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9 (목)

  • 구름많음동두천 20.9℃
  • 구름조금강릉 22.7℃
  • 흐림서울 21.7℃
  • 맑음대전 24.6℃
  • 맑음대구 25.7℃
  • 구름조금울산 23.8℃
  • 맑음광주 23.4℃
  • 구름조금부산 25.1℃
  • 맑음고창 23.7℃
  • 구름많음제주 23.0℃
  • 구름많음강화 21.1℃
  • 구름조금보은 22.0℃
  • 맑음금산 23.5℃
  • 구름조금강진군 24.4℃
  • 구름조금경주시 25.0℃
  • 구름조금거제 24.9℃
기상청 제공

기자수첩

<기자수첩> 의료계, 전문가 집단으로서 소통 아쉽다

대한의사협회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를 논의할 보건복지부 협의체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협의체는 의료 전문가로 구성된 집단이 아니기 때문에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주체들이 서로 뒤엉켜 자칫 정치적인 논쟁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의료계의 반발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반대로 의사들에게 침술이나 부황, 뜸 등 한방 의료행위를 허용한다고 가정해보자. 아마 한의사들도 지금의 의사들 못지않게 저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의사들이 “한의대에서 의료기기 사용법을 배웠으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의사들도 “의대에서 대체의학 수업시간이나 교양으로 배운 적이 있고 정 모르면 배우면 된다”는 식으로 주장한다면 한의사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 “의사들은 침구학과 본초학 등을 제대로 배워본 적이 없어 한의학의 기본적인 원리를 모르기 때문에 한방 의료행위를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반박하지 않을까?

지난 1895년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이 엑스선을 발견한 이후 의사들은 이를 질병과의 관계를 연구하는데 적극 활용해왔고 이후 CT와 MRI등 첨단 영상진단기기들이 발명되면서 영상의학은 비약적으로 발전해왔다.

이제 영상의학과 의사들은 날로 발전해가는 각종 진단기기를 활용해 더욱 정밀한 진단을 하는 것은 물론이고 전통적인 분야인 판독뿐만 아니라 영상의학 전문성을 적극 활용해 심장혈관치료나 뇌혈관치료에도 중재시술을 통해 개입해 치료효과를 높이는 수준에 왔다.

오랜 시간 동안 구축한 최고 전문가집단의 전문성에 기반한 의료기기 사용 독점권을 다른 집단에 개방한다고 했을 때 분노하는 것은 어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그러한 당위성과 절박함을 외부에 설명하고 소통하는 데는 너무나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국민과 한의계를 ‘포퓰리즘’이라고 몰아세우며 자신들이 왜 의료기기에 사용에 대한 독점권을 가져야 하는지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것도 그렇다. 의사집단 말고 어느 집단이 그렇게 당당히 국민을 대놓고 무시하는 발언을 서슴지않을 수 있을까?

지난 ‘한의사 의료기기 사용 확대에 관한 국회공청회’는 의료계가 국민과 다른 직종과 소통하는데 얼마나 어려움을 갖고 있는지 여실히 깨닫게 해주는 자리였다.

이날 의사들은 한의사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상대방의 의견을 경청하면서도 익숙한 언변과 탁월한 논리로 공감을 이끌어내는 한의사들에 비해 의사들의 논리는 너무나 초라해보였다.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자료와 도표까지 정성껏 준비한 한의사들과 달리 의사들은 별다른 준비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였고 성의도 없었으며 시종일관 같은 주장만 반복해 피로감만 줬다.

한의사들의 주장에 곧바로 반박하지 못하고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제대로 답하지 못해 허둥지둥하다 질문을 받은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부실한 답변을 내놓기 일수였다. 공청회가 진행된 4시간여 동안 내내 기억에 남을 만한 발언을 한 게 무엇이 있는지 곧장 생각이 나질 않는다.

의료계 측 진술인으로 참석한 모 의대 교수가 질문의 요지와 관계없이 “저는 양의사가 아닙니다. 저는 그냥 의사입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백미였다. 공청회를 대한의사협회 대표자회의 정도로 생각한 것일까?

마치 의료계가 국민과 한의계에 대해 “너희들은 그냥 무식하니까 우리가 이야기하면 그냥 들어”라고 전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을 뿐 의사들이 항상 주장하는 전문성이나 책임감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오죽하면 의료계 내에서도 “그리도 토론회에 내보낼 사람이 없었나”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들리고 있을까.

의사들은 항상 국민들이 전문가를 전문가답게 대접해주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하지만 그런 말은 의사들이 외부와 최소한의 소통이라도 하려는 노력을 보여주고 나서야 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을 무시하면서 대접받기를 바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