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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학회

“정신약물 비정신과 과다처방 문제 심각”

신경정신과학회, 결국 저수가로 인한 진료왜곡이 원인


“정신과가 아닌 타과에서 꼭 정신 약물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도 처방이 남발되고 있어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항불안제나 항우울제 등 정신약물이 주진료과인 정신건강의학과가 아닌 내과나 가정의학과 등 타과에서 주로 처방되고 있는 가운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들이 정신약물 과다 처방 문제에 대해 지적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올해로 설립 70주년을 맞이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이사장 김영훈 인제대백병원)는 춘계학술대회가 한창 진행 중인 지난 3일(금) 오후 경 의료계 기자들과 만나 이번 학회에 대해 소개하고 각종 현안에 대해 설명했다.

김영훈 이사장(사진)은 “우울증이라고 모두 항우울제를 처방할 필요는 없고 상담만으로 치료가 가능할 수도 있는데 정신질환에 대한 수련을 충분히 받지 못한 타과 의사들이 필요 없는 경우에도 지나치게 약물 처방을 남발하고 있어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항우울제 처방의 2-30%는 내과나 가정의학과 등에서 이뤄지고 있고, 항불안제의 경우내과 처방 비중만 30%를 넘어 정신건강의학과의 2.5%보다 15배가 넘는 상황.

김찬형 학술이사(세브란스병원)는 “우리 학회가 다른 의학회의 따돌림을 받으면서도 이 문제에 대해 계속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라면서 “경증환자의 경우 장기간 약물 복용을 하면 없던 병도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무리 타과라도 충분한 정신질환에 대한 교육을 충분히 받으면 모르는데 대부분 그렇지 않다”면서 “5-10년 내 타과에서 충분한 준비되면 또 다른 처방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아 많은 문제가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영훈 이사장은 “이는 모두 저수가로 인한 우리나라 진료환경의 왜곡 때문에 생겨난 문제로 현재처럼 ‘3분 진료’로는 정신질환 환자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과 처방이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정체성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에 아무리 어려워도 전문성을 바탕으로 갖은 노력을 기울여 정신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가능하지만 다른 과에서는 그게 힘들어 진료왜곡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영훈 이사장은 “이제 정신과 의사들도 진료실에만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사회참여 활동영역 확대에도 관심을 가질 때가 왔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학회는 사회참여위회원를 발족시켜 지난해 11월 사회참여포럼을 개최해 전문가집단으로서 국민과의 소통을 통한 사회참여 비전을 선언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이번 학술대회에서도 학교폭력, 가정폭력, 자살예방은 물론 군정신문제와 통일 후 남북 간 정신 차이 문제까지 폭넓은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특히 지난해 세월호 사건을 비롯한 각종 대형 재난사고로 집단적 트라우마 문제가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중증 정신질환자의 입원 및 치료에 중점을 둔 구 정신보건법을 정신건강증진법으로 개정하는 과정도 예의주시 하고 있다.

김영훈 이사장은 “개정안에서 큰 문제가 되는 조항은 아직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원래 의도와 다르게 갈 수 있는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예의 주시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학술대회가 주말까지 포함해 3일간 개최되는 것은 전 회원이 함께 정신질환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편견을 해소하고 국민과 직접 소통하자는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훈 이사장은 “설립 70주년을 맞은 의학회는 대한의학회를 제외하면 우리학회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이제 정신과 의사들이 진료실에서만 환자들 보는데 의무를 다한다고 생각하지 않고 더 적극적으로 사회로 나아가 국민들과 직접 소통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