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위원회가 20대 국회 개원 후 처음으로 법안심사를 진행했다. 5개월간 복지위에 계류된 법안은 260여건에 달했다. 하지만 1일부터 3일간 열린 법안소위에 상정된 법안은 86건에 불과했다. 원격의료나 부과체계 개편안 등 쟁점법안은 상정되지 못했지만 다양한 개정안이 법안소위를 통과했다. 본지는 이 중 보건의료분야와 관련된 내용들을 정리해 봤다. [편집자 주]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원격의료 범위 확대 빠져
이번 법안소위에 미상정 된 주요 법안들을 살펴보면, 우선 지난 4·13 총선당시 여야 막론하고 공약으로 내건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안이 빠졌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은 당론을 반영한 개정안을 발의했고 지난 국감에서도 뜨거운 감자였지만 법안소위에 상정되지 못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던 원격의료 적용 대상 범위 확대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도 오르지 못했다. 원격의료법은 19대 국회 내내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계류된 상태로 임기만료 폐기됐다. 정부 일각에서는 20대 국회에서도 무기한 계류로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밖에도 의대신설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건강보험 국고지원 개선 및 법정준비금 비율 조정 등도 이번 법안소위에서 논의되지 못했다. 법안소위 3일간 다룰 수 있는 법안이 물리적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시급성이 있으며 신속한 처리가 가능한 비쟁점법안 위주로 논의하자는 여야 간 의중이 읽혀진다.
◇의사 부담되는 법 다수 통과…재활병원 유형 신설은 계류
이번 법안소위는 의사에게 규제나 의무를 부여하는 법안이 다수 통과됐다는 특징이 있다.
의료법은 총 12건이 통과됐는데 환자에게 수술설명 의무화, 환자 진료기록 열람권 명시 등은 처벌규정도 신설됐다. 의협은 이들 중 몇몇 법안 발의 당시 반대 의견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법안소위 논의에서는 별다른 이견 없이 통과됐다.
아울러 중복검사 방지를 위한 진료정보교류지원시스템 구축, 의료기관 휴·폐업시 입원환자 전원의무화 등도 반대의견을 제출했지만 최종적으로 통과됐다.
다만 의원급 의료기관 비급여 조사 및 공개 대상 개정안은 병원급 공개 의무만 명문화했을 뿐 의원급은 기존처럼 공개 의무가 아닌 가능 수준으로 통과됐다.
이밖에도 종별 구분에 재활병원을 추가하는 개정안은 한의사 추가 여부로, 의료법인 부대사업 범위 제한 개정안은 환자 및 직원 편의성과 의료영리화 논쟁 끝에 각각 계류시키기로 의결됐다.
◇약사법 개정안 10건 모두 계류…건보법은 논의도 못해
약사법은 단 한건도 통과하지 못했다.
2일차부터 논의된 약사법은 6건에 대해 여야가 합의, 이견이 있는 2건(3개 개정안)은 마지막 날 추가된 김상희 의원 개정안을 포함해 논의할 계획이었다.
합의된 법안들을 보면 약사 또는 한약사에 대한 자격정지처분의 시효 신설, 의약품 등 제조업자가 아닌 경우 유사명칭 금지, 제조업자 등 휴·폐업 신고시 의약품 적정처리의무 부여, 리베이트 처벌 강화는 통과시키고, 동물용의약품 제조관리자 자격에 수의사 추가는 계류하기로 했다.
마지막 날 논의된 두 건의 쟁점 법안은 국가필수의약품 안정공급체계 구축(김승희 의원)과 의약품 및 의약외품의 용기·포장에 모든 성분 기재(권미혁 김상희 최도자 의원)였다.
국가필수의약품 개정안은 주무부처를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중 어디에서 해야하는지로, 성분 기재 개정안은 법안의 취지와 실효성 여부에 대해 여야간 이견이 심해 법안심사 말미까지 합의되지 못했고, 최종적으로 성분 기재 개정안이 정부 수정안으로도 통과하지 못하자 야당 의원들이 반발, 약사법은 합의된 안건까지 전부 계류시키기로 했다.
이에 따라 리베이트 수수자는 처벌이 강화되지만 제공자는 기존과 같아지는, 웃지못할 헤프닝이 발생했다. 아울러 심평원 비상임이사 감축(의료계5인→4인)을 골자로 한 건보법 개정안 등은 법안소위에 상정되고도 시간이 부족해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한 의원 보좌관은 “아마 약사법은 정기국회 내에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다시 열어 심의하게 될 것”이라며 “내주 열리는 전체회의에는 일단 의결된 법안만 법사위에 올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보건복지위원회는 오는 7일 전체회의를 열고 법안소위에서 통과된 법안을 의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