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공의 모집 전형에서 대부분 수련병원의 산부인과가 미달된 것과 관련해 산부인과학회가 추가모집을 통한 일시적 전공의 수급문제 해결을 도모하는 가운데, 현재 병원당 전공의 선발인원규정(n-2)을 n-3으로 축소해 전공의 수는 줄이고 스텝인원은 늘리는 방안이 심도깊게 논의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대한병원협회에서 규정에 따르면 병원당 전공의 정원은 n(전문의 보드를 취득한 스텝)-2명으로, 한 병원에 전속전문의가 4명일 경우 2명의 전공의를 선발할 수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수련위원회 강재성 위원장은 “학회 차원에서 병원의 스텝 중 전공의 인원을 n-3으로 줄여서 비율을 감소시키는 방안을 도출해 냈다”며 “이와함께 1-2년 동안 각 병원에 홍보를 통해 스텝을 늘리도록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방안은 올해 학회 총회에서 통과된 사안으로 학회는 내년 병협에 규정변경을 요청하고 2007년, 늦어도 2008년에는 도입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산부인과학회가 병원별 전공의 인원을 조정하려는 것은 전체적인 전공의 감축을 통해 궁극적으로 저출산과 경제불황에 따른 산부인과의 난국을 극복하겠다는 취지다.
학회는 이번 전공의 전기모집에서 산부인과 지원율이 59.9%에 그친 것과 관련 병협에 보낸 건의서에서 전공의 감축을 호소한 바 있다.
특히 이 같은 규정변경 계획은 국내의 산부인과 수급상태는 공급과잉 수준이라는 판단아래 2006년도 전공의 배정을 매년 4.4% 감축해 2010년에는 연간 배출되는 산부인과 전공의를 150명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학회의 방침과도 부합한다.
또한 스텝인원을 늘림으로써 전공의 감축으로 인한 인원공백을 현재 공급과잉에 있는 산부인과 전문의 유휴인력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을 내포하고 있다.
즉, 전공의 정원을 n-3으로 조정하는 방안은, 병원이 일정 스텝을 유지할 경우 기본적으로 전공의 인원을 줄이고, 같은 수의 전공의를 보유하려 할 경우에는 스텝 수를 보충하게 함으로써 전문의 채용을 활성화시키는 매우 탄력적인 방법이다.
뿐만 아니라 전문의 인력을 보강함으로써 의료의 질을 한층 높인다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학회의 설명이다.
강 위원장은 “환자들 입장에서는 전공의가 진료하는 것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다는 점에서 학회차원에서도 환자에게 좀더 나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본다”며 “산부인과가 처한 인력수급 문제와 의료의 질 개선 등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한 학회 수련위원회 이재관 간사는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이 적은 것은 힘든 수련과정, 의료소송에 대한 부담, 전문의 후 개원이 힘들다는 점 때문”이라며 “학회의 이번 대책은 회원들로부터 고무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부인과 개원가에서도 이 같은 학회의 방침에 적극 공감하는 입장이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최영렬 회장은 “학회에서 참 시기적절한 정책을 내놨다”며 “산부인과 전반에 걸친 어려움을 해결하는 복안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최 회장은 상대적으로 전공의 비율이 적어지는 데 대한 우려와 관련 “전공의를 두는 것은 교육의 목적도 있지만 인건비 축소를 바라는 병원의 방침 때문”이라며 “대학병원의 경우 전공의가 없다고 걱정할 만한 것은 못 되며 오히려 의료의 질을 한단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 같은 학회의 정책에 따라 산부인과의 사정이 좋아지게 되면 자연히 지원자도 늘 것”이라며 “유동적이고 융통성 있는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제시된 산부인과학회의 방안은 학회 수련위원회를 중심으로 도출됐다는 점에서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차후 파급효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류장훈 기자(ppvge@medifonews.com)
2005-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