방법을 적용했으면 한다. 20대 이하에서 사망자가 없고 중증의 확진자가 거의 없기에 학교 등교를 독감 유행 기준에 준해서 재개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과도한 공포분위기 조성은 국민화합을 저해하고 낙인 찍기로 인해 이웃 간에 깊은 상처만 남기고 있다. 

셋째, 근거가 부족한 방역지침이나 공평성이 결여된 행정명령 남발을 중단해야 한다. 심리학 단계에서나 통할 행태에서 벗어나 수학의 단계에 걸맞은 행정을 펼쳐야 한다. 질병예방 방법도 과학적 근거와 정당성을 가지고 인권침해가 되지 않도록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공정성과 근거가 부족한 과잉경고 방송과 문자발송, 모임금지 기준은 변경되어야 한다. 과도한 문자발송도 자제했으면 한다. 하루에도 수 십 통씩 받는 의미 없는 문자공해에 국민들 모두가 염증을 느끼고 있다. 마음이 약한 노인들은 반복되는 관리실의 경고 방송에 아파트 문밖에만 나가도 병에 걸려 죽는 줄 알고 벌벌 떨게 하고 있다. 질병예방을 빌미로 정부가 함부로 개인정보를 다루고 있다. 윤리적으로나 법적으로 분명히 짚어야 할 부분이다. 근거와 정당성이 결여된 과도한 행정명령과 정치적 발언은 국민들을 실망시키고 심리학의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피해만 줄 뿐이다. 

모든 통계상의 현상을 볼 때 우리나라는 이미 수학적 단계에 있지만, 행정은 국민을 심리학 단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하루 속히 심리학의 단계에서 벗어나 수학의 단계로 진입해야 한다. 그래야 숨을 쉬고 교육이 이루어지고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다. 감정적 이분법 논리가 아닌 통계와 과학에 근거한 접근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많은 전문가들의 진지하고 용기 있는 의견이 개진되고 정책에 반영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