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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에서

질환 자체보다는 환자를 전체적으로 살피는 태도가 중요!

연세이현철내과 이현철 원장

당뇨병도 완치가 가능한가?

당뇨병은 기원전 1500년 전에 이집트의 파피루스에 기록이 있을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질환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고려 때에 ‘소갈’, 조선시대에는 ‘감뇨’ 등 당뇨병에 관한 기록이 있는데, 이렇게 당뇨병에 걸린 사람은 특징적으로 소변을 많이 보고 소변이 달았다.

당뇨병은 인슐린 분비나 인슐린저항성에 이상이 생겨 혈당이 지속적으로 증가되어 여러 가지 혈관합병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당뇨병의 원인은 매우 다양하여 한 가지로 설명할 수 없는 질환이며, 치료도 환자에 따라 개별화해야 한다.

당뇨병은 대부분 완치할 수 없는 질환이나, 일부 당뇨병 환자에서는 약물치료를 중단하고 식사 및 운동요법만으로도 평생 관리할 수 있다.

의사의 관심은 환자를 행복하게 한다!

환자를 처음 볼 때 의사는 환자의 질병의 원인을 정확히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진단할 때나 환자의 병명이 확인된 후에도 어떤 치료를 하는 것이 가장 비용 효과 면에서 가장 이상적인 방법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이야기 하나!

필자가 대학에 근무할 때 일이다. 시골 개인병원에서 당뇨 조절이 잘 안되어 리퍼된 45세 여성 환자였다. 당시 20년간 시골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던 환자는 몇 년 전부터 체중이 불고, 얼굴이 달덩이처럼 부어오르는 증상을 호소했다. 혈압도 높고 당뇨도 있어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고 있었지만, 계속에서 체중은 증가했고 혈당은 잘 조절되지 않아 필자가 근무하고 있던 대학병원에 내원한 것이다. 

처음 환자를 보았을 때 일견해서 쿠싱증후군이 의심되어 호르몬 및 당뇨 검사를 시행하였다. 1주일 후 호르몬 검사상 쿠싱 질환으로 강력하게 의심되어 복부 CT를 시행한 결과, 부신에 2 cm 가량의 혹이 발견되어 수술로 혹을 절제하였다.

혹을 절제한 후 체중도 감소하고, 달덩어리같은 얼굴도 옛날 모습으로 돌아왔다. 당시에는 3종류의 당뇨약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점차 호전되어 현재는 당뇨병 및 혈압약 모두 중단하고 오직 식사조절과 운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야기 둘!

60세 여성 환자로 당뇨 때문에 안양에서 필자에게 내원한 환자이다. 처음 환자를 보았을 때 환자 얼굴이 어딘가 특이해서 자세히 관찰하니 손발이 굵고 마디가 튀어나와 있었으며, 얼굴 광대뼈가 튀어나와 있었다.

말단비대증이 의심되어 먼저 호르몬 검사를 시행했고, 환자에게 자세히 문진하니 본인의 손발이 좀 굵어 남들 앞에 서면 창피함을 느끼며, 얼굴 모양도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호소했다.

혈액 검사 결과도 말단비대증이 강력히 의심되어 뇌 MRI를 찍었더니 1 cm 뇌하수체 종양이 발견되어 신경외과에서 수술을 시행했다. 수술 시행 후 점차 얼굴 윤곽도 좋아지고, 혈당도 약을 복용하지 않고 정상으로 잘 유지되고 있다. 

이 환자는 얼굴 모양도 좋아지고 당뇨약 중단에도 정상 혈당을 유지하고 있어 매년 가을만 되면 필자에게 안양 본인 밭에서 농사 지은 콩, 팥 등 많은 농작물을 감사의 표시로 가져오시곤 한다.

이야기 셋!

2년 전 지인의 소개로 란투스 인슐린을 40단위로 조절하던 중국인 당뇨 환자가 필자에게 내원하였다. BMI 30으로 복부비만이 심한 편이었고, 인슐린을 10년 동안 맞고 있으나 당화혈색소는 8.5%로 혈당 조절이 잘 안되고 있는 상태였다. 병원에 내원하여 인슐린분비능을 측정했고, 인슐린 분비는 비교적 양호했다.

환자에게 철저한 식사조절과 운동 및 약물치료를 시작하여 3개월 만에 인슐린을 중단하고 현재는 당뇨약도 복용하지 않고 식사 및 운동으로 잘 조절되고 있다.

이 환자는 인슐린 중단 후 치료에 매우 만족하여 매 3개월마다 중국에서 필자의 의원에 내원하며 혈당 조절을 하고 있고, 다른 중국인 당뇨 환자들을 소개하고 있다.

당뇨병은 병인론적 관점에서 치료해야 한다!

당뇨병은 유전인자와 환경인자의 결합에 의해 발병되는 질환이다. 당뇨병을 일으키는 유전인자는 아직 확실히 밝혀져 있지 않다. 

과거 30년 전 당뇨병은 우리나라에서 흔한 질병이 아니었다. 당뇨병이 급증한 이유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민족적 유전인자가 변한 것이 아니라 경제적 발전으로 사회구조가 복잡해지고 생활양식이 서구화되었기 때문이다. 

즉, 환경인자가 변화하여 당뇨병이 급속히 증가하게 된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따라서 서구화된 식습관을 과거 1970~1980년 식습관(소식과 적당한 육체노동)만 잘 유지하면 당뇨병은 얼마든지 예방이 가능한 질환이다. 

그러나 일단 당뇨병이 발생한다면, 당뇨병의 원인이 매우 다양하므로 그 치료 방법에서도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다.

따라서 당뇨병 환자가 병원에 내원했을 때는 먼저 유전적인 소인, 즉 가족력이 있는지, 일상생활을 하는 중에 당뇨병을 유발할 수 있는 요인들 예를 들면, 고칼로리 식품과 과식, 운동 부족, 비만 특히 복부비만, 특수한 약물 복용(스테로이드 등) 및 스트레스 여부, 쿠싱증후군, 말단비대증, 갑상선기능항진증 등이 있는지 찾아야 한다. 그 후 인슐린 분비가 문제인지, 저항성 문제인지를 밝혀 환자 각 개개인에 맞는 맞춤 치료를 해야 만성 혈관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대부분 인슐린 분비와 인슐린저항성이 문제지만 기본적으로 이러한 인슐린 분비나 저항성을 일으키는 그 원인을 먼저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언급한 환자처럼 단순히 혈당이 높아 병원에 찾아왔지만, 만일 그 당시 필자가 혈당 관리만을 위해서 혈당강하제만 사용하여 치료했다면 내부에 숨어 있는 혹은 계속 자라 나중에 더 큰 문제를 야기했을 것이고 당뇨병은 더욱더 악화되었을 것이다. 

또한 인슐린 분비보다는 인슐린저항성이 문제인 환자에게 인슐린만 계속 투여했을 때는 결국에는 혈당이 조절되지 않았을 때와 마찬가지로 과잉 인슐린에 의해 혈관합병증, 즉 뇌경색이나 관상동맥질환으로 고생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의사는 환자를 볼 때 질환 자체만 보지 말고 환자 전체를 보는, 즉 나뭇가지만 보지 말고 나무 뿌리부터 가지 전체를 보면서 치료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