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가 내년에 1조원 이상 증액되는 국고지원금을 최선의 진료환경 구축에 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문재인 케어의 전면적인 정책 변경을 위한 사회적 논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최대집 회장은 30일 저녁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문재인 케어의 전면적 정책변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강조했다.
이날 저녁 최 회장은 청와대 앞 인근에서 철야시위에 들어갔다. 최 회장은 오는 9월 5일 저녁에는 보건복지부 세종청사 앞에서 2차 철야시위를 한다.
최 회장은 30일 기자회견에서 정부에 ▲국민건강을 위하여, 문재인케어의 전면적인 정책 변경을 위한 사회적 논의체를 즉각 구성하라! ▲그동안 건강보험에 미지원 된 국고지원금을 조속히 정산하고, 국고지원 정상화를 위한 건강보험법 개정에 당장 나서라! ▲금번에 지원되는 국고지원금은 무분별한 퍼주기식 문재인케어를 떠받치기 위해 낭비될 게 아니라, 최선의 진료환경 구축에 집중 투입돼야 한다! ▲국민 생명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진료환경 정상화를 위해 국가예산 중 의료재정을 대폭 확대하라!고 촉구했다.
최 회장은 “정부가 끝내 요구를 외면하고 의료계에 맞선다면 의협은 중대한 결심을 더 이상 늦추지 않고 행동에 나설 것임을 천명한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1조원 이상 증액된 국고보조금을 문재인 케어 이행을 위한 재원으로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의협은 진료환경 구축에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8월 26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2020년 예산안 당·정 협의를 개최했다. ‘문재인 케어’라고 일컫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의 이행을 위해 국고지원금을 1조원 이상 증액하여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최 회장은 “그간 최선의 진료환경 구축을 위해서는 ‘의료에 대한 국가재정 투입의 정상화’가 선결되어야 한다. 법적으로 규정된 국고지원금이 투입되어야 함을 이미 여러 차례 주장한 바 있다.”면서 “금번 국고지원금 증액안은 건강보험이라는 국가적 안전망에 대해 법적으로 규정된 최소한의 책임을 이행하여야 한다는 의협의 목소리에 정부가 화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금번 지원이 문재인 케어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 적자에 대한 사회적 우려와 분노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되어선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의협은 급진적 보장성 강화 정책은 건강보험 재정에 위기를 초래한다고 경고 했고, ▲의·정 합의를 통해 필수의료를 단계적으로 급여하기로 했지만 ▲이를 정부가 어겼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은 “의료정책은 일선에서 국민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의료현장을 아는 의사들과 긴밀한 협의가 없이 진행될 경우 실패할 게 자명하다. 의협은 지난 2017년 8월 문재인 케어 발표 당시부터 대규모 집회 및 대정부 채널 등을 통하여 불합리한 의료제도에 대한 개선 없이 급진적인 보장성 강화 정책이 추진될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 큰 위기를 초래할 것임을 지속적으로 경고했다.”고 전제했다.
“이러한 경고에 정부는 작년 9월 28일 대한의사협회와 의·정 합의를 통해 향후 보장성 강화정책은 국민 건강을 위하여 의학적 필요성이 있는 필수의료를 중심으로 의·정간 충분한 논의를 통하여 단계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을 선언한 바 있다.”고 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9.28 의·정 합의’가 정부의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것을 확인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정부는 필수의료와는 전혀 관련이 없고 심지어 안전성·유효성조차 검증되지 않은 추나요법 등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것에 더해, 기존 문재인 케어 발표에 포함된 로드맵에 따라 일방적인 보장성 강화 정책을 강행했고, 의·정 합의에 명시된 양질의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적정수가에 대한 논의는 철저히 외면했다.
의료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 추진된 망국적 포퓰리즘 정책인 문재인 케어로 인해 2018년부터 건강보험 재정은 적자로 전환되어 적신호가 켜졌다. 가격 장벽이 무너져 대형병원으로 환자쏠림이 심화되어, 동네 병·의원의 붕괴 등 의료 공급 생태계가 철저히 파괴되고, 중증·응급 환자들의 의료 접근성이 오히려 제한되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면서 “보험재정 적자에 따라 국민 부담이 가중되는데 반해 정작 위급한 환자의 진료가 제한되어 의료생태계 자체가 무너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최선의 진료가 가능한 올바른 의료제도가 구축될 수 있도록 현행 ‘저부담-저보장-저수가’ 패러다임을 ‘적정부담-적정보장-적정수가’ 체계로 전환하는 것에 사회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지금의 건강보험은 과거부터 숱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의료인의 헌신과 희생을 바탕으로 유지되어 왔다는 것에 대해 누구도 반문할 수 없을 것이다. 특히 원가 이하의 비정상적인 저수가 체계는 의사들이 교과서에 따른 최선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고, 이 과정 속에서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는 철저히 무너져 버렸다.”고 했다.
“이제는 최선의 진료가 가능한 의료제도 구축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할 시점이다. 과거와 같이 규제를 통해 의료계를 옥죄이고 희생을 강요하는 무책임한 정책을 추진하기에는 의료계는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