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 영국 bbc 뉴스가 소개한 미국 보스턴 소재 브리검 여성병원 추적 조사에 따르면, 일명 저탄고지 다이어트로 불리는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 시 수명이 4년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포화지방산이 심혈관 질환을 일으키기 때문에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위험하다고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포화지방산과 심혈관 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수많은 연구에서는 포화지방산이 심혈관 질환이나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게 아니라는 결론이 나타났다. 또,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단기간 체중감량 효과는 그 어떤 다이어트보다도 우수하기 때문에 인슐린 저항성이 높은 고도비만 환자에게 적합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제시됐다.
대한비만건강학회가 2일 오전 9시 건국대학교병원 지하 3층 대강당에서 2018년도 추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한비만건강학회 손중천 부회장(SK하이텍스 부속의원, 이하 손 부회장)이 '수많은 다이어트 방법들, 왜 잠깐 인기 끌다가 사라지는가?' 주제로 △요요 현상 △식사 횟수 △간헐적 단식 △저탄고지 다이어트 등에 대해 발제했다.
수많은 다이어트가 유행했다가 금세 사라지고 만다. 다이어트 클리닉에서는 건강상 이유로 체중의 10% 이하 감량을 권하고 있지만, 환자들은 극적인 감량 효과를 원하기 때문에 여러 다이어트 방법을 오가며, 이 과정에서 요요현상을 겪으며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된다.
대개 감량한 체중의 50%는 1년 이내에 원래대로 돌아가며, 나머지는 시간 흐름에 따라 천천히 제자리로 돌아오게 돼, 5년 뒤 체중 감량을 100% 유지하는 사람은 불과 3%밖에 남아 있지 않게 된다.
이 때문에 의사 · 영양사들은 5~10% 감량이 건강에 도움 되므로 10%까지 유지하면 요요가 오지 않은 것으로 정의를 내렸고, 이 지표를 적용하면 28% 정도가 다이어트에 성공하게 된다.
손 부회장은 요요가 발생하는 이유를 △세포 특성 △신진대사(Energy Metabolism) △내분비 작용 △도파민 경로(Pathway) 관점에서 나눠 설명했다.
손 부회장은 "살이 찌게 되면 세포 크기가 증가하면서 세포 증식 · 비대성장도 함께 일어난다. 비만 치료를 통해 지방을 감소시켜도 세포 크기가 감소하면서 식욕 억제 호르몬으로 알려진 렙틴(Leptin) 분비가 감소해 식욕이 상승하여 체중 증가로 이어지게 된다."면서, "한 메타 연구에서 체중 감소 후 재증가가 체지방을 2.5% 더 증가시킨다고 보고했으나, 잘 디자인된 연구에서 덱사(DEXA, Dual Energy X-ray Absorptiometry) 방식의 엄격한 체지방 측정 시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보고돼, 이를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러나 렙틴 부족에 의한 체중 재증가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체중 감소 시 에너지 소비량도 감소하게 된다. 에너지 소비량은 △기초대사량(BMR, Basal Metabolic Rate) 60% △식사 유발성 열생산(TEF, Thermic Effect of a Meal) · 환경에 적응하려는 에너지 소모(AT, Adaptive Thermogenesis) 10% △활동대사량(TEE, Thermic Effect of Exercise) 30% 정도로 구성돼 있다.
그런데 체중 감소분보다도 더 많은 에너지 소비량이 실제 감소한다. 기초대사량의 3%가 추가 감소하며, TEF는 24% 감소하는데, 이는 단순히 운동량이 적어서일 수도 있지만 근육의 효율성 향상 때문일 수도 있다. 즉, 체중이 감소하는 만큼 에너지 소모량이 감소하는데, 체중 감소분보다 에너지 소비량이 더 많이 감소하면서 체중 재증가가 일어난다.
렙틴은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지방량에 비례해 분비된다. 체중 감소 시 렙틴 분비량도 감소하는데 이는 △식욕 증가 △교감신경 활성화 감소 △갑상선호르몬 억제로 이어져 결국 요요를 발생시킨다.
손 부회장은 "렙틴뿐만이 아니다. 식욕 증가 호르몬인 그렐린(Ghrelin) 증가나 식사를 시작하면 그만 먹으라고 지시하는 글루카곤양 펩티드-1(Glucagons Like Peptide-1, GLP-1) · 펩타이드 YY(Peptide YY, PYY) · 콜레시스토키닌(CholeCystoKinin, CCK) 감소를 유발해 체중 재증가로 이어진다."면서, "에너지 소비 감소로 지방세포 크기가 감소하고, 감소한 상황에서 우리 몸에 여러 호르몬 변화가 일어나게 돼 식욕이 증가한다. 만일 식욕을 꾹 참고 식사를 안 하게 되면 체중 감소 · 유지가 가능하겠지만, 어느 순간 식욕을 참지 못해 결국 체중 재증가로 이어지게 된다."라고 했다.
배고파서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먹고 싶어서 먹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맛있는 음식을 먹게 돼 기분이 좋아진다. 담배 · 마약류와 유사한 성향이 음식에서 나타나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통해 체중이 감소하면 도파민 경로가 활성화돼 체중 재증가로 몸이 이동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손 부회장은 "체중이 감소할수록 예전의 나쁜 습관으로 몸이 되돌아가려 하며,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모여 요요를 겪게 만든다. 수많은 다이어트가 나름의 이론적 근거 · 경험을 가지고 있음에도 시간이 지나면 요요가 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식사 횟수는 일반적으로 삼시 세끼가 권장되며, 조금씩 자주 먹는 게 좋은 식습관이라고 알려져 있다.
손 부회장은 "임상연구를 종합해 메타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세끼 이상 먹는 군과 이하로 먹는 군의 체중 증가 · 감소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끼 · 세 끼 · 다섯 끼로 나눠 분석해도 특별한 차이가 없었다."라고 언급했다.
체지방량에서는 좀 더 다른 결과가 나왔다. 하루 5끼 이상 먹는 그룹에서 체지방 감소가 좀 더 일어난 것이다. 손 부회장은 여러 심혈관 지표의 개선은 식사 횟수를 늘렸을 때 약간 개선된 것처럼 보이나 유의미하지 않고, 모든 연구의 질이 매우 낮아 확정적 결론을 내리는 게 어렵다고 했다. 현재로서는 식사 횟수가 체중감량, 체성분 개선, 심혈관 질환 지표 개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했다.

한편, 간헐적 단식(Intermittent Fasting)은 18년 전 우리나라에 등장하여 굉장한 유행을 일으켰다. 간헐적 단식은 라마단에서 유래했다. 일주일 중 5일은 자유롭게 식사하고, 이틀만 초저열량 다이어트를 진행해 일주일간 약 500칼로리 손실로 체중감량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를 약간 수정하여 △자유롭게 식사하는 5일에 늘 하던 다이어트 방식을 적용하거나 △4대3 비율을 적용하기도 한다. △최근 유행하는 저탄고지 다이어트와 간헐적 단식을 결합하는 방식도 제안되고 있다.
간헐적 단식 효과를 연구한 동물실험 결과에서는 △수명 연장 △암 ·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감소 △인슐린 감수성 개선 △산화스트레스 및 염증 감소가 나타났다.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연구도 진행됐다. 이를 종합한 메타분석 연구에서는 간헐적 단식과 칼로리를 제한하는 다이어트 간 통계학적 차이가 발생하지 않았다. 즉, 전통적 다이어트와 간헐적 단식의 체중감량 효과가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손 부회장은 "식사습관 불규칙으로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주장이 있지만, 오히려 기분을 더 나아지게 한다는 보고가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생리주기가 2일 정도 더 길어진다는 얘기가 있으나 무시해도 된다."면서, "간헐적 단식은 등장한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1년 이상의 장기간 연구가 없고,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했다는 게 단점이다. 그러나 지금껏 굉장히 안전한 연구 결과들이 발표된 것으로 미뤄보아 향후 기대되는 다이어트 방법으로 자리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는 고지방 · 고단백질 다이어트와 유사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다.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대표 격은 앳킨스 박사가 고안한 황제 다이어트(Atkins Diet)이다. 동 다이어트의 핵심은 탄수화물 섭취를 극단적으로 줄이고 단백질 섭취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다.
손 부회장은 "황제 다이어트는 비난의 대상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으며, 앳킨스 박사가 심장마비로 사망해서 더더욱 조롱거리가 됐다.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임상연구는 지난 20년간 굉장히 많이 진행돼 왔다. 연구들을 종합해 살펴보면, 저탄고지 다이어트의 단기간 체중감량 효과는 그 어떤 다이어트보다도 우수하다. 이 밖의 체중감량에 따른 여러 심혈관 · 고지혈증 질환 지표 개선도 굉장히 우수하게 나타났다."라고 언급했다.
고지방 다이어트 시 필연적으로 케톤증(Ketosis)이 발생하게 된다.
손 부회장은 "케톤증은 에너지를 탄수화물에서 지방으로 전환한 것뿐이며 위험한 게 아닌데 대부분 위험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고지방 다이어트는 단순히 탄수화물을 줄이면서 지방 섭취량을 늘리는 게 아니다. 절대적인 탄수화물 섭취량은 감소하지만, 지방 섭취량은 비슷하거나 약간 늘어나는 정도이며, 총에너지 섭취량을 감소시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지방 섭취가 늘어나는 것이지 절대적인 섭취량은 변화가 없거나 약간 증가하는 정도이다."라고 말했다.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간질, 치매 등의 신경성 질환 및 당뇨병을 예방 · 개선한다는 효과가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서는 4~5년 전부터 굉장한 유행이 시작됐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지난 8월 15일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수명을 4년 감소시킨다는 부정적인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동 연구는 탄수화물 섭취량 50%를 기준으로 이상이거나 이하일 경우 사망률이 증가한다는 코호트 연구로, 탄수화물을 동물성지방으로 바꿨을 때 사망률이 증가하고, 불포화지방산이 많은 식물성지방으로 바꿨을 때 사망률이 감소했기 때문에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위험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 부회장은 "동 연구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총 에너지 섭취량이 1,500~1,600칼로리 정도였다. 그런데 보통 성인은 하루 2,500칼로리 정도를 섭취한다. 이 연구 저자가 주장하는 코호트를 보면, 다른 코호트에 비해 섭취량이 100~200칼로리가 적다. 안 그래도 적은데 더 적다는 느낌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연구자들이 저탄고지 다이어트가 위험하다고 주장하는 까닭은 포화지방산 때문이다. 연구들에서는 포화지방산을 줄이고 좋은 지방을 섭취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손 부회장은 "포화지방산과 심혈관 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수많은 연구가 지난 10년간 진행됐는데, 연구 결과에서는 포화지방산이 심혈관 질환과 관계가 없다고 얘기한다. 2015년 연구에서도 포화지방산이 심혈관 질환이나 사망률을 증가시키는 게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포화지방산은 괜찮지만 트랜스지방산은 위험하다. 사망률을 높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얘기가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인슐린 저항성이 많은 고도비만의 경우 고지방 다이어트가 적합하다. 하지만 체중이 감량될수록 다이어트 효과는 굉장히 떨어진다. 여러 유명한 다이어트 중에서 고지방 다이어트는 초기에만 효과가 좋을 뿐이며 1년 이상 지났을 때는 다른 다이어트와 차이가 없다."면서, 고도비만 환자에게 저탄고지 다이어트를 시도해볼 것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