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제시되는 항암제의 비용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그동안 역사를 되짚어보면, 신약의 대다수가 기존 치료제보다 우수한 경과를 이끌지 못했지만 더 비싼 가격표를 달았다는 분석이다. 이런 사실은 최근 ‘Annals of Oncology’에 게재된
두 개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각각의 연구는 유럽종양학회연례학술대회(ESMO
2019)에서 발표되기도 했다.
◇ 스위스 연구팀 "항암신약 63개, ASCO VF 및 ESMO MCBS서 비용효과성 증명 못해"
스위스 취리히대학 Kerstin Vokinger 교수팀은 신약의 가격이 효능을 대변하는 지 알아보기로 했다. 연구는 2009년부터 2017년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항암제 63개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이들 신약은 비슷한 기간 유럽의약품청(EMA)의 승인도 획득했다. 신약의 73%(46개)는 고형암, 나머지는 혈액암 치료에 허가됐다.
비용효과 분석에는 미국임상종양학회에서 개발한 가치평가도구(ASCO VF v2)와 유럽종양내과학회가 개발한 가치평가도구(ESMO MCBS v1.1)가 사용됐다. 신약의 한달 약값과 가치평가간 연관성이 측정됐다.
그
결과, 신약은 둘 사이 연관성을 증명하지 못했다. 이런 사실은 ASCO VF v2와 ESMO MCBS v1.1 두 가지 평가모델에서 모두 확인됐다. 이를 테면, 폐암 및 전립선암에서 약물의 가격과 효과가 반비례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동일 제품의 가격이 미국에서 더 비싸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구체적으로
미국은 유럽보다 평균 약가가 52% 가량 높았다.
연구팀은 “약물의 가격이 임상적 혜택과 큰 연관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약가가 효능을 대변할 수 있어야 제한된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 프랑스 연구팀 "신약의 대다수, 개선점 미미...가격은 2배"
엑스-마르세유대 Patricia
Marino 교수팀은 유럽에서 허가된 고형암 치료제로부터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연구팀은 2004년부터 2017년까지
EMA 허가를 획득한 신약 36개 제품에 대한 비용-효과 분석을
진행했다. 세부적으로 이들 신약이 기존의 치료제보다 개선된 경과를 이끌어내는 지 살펴봤다. 평가도구로는 ESMO MCBS v1.1 및 프랑스 보건청(HAS)의 임상적 편익개선수준평가(ASMR)가 활용됐다.
그 결과, ESMO MCBS 기준 신약의 48%는 개선 정도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ASMR 기준, 이 같은 비율은 70%로 늘어났다. 한달 약값의 평균은 신약(4616유로;한화 약 603만원)이 기존 치료제(2314유로)의 2배에 이르렀다. 특히 신약의 가격은 연구기간 동안에도 꾸준히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신약은 처음 등장했을 때 값어치를 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가격과 가치평가 간 연관성은 첫 적응증에서 높았다. 반면 모든 적응증으로 확대할 경우, 이 같은 연관성은 묽어졌다.
연구팀은 "신약의 대다수는 개선된 효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신약이라는 타이틀이 보다 우수한 경과를 보장하지 않는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