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입법조사처가 ▲보험사 의료자문은 분쟁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실시되어야 하며, ▲공적인 의료자문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입법조사처는 지난 8월3일 발행한 '이슈와 논점-보험사 의료자문제도의 운용 실태 및 개선방안'에서 이같은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최근 '암의 치료를 직접목적으로 하는 경우'와 같이 보험상품에서 의학적 판단과 관련하여 소비자와 보험사간 의료자문에 대한 민원이 증가하고 있다.
의료자문 결과에 따라 최소 수십만 원에서 수억 원의 보험금을 지급하는 근거가 되는 보험사 의료자문제도는 환자를 직접 보지 아니한 상태에서 자문하는 것이기에 객관성과 공정성 측면에서 문제제기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에 입법조사처는 보험사 의료자문 개선 방안으로 ▲의료자문 요건의 정비 및 강화 ▲의료자문 동의절차 관련 설명의무 강화 ▲공신력 있는 의료감정시스템 구축 ▲자문의 및 자문기관 정보공개를 제안했다.
의료자문 요건의 정비와 강화가 필요하다면서 일정 부분 금융감독원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입법조사처는 “의료자문은 피보험자의 신체상태, 후유장해, 질병 및 상해진단여부 등에 있어서 의학적 다툼에 대한 민원이나 분쟁이 존재하여 그러한 이견에 명백한 사유나 근거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이고 제한적으로 실시되어야 한다. 피보험자가 입원치료한 주치료병원의 주치의가 의학적 근거에 기초하여 작성하거나 발행한 진단서에 대해서는 명백한 반증자료가 없는한 보험사가 추가로 의료자문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입법조사처는 “금융감독당국 역시 보험사의 의료자문이 무분별하게 행해지지 않도록 지도·감독하고, 명백한 사유 없이 피보험자의 진단서를 단순 반박하기 위한 의료자문은 제한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약관상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의료자문 동의절차와 관련, 설명의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입법조사처는 “동의절차가 무엇을 의미하고 개인의 의료정보 수집이 향후 보험금 지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피보험자나 보험수익자에게 사전에 설명 후 동의란에 서명하는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개인정보 활용 및 제공에 대한 동의나 ‘의료자문 실시와 관련된 동의’와 관련된 내용 등은 보험금청구서 양식과 별도로 작성하도록 하고, 피보험자 및 보험수익자에게 상세한 설명을 거친 후 별도로 서명날인을 받도록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기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공신력 있는 의료감정시스템 구축을 강조했다.
입법조사처는 “금융감독원은 그동안 보험회사의 의료자문에 대한 피보험자 및 보험계약자들의 불만이 계속되자 이를 해소하고 보험계약자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의료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다양한 개선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바 있으나 현재까지 아무런 진행사항 없이 여전히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듯하다.”면서 “따라서 각종 사고, 질병, 장애 등 생명과 손해보험 전반에 대한 의료적 판단 및 의료감정을 의뢰할 수 있는 공적인 의료자문시스템의 구축을 통해 의료자문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문의 및 자문기관에 관한 정보공개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현재와 같이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선정한 의사나 의료기관으로부터 의료자문을 받는 것은 의료자문의 공정성에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부득이하게 피보험자의 신체 상태나 질병, 상해, 장애상태에 대한 의료감정이 필요한 경우에는 피보험자와 공개적인 협의를 거쳐 의료자문기관을 선정하고, 의료자문 결과에 대하여도 사건의 당사자인 피보험자에게 서면으로 통보하는 등 의학적인 내용에 대하여 공개적인 절차를 거치는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보험사 의료자문제도의 문제점으로 ▲과도한 의료자문 실시 ▲설명 없이 진행되는 의료자문 동의절차 ▲의료자문의 객관성 및 공정성 미흡 ▲의료자문기관 자문의 선정 및 자문결과에 대한 정보 비공개를 지적했다.
과도한 의료자문이나 특정 의료기관에 일감몰아주기 등이 문제라는 것이다.
입법조사처는 “현재 보험사는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서 정한 ‘보험사고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요구되는 사항’에 국한하지 않고 폭넓게 의료자문을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며, 소비자가 제출한 진단서 등에 대해 객관적인 반증자료 없이 보험회사 자문의 소견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삭감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사의 의료자문 건수는 2014년(54,399건), 2015년(66,373건) 2016년(83,580건)으로 매년 증가하는 추세이며, 자문을 의뢰한 건 중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는 약 60% 수준에 달한다.
입법조사처는 “보험사들이 특정 의료기관에 과반 이상 편중된 의료자문을 의뢰해 일감몰아주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보험금 심사절차를 지연시키는 듯한 행태는 결국 보험사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설명 없이 진행되는 의료자문 동의절차도 문제로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현재 피보험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는 과정에서 작성하는 보험금 청구서에는 ‘개인정보 활용 및 제공에 대한 동의’, ‘의료자문 실시와 관련된 동의’ 등 많은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면서 “소비자가 이와 관련된 사항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동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존재한다. 실무상 동의절차가 없으면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절차를 거부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동의를 해야 한다. 결국 대부분의 보험계약자는 본인도 모르는 가운데 보험금 청구 시 ‘의료자문에 대한 동의’를 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자문의 객관성 및 공정성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보험사 내부 판단을 위해 진행하는 선행절차인 의료자문은 보험사와 위탁관계를 맺은 자문의가 보험사로부터 제공받은 영상필름과 의무기록지만으로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고 자문하는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동일부위에 유사한 손상을 입어도 그 후유증은 환자의 체질적 소인(성별, 연령별, 기왕증, 특이성 등)과 치료방법 등에 따라 최종적으로 판단되는 후유증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상태를 직접 보지도 않고 치료도 하지 않은 보험사 자문의가 의학적 평가를 하는 것은 적절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특히 환자를 직접 진료하지 않았음에도 진단서나 이와 유사한 소견서, 자문의견서를 작성하고 이를 근거로 보험금의 지급거부나 삭감하여 지급하는 행위가 공정성이나 객관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하여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했다.
의료자문기관 자문의 선정 및 자문결과에 대한 정보 비공개도 문제다.
입법조사처는 “현재 실시되는 의료자문은 병원의 규모 또는 의사의 공신력(전문의 등)에 대한 검토 없이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정한 특정 병원이나 의사에게 실시하여 보험금 삭감의 근거로 삼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면서 “보험사가 의료자문 후 자문결과를 토대로 보험금 감액 또는 면책의 근거로 삼으면서도, 그 결과를 피보험자에게 서면으로 회신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피보험자의 강력한 요구나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에 한하여 자문병원이나 자문의를 비공개한 상태에서 의료자문 회신내용만을 공개하는 것 역시 문제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