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제대혈은행들의 행태가 국감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 관리 사각지대에서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이목희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가족제대혈은행들이 소비자에게 불평등한 계약을 강요하고 있으며, 관련 내용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특히 “이러한 실태에도 불구하고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런 사실이 있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000년부터 시작된 가족제대혈은행은 2014년 말 기준으로 523,487건의 제대혈이 보관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제대혈은행들은 아이가 불치병에 걸릴 경우, 보관한 제대혈로 치료할 수 있다고 산모들을 대상으로 판촉을 진행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인기 연예인 아이들의 제대혈을 보관한 내용을 홍보하면서, ‘우리 아이를 위한 가장 최선의 투자’ 라는 식으로 산모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가족 제대혈은행의 문제점이 연이어 지적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신생아의 제대혈을 가족 제대혈 은행에 보관해도, 실제 사용되는 경우가 매우 적으며, 해외에서는 이를 허용하지 않는 국가도 있을 정도”라고 전했다.
또한 “사용할 수 있는 연령 제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20년 이상 장기 보관, 평생 보관 등을 이유로 업체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가족제대혈의 이식 건수가 매우 제한적이며, 해외 일부 국가에서는 가족제대혈 보관이 불필요한 것으로 판단한 것은 사실이지만 소비자가 가족 제대혈은행을 선택하여 비용을 지불하고 제대혈을 보관하는 것 자체는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로 규정되어 있는 합법적인 사업이며, 가족제대혈은행들은 정부의 허가를 받은 업체들”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가족제대혈은행 가입의 문제는 정확한 정보가 전달되고, 계약 내용이 공정하다면, 소비자의 선택에 맡기면 될 문제라는 것이다.
이목희 의원은 “그럼에도 정부와 의료계가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있지 않다는 것과 업체들이 이를 악용하여 불평등한 계약을 소비자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가족제대혈은행들이 사용이 어려운 소량의 제대혈도 보관하도록 하고 있는 실정.
우선 현재 신규 모집을 진행하고 있는 가족제대혈은행의 보관기준은 기증제대혈은행의 기준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며, 일부는 이를 명확히 밝히지도 않고 있다.
제대혈의 유효성을 평가하는 기준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유핵세포수로, 제대혈을 이식할 경우 체중 1Kg 당 약 1500만개의 유핵세포수가 필요하다. 기증제대혈은행의 기준인 8억개의 유핵세포수와 80%의 생존율을 대입할 경우, 이식 받을 아이가의 체중이 42Kg 까지만 이식이 가능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평균 몸무게를 도입할 경우 12살정도까지 이식이 가능하다.
그런데 가족제대혈은행과 같이 유핵세포수의 기준이 낮아질 경우, 이식 가능 연령은 더 낮아지게 된다. 몇몇 업체에서 기준으로 삼고 있는 유핵세포수 3억개를 감안하면, 체중 16Kg 까지 이식이 가능하고, 평균 4살정도까지만 이식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정보가 계약 이전에 현장에서 산모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점으로 이목희 의원은 “오히려 의료기술 발전으로 제대혈을 이용한 신의료 기술로 더욱 다양한 질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이야기만을 듣고 계약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만일 평균 4살 정도까지만 보관된 제대혈로 이식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20년 이하의 단기보관을 할지라도, 30년 보관, 평생보관과 같은 고액 장기 상품은 가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나마 매우 부족한 보관 가능한 유핵 세포수를 계약서에 명기한 곳은 현재 신규모집을 하고 있는 6개의 가족제대혈 은행 중 3곳에 불과한 실정이다. 나머지들은 자체 의료진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제대혈 보관을 결정하고 있다.
결국 산모들은 돈을 다 내고도, 정말 필요할 때는 유핵세포수가 부족해서 보관한 제대혈을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는 상황이며,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인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각 회사의 유핵세포수 기준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목희 의원은 “유핵세포수 3억개 혹은 이보다 낮은 수의 제대혈을 보관하더라도, 이는 산모와 가족제대혈은행간의 문제라는 것이 현재까지 보건복지부의 입장”이라고 전했다다.
이목희 의원은 이외에도 “가족제대혈은행의 경우, 필수적인 검사 일부를 생략할 수 있도록 시행령에서 허용하고 있다. 때문에 사용가능 여부가 판정되지 않은 제대혈이 가족제대혈은행 측의 결정에 따라 유상으로 보관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가족제대혈 보관의 경우 계약해지가 거의 불가능해 “현재 신규 모집을 하고 있는 가족제대혈은행 중, 중도 계약 해지가 가능한 곳은 단 한 곳 뿐”이라고 전했다.
심지어 아이가 사망하더라도, 계약 해지가 불가능하다.
이목희 의원에 따르면 3개사의 경우 1개월 내 유아가 사망할 경우 전액 또는 실비 공제 후 환불하도록 하고 있고 한 곳은 21일내 사고사할 경우에만 환불하도록 하고 있다. 2개사는 환불 규정 자체가 없다.
아이를 위해 제대혈을 보관했는데, 정작 그게 필요한 아이가 죽어도 환불조차 받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목희 의원은 “역시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고, 공식 입장도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제대혈을 채취하지도 않았어도, 계약 해지가 불가능하다.
‘제대혈 관리 및 연구에 관한 법률’ 제7조 3호에 따르면 ‘산모는 제대혈을 채취하기 전까지 언제든지 제 1항에 따른 동의를 철회할 수 있다.’ 고 명시하고 있다. 즉 제대혈 채취 이전이라면, 계약 취소가 가능하며, 결제된 금액은 환불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목희 의원은 “가족제대혈은행 2개사는 제대혈 채취 전에 취소할 경우에도 10%의 위약금을 물도록 하고 있으며, 1개 사는 채취여부와 관계없이 계약 이후 7일이 경과했을 경우 10%의 위약금을 물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관련법을 위반한 불공정 계약임에도, 복지부는 이에 대한 사실확인 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
현재 업체들은 가입 상품과 관계없이 정률 위약금을 요구하고 있고 유아용품 업체, 정수기 업체, 유모차 업체, 젖병업체 등 산모와 아이의 정보를 상업적 목적으로 제공하는 등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행위까지 저지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목희 의원은 “이런 불법이 자행되고 있음에도 보건복지부가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은 이를 인지조차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지금이라도 가족제대혈은행의 운영 실태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목희 의원은 또 “실효성이 의심되는 가족제대혈은행보다 기증제대혈은행 중심의 제대혈 보관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즉각적인 제도개선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